"코로나때문에 지었어요.." 바다가 보이는 59평 단독주택

막연히 꿈만 꾸었던 주택살이를 현실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출산과 코로나 때문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생활이 마비되고 마스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때에 아이를 출산했어요.

안 그래도 아기가 어려 외출이 힘든 시기인데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나름 전망이 탁 트여있는 아파트 30층, 30평대의 넓은 집이었는데도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바깥 바람과 햇살을 느끼기 위해서 굳이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핸드폰이나 배변봉투, 기저귀를 챙기지 않아도 문을 열고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어졌어요. 집을 짓는다는 건 은퇴한 후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주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보니 집을 지어야 하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었어요.

'마당에서 뛰어놀 강아지가 있는 지금', '아이가 온 집안을 활보하고 뛰어다니는 지금' 필요한 것이 주택이고 오히려 아이가 다 크고 난 후엔 편리한 아파트에 살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조금 욕심을 덜어내고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서 살아보자 하고 건축사를 찾았던 것이 2021년 봄. 2년이 지난 지금 2023년 5월은 주택살이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답니다 :-)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저희는 직장 출퇴근과 아이의 학교 문제를 고려하다 보니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이 아닌 도심 속 작은 단독 주택지를 선택하여 집을 짓게 되었어요.

좁고 긴 부지에 최대한 넓은 마당을 확보하는 것이 주택 설계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고 마당 면적 확보와 건축비 절감을 위하여 집은 제일 단순한 우유곽 모양으로 결정되었어요. 정면에서 보았을 때 집도 오각, 별채도 오각, 창문도 오각형이어서 집 이름은 단순하게 '오각집'이라 지었어요.

도면

집들이 글에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토지를 선택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주차장 법으로 인해 지하 주차장을 만들게 되었어요.

겉으론 지하주차장의 존재까지만 보이는데 주차장 안쪽으로는 건물의 안정성을 위하여 만들게 된 넓은 피트 공간(설비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요. 나중에 여유가 되면 피트 공간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한 공용공간이 있고 방은 모두 2층에 배치했어요. 방은 잠만 자는 작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거실이나 마당에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도했어요. 실제로 현재 그렇게 생활하고 있구요.

거실

오각집의 메인 공간, 거실

오각집의 메인 공간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거실이에요. 거실은 주방이나 식탁에서 마당 쪽을 바라보았을 때 소파나 가구들이 가로막지 않고 마당과 잔디가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50cm 정도 아래로 다운시켜 설계했어요.

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달랐는데 아늑하고 좋아 보인다고 반응하기도 하지만 위험해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아이가 어리다보니 저희도 설계하면서 아이가 클 때까지는 모서리에 보호대를 붙이거나 바닥에 매트를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불편하지 않아요.

저희 가족은 그리 자주 뛰어다니거나 활동적인 성향은 아니어서 아직까지 이 부분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단차가 있어서 거실을 더 재미있게 활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실은 아이 장난감과 책들로 어질러져 있는게 대부분인데 아래로 다운되어 있다 보니 눈에 거슬리지 않아 바로바로 치우고 싶다는 스트레스가 적어서 좋기도 하구요.

딱딱해서 불편하다는 평에 고민했던 모듈 소파는 모양이 너무 예뻐서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고 구입했는데 아이가 소파 위를 폴짝폴짝 뛰어서 말랑해진건지 별로 딱딱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누워서 뒹굴고 낮잠도 자며 편안하게 잘 쓰고 있어요. 특히 등받이가 도톰해서 식탁 쪽에서 등받이를 의자 삼아 걸터앉기에도 편리해서 만족스러워요. 소파 사이에 끼는 먼지와 밝은 소파 특성상 생기는 오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물티슈로 슥슥 닦아주니 아직까진 잘 유지되고 있어요.

하얀 인테리어 속 생기를 더하는 알록달록 붙박이 책장

화이트 인테리어 속에 생기를 더하는 알록달록한 자작나무 책장은 설계할 때부터 계획하여 붙박이로 자리를 잡아 짜넣은 거예요.

