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어디서 살 수 있나요"…위고비 상륙에 소녀들 들썩
'위고비' 국내 정식 출시에 중고거래 증가 우려
정상체중 여학생도 접근…"월경불량 등 부작용 겪어"
전문가 "성장기일수록 부작용 커 추적 관리 필수"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위고비 출시되면 당근마켓(중고플랫폼)이나 오픈채팅 또 뒤져보려고요.”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중고로 거래해봤다는 박모(18)양은 지난 15일 국내에 첫 출시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양은 “병원에서는 정상체중이라며 처방을 안 해줘서 중고거래로 삭센다를 사서 살 빼는 친구들과 투여해 봤다”면서 “요즘 삭센다 중고 물량이 부족했는데 위고비가 출시되면 더 많이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꿈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의 국내 상륙 소식에 청소년들, 특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10대 여학생들이 들썩이고 있다. 처방이 꼭 필요한 약이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기 청소년일수록 부작용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이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했다.
16일 이데일리가 살펴본 국내 다이어트 카페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삭센다 투약을 중단하게 돼 1펜당 8만 원씩 총 5펜 판매한다’거나 ‘부작용 때문에 못쓸 것 같아서 남은 미개봉 제품을 판다’는 등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위고비는 어떻게 하면 구하느냐’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박 양은 “당근마켓에서 삭센다를 구해봤는데 두 달 치 분량 정도는 금방 구할 수 있었다”며 “구하면 친구들끼리 구한 방법을 서로 공유한다”고 전했다.
‘위고비’가 15일부터 한국에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인들이 위고비를 통해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 약품은 주 1회 배나 허벅지에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어 ‘꿈의 비만약’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다만 위고비를 비롯한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 즉, 미적 용도가 아닌 비만 환자를 치료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약품을 단순 다이어트약으로 여기고 무분별하게 중고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7월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점검한 결과 의약품 불법 판매 사례 67건을 적발했다. 이 중 15건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다. 특히 삭센다·위고비 등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냉장 보관이 꼭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거래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고거래를 하면 그동안 약이 제대로 보관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불량 비만치료제가 성장기 여학생들에게 잘못 사용되면 무월경, 골다공증, 빈혈 등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박양 역시 중고로 산 삭센다를 사용하는 동안 월경이 불량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의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대한보건협회가 2022년 발간한 논문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이미지 인식 및 체중조절행위의 영향 요인’을 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 2만 9282명 중 79.8%는 정상체중이었으나 그중 46%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체 왜곡 현상으로 청소년들이 결국 비만치료제까지 손을 댄다고 분석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신체 왜곡이 극심한 나머지 비만치료제까지 무리하게 구하는 것”이라며 “비만치료제 남용으로 거식증을 앓는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따르면 2018부터 5년간 거식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9894명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1874명으로, 70대 다음으로 높은 비율(18.9%)을 차지했다. 특히 10대 여성은 5년 만에 거식증 환자가 2배 가까이(97.5%)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고비 출시로 청소년 사이 더 많은 비만치료제 남용이 우려되는 만큼 부작용 홍보와 약품 추적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도 이어졌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장기일수록 비만치료제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처방해 가는 사람, 혹은 과도하게 처방해 주는 의료진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제품번호를 추적해 뒷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위고비 출시에 맞춰 비만치료제 관련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청소년들의 오남용 예방을 위해 의료기관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팸플릿 홍보 활동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동현 (parkdd@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화 '공공의적' 모티브된 최악의 존속살해[그해 오늘]
- ‘4분의 기적’ 버스서 심정지로 고꾸라진 男, 대학생들이 살렸다
- "술만 마시면 돌변..폭력 남편 피해 아이들과 도망친 게 범죄인가요"
- "임영웅과 얘기하는 꿈꿔...20억 복권 당첨으로 고민 해결"
- '공룡 美남' 돌아온 김우빈, 황금비율 시계는[누구템]
- 경찰, 오늘 '마약 투약 혐의' 유아인에 구속영장 신청
- 2차전지 미련 못 버리는 개미군단 '포퓨'로 진격…포스코그룹株 주가는 글쎄
- '최고 158km' 안우진, 6이닝 2실점 역투...키움, 3연패 탈출
- "보증금, 집주인 아닌 제3기관에 묶는다고"…뿔난 임대인들
- 상간소송 당하자 "성관계 영상 유포하겠다" 협박한 20대 여성[사랑과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