책장 한 칸의 높이가 충분히 높은 편이라서 긴 책도 충분히 수납이 가능하고 알록달록한 책을 빽빽하게 꽂아놓아도 책자 뒷면 나무가 많이 노출되어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사진으로는 우리집이 너무 하얗게 보이는데 실제로 집에 방문했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하얗기만 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 책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주방

가족들이 함께하는 대면형 주방

주방은 가족이 늘 함께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에 대면형으로 만들었어요. 요리도, 설거지도, 식사 준비도 가족이 함께하고 아이도 자주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거실에서 너무 잘 보이는 공간에 위치한 대면형 주방이기 때문에 주방의 존재감이 커요.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옆에 있는 큰 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고개를 들면 거실과 마당이 보여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외롭지 않고 즐거워요.

거실과 이어진 대면형 주방이어서 최대한 깔끔해 보일 수 있도록 모든 것은 빌트인으로 숨겼어요. 식기세척기도, 밥솥도, 커피머신도, 냉장고도 빌트인으로 쏙쏙 집어넣었고 대부분의 잡동사니들도 수납장 안으로 넣었죠.

지난 아파트에서 벽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하는 것이 참 불편하고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면형 아일랜드에 싱크대를 배치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설거지 한 식기류를 말릴 식기건조대를 놓을 자리가 없더라구요. 메인 싱크볼 옆에 보조 싱크볼을 하나 더 배치하여 식기건조대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강추합니다.

다이닝 공간

밥도 먹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다용도 식탁입니다. 크지 않은 집이기 때문에 거실과 주방은 넓어 보이도록 만들고 싶어서 분리되지 않게 한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식탁도 되고, 책상도 되고, 작업대도 되는 길이 2400짜리 큰 식탁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오각집의 인테리어는 여름 휴양지의 밝고 환한 스테이를 모티브로 했어요. 내추럴한 느낌의 동남아풍 휴양지가 아닌 유럽 지중해의 하얀 휴양지를 상상하며 인테리어를 했죠. 그래서 우리집에서 제일 크고 눈에 띄는 가구인 식탁도 흰색으로 하고싶었는데 아직 아이가 어려서 상판을 세라믹으로 결정했어요.

공간, 주방가구, 조명과의 조화 때문에 식탁 크기는 설계할 때부터 2400으로 결정되어 있었구요. 하지 작업이 되어 있는 흰색 세라믹 상판에 흰색 다리, 길이는 2400, 식탁 다리는 너무 두껍지 않고 장식이 과하지 않으면서 가격은 합리적인 것을 찾다 보니 입주 후에도 한동안은 식탁 없이 생활했고, 결국은 주문 제작을 하게 되었어요.

오래 고민하고 찾은 보람이 있게 사용할수록 만족스럽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랍니다.

식탁 의자 뒤로 다운된 거실공간이 있지만 소파 등받이가 올라와서 안정감을 주고, 충분한 공간적 여유가 있어서 의자에 앉아있어도 등 뒤가 불안하지 않아요.

1층 공용 세면대와 욕실

철저하게 계산하고 계획한 1층 공용 세면대와 욕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및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만든 1층 공용 세면대 공간이에요. 계단 밑에 세면대를 만들다 보니 키가 큰 남편의 머리가 닿을 높이여서 탑볼로 설치하고 싶었던 세면기를 언더 카운터 형태로 변경하여 최대한 왼쪽으로 붙여서 시공했어요.

그러다 보니 거울도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치우쳐 설치하게 되었어요. 붙박이 가구 아래쪽은 로봇청소기 높이만큼 띄워 설치하고 콘센트를 배치하여 로봇청소기 자리를 만들었어요. 물걸레 로봇청소기여서 걸레를 빨기도 편리하고 자투리 공간을 알뜰하게 잘 활용한 것 같아 볼 때마다 뿌듯해요.

1층 세면대를 굳이 계단 밑으로 빼내게 된 이유는 바로 조적 욕조 때문이에요. 넓은 거실 공간을 위해 만들 수 있는 욕실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넓은 조적 욕조를 꼭 만들고 싶었거든요.

작은 욕실에 조적 욕조를 만들게 되면서 세면대를 욕실 밖으로 빼내어 공간을 확보했어요. 아파트는 누수의 위험 때문에 조적 욕조 시공이 쉽지 않은데 주택은 어차피 누수가 있어봤자 다른 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꼭 조적 욕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계단실

사람도, 강아지도 편안한 카페트 계단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카페트로 마감했어요. 슬개골(뒷다리 연골)이 안 좋은 강아지도 있고 어린 아이도 있어서 청소의 불안함을 안고 과감하게 선택했는데 매우 만족하는 인테리어 요소 중 하나예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어른에게도 확실히 피로가 덜하고 아이와 강아지에게도 안전해요. 7개월간 살아보니 저는 청소보단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가볍게 청소기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깨끗해져서 생각보다 관리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먼지에 특별히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카페트 계단 완전 추천해요.

2층 공용공간

가족들의 사적 공간과 기능 공간으로

2층 인테리어 컨셉도 1층과 마찬가지로 밝고 환한 여름 휴양지의 숙소를 모티브로 했어요. 계단 카펫은 부드러운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푸른빛 유리난간은 마치 투명하고 맑은 바닷물을 떠오르게 하죠.

크지 않은 집이고 단순한 구조여서 사용하는 자재의 종류는 최대한 통일시켜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었어요. 바닥은 1, 2층의 공간 모두 한 종류의 타일로, 벽지도 벽과 천장, 거실과 방 모두 한 종류로 통일시켜 시공했어요.

서재로 꾸민 복도

1층이 내려다 보이는 2층 복도에 길게 책상을 제작하고, 계단 난간에는 책장을 제작하여 서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카페에 뷰가 제일 좋은 곳에 있는 바 테이블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서재이기도 하지만 하루에로 수십번씩 오가는 복도이기도 해서 공간을 넉넉하게 남기기 위해 책상 폭을 50cm 정도로 작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간단한 작업이나 공부는 2층에서 하지만 길게 해야 하는 일은 보통 1층 식탁에서 하는 편이에요.

칸칸이 작고 깊은 2층 책장

한 칸의 높이가 높고 넓찍한 1층 책장과 달리 정사각형에 가까운 작은 칸으로 분할한 2층 책장은 깊이를 깊게 설계하여 많은 물건이 들어있어도 지저분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덕분에 부족한 2층 수납공간을 책장으로 보충하여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2층 침실

작지만 답답하지 않은 안방

2층은 창문마다 멀리 바다가 보여서 좋아요. 올라오자 마자 보이는 방은 부부의 침실인 안방이에요.

바탕이 하얀색이라 화려하고 진한 침구도 잘 어울리죠? 침구는 자주 바꿀 수 있으니 알록달록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배치해볼 수 있어서 기분전환도 되고 좋아요.

방에선 잠만 자고 깨어있는 시간엔 주로 거실과 마당에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요. 그래서 방의 크기가 작은 편이죠. 안방엔 킹사이즈 침대와 작은 붙박이 화장대, 로봇청소기가 구석구석 지나다닐 수 있도록 띄워 설치한 협탁이 전부예요.

그래도 답답하지 않은 것은 큰 창과 박공지붕 모양을 살린 천장 디자인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강아지는 사람이 자는 동안에도 물을 마시거나 배변을 하거나 가족들이 잘 자는지 확인하기 위해 밤새 왔다갔다 해요. 지난 아파트에서는 강아지 때문에 문을 열어두고 잤더니 겨울엔 서늘하고, 여름엔 에어컨 냉기가 빠지고, 문이 닫히면 문 열어달라는 강아지 소리에 잠에서 깨어 불편했어요.

그래서 안방과 아이방 문에는 강아지가 드나들 수 있는 펫도어를 설치했더니 강아지만큼 아이도 좋아하는 문이 되었어요. 펫도어는 필요에 따라 닫아둘 수도 있고 문 속에 자석이 있어 열어두어도 고정이 되어 덜컹거리지 않아요. 예쁘고 귀여운건 덤이구요.

2층 욕실 & 드레스룸

편리함을 우선으로 한 2층 욕실과 드레스룸

안방 옆으론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어요. 예쁜 오각창이 있는 드레스룸엔 붙박이장을 설치하지 않고 시스템 행거만 설치했더니 문을 열어두면 지저분해 보여서 조금 아쉬워요.

처음 설계할 때 건축사분께서 붙박이장으로 설계해주셨는데 시스템 행거로 바꾸어 드레스룸을 더 작게 줄이고 바로 옆 욕실 크기를 조금 더 키워 샤워부스 안에 반신욕조를 놓았어요.

샤워부스 안 반신욕조는 설계하면서 부부의 의견이 많이 대립했던 부분이에요. 1층에 큰 조적 욕조가 있는데 굳이 2층에도 욕조가 필요하겠느냐, 샤워부스만 널찍하게 있는 것이 더 편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죠. 그렇지만 끝까지 필요하다고 고집을 부려 작은 욕실 공간을 쪼개고 쪼개어 반신욕조를 설치했는데 우리집 설계 중 만족스러운 요소로 손에 꼽는답니다.

욕조가 작아 물 받는 부담이 없으니 일주일에 3~4번은 사용하고 있고, 샤워부스 안에 설치해서 샤워부스 문을 닫으면 공기가 따뜻해서 좋아요. 욕실 문은 열어두고 샤워부스 문만 닫아두면 아이 혼자서도 안심하고 한참을 놀아서 아이 보며 집안일을 하기에도 편리해요.

아이 놀이방

작아도 분리한 아이의 놀이방과 침실

침실 반대쪽에는 작은 방 2개가 있어요. 마지막까지 하나로 합쳐서 큰 방을 만들 것인가, 둘로 나눌 것인가를 고민했던 방이에요.

결론은 놀이방과 침실을 분리해야 잠자리가 아늑할 것이라는 생각에 둘로 나누었고,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놀이방엔 늘 장난감이 어지럽게 있지만 문만 닫아두면 깨끗하니 청소 스트레스가 덜하고 아이방엔 작은 책꽂이만 두었더니 자기 전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보는 루틴이 만들어졌어요.

아이방(침실)

작은 책꽂이 하나만 두고 잠자리 독서할 책 소량만 두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는데 아이방에 가지고 올라오는 책의 수가 점점 늘어나서 책꽂이를 하나 더 두었어요.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는데 자기 전 책을 읽는 습관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아이방에 매트리스와 책꽂이만 두었더니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기 전에 도란도란 책을 읽게 되어 아이에게도 부부에게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어요.

세탁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실용적이고 편리한 세탁실

마지막으로 숨은 공간은 바로 세탁실이에요. 처음엔 세탁실을 1층으로 옮겨 더 넓고 쾌적하게 만들까 싶기도 했지만 드레스룸과 샤워부스가 모두 2층에 있기 때문에 세탁실로 2층에 만들었어요.

한정된 평수에서 필요한 공간을 나누다 보니 세탁실은 최소한의 면적으로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어요. 계단 참 윗공간이라서 계단을 오가며 머리가 닿지 않는 높이 확보를 위해 세탁실 바닥을 높여 설계했더니 덕분에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도 더 편리해졌네요.

마당

주택은 뭐니뭐니 해도 마당생활이죠 ;-)

아파트는 입주하면 완성된 느낌이었는데 주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어요.

별채 꾸미기도 한창 진행 중이고 담장도 마무리가 덜 되어 주말마다 셀프로 조금씩 하고 있어요.

편리한 아파트를 버리고 주택에 살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인 마당이에요. 덥고, 춥고, 비가 오는 날에도 마당생활을 하고 싶어 만든 별채는 캠핑 텐트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두고 소파에 누워있으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마음이죠.

평범한 저녁 식사도 마당에 가지고 나오면 더 맛있고, 똑같은 책도 마당에서 바람을 맞으며 읽으면 더 재밌어요. 손님들이 놀러 오면 고기도 구워 먹고 옷이 다 젖을 때까지 잔디에 물 주기 놀이도 하고요.

순식간에 자라나는 잡초들도 수시로 정리해주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선택하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진짜 주택살이겠죠?

외관

우리 가족을 위한, 우리만의 스타일로 설계한 작은 단독 주택. 오각집.

마치며

1년간의 설계, 7개월간의 시공 후 주택에 입주한지 7개월 차에 접어들었어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전 재산을 모아(은행의 도움과 함께) 집을 짓는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간의 과정들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소통해왔지만 거기에 다 담지 못한 수많은 고민과 토론과 다툼이 있었죠. 주위에서도 대단하다는 반응과 함께 많이 우려하기도 했구요.

다행히 좋은 건축사를 만나서 큰 사고와 하자 없이 집이 잘 지어졌고 지금은 주택살이를 즐기고 있네요. 아파트는 입주하면 완성된 느낌이었는데 주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어요.

별채 꾸미기도 한창 진행 중이고 담장도 마무리가 덜 되어 이번 주말에 셀프로 해보려고 재료들을 주문해놓았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선택하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진짜 주택살이겠죠? 오각집의 온라인 집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