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급 이상의 실내공간 확보한 준중형 전기 세단, 기아 EV4 공개

기아는 지난 2월 27일 스페인에서 EV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 선보일 전기차 제품들을 미리 공개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현재 판매중인 다양한 전기차 제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앞으로 선보일 신제품인 EV4와 PV5, 그리고 콘셉트 EV2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중 EV4와 PV5는 디자인이 공개되긴 했지만 양산 제품에 가까운 실물이 공개된 것은 처음인데, 이 중 EV4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자리를 국내 미디어를 위해 마련했다. 기아는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EV4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마련했다.

EV4는 기아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준중형 전기차다. 그런데 외관을 살펴보면 ‘준중형이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준중형 세단 대표 모델인 아반떼나 K3 같은 모델이 커지고 커져 어느새 차량 전장이 4.7m를 넘었을 정도로 자동차 시장의 크기 인플레가 상당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전반적인 디자인은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 United, 상반된 것의 융합)’를 바탕으로 세련되면서도 역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드부터 트렁크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라인으로 전체 형상을 완성하고, 세단에선 볼 수 없던 루프 스포일러가 더해져 독특한 이미지를 만든다. 차량 크기는 전장 4,730mm, 전폭 1,860mm, 전고 1,480mm에 휠베이스 2,820mm다.

이런 디자인은 단순히 세련된 모습을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 덕분에 공기저항계수 0.23Cd라는 역대 가장 우수한 수치를 달성했다. 여기는 차체 전반의 디자인과 함께 휠 갭 리듀서와 17인치 공력 휠, 휠아치 후방 곡률 형상 설계 등으로 휠 주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고 범퍼 일체형 액티브 에어 플랩으로 냉각 저항을 개선했다. 그리고 사이드 실 언더커버, 전후면 언더커버 등 하부 부품 8종으로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EV4의 복합 전비는 기아 전기차 중 가장 우수한 5.8km/kWh를 달성했고, 81.4kWh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 533km(2WD, 17인치 휠 기준)라는 놀라운 거리를 인증받았다.

실내는 익숙한 모습이 반갑다. 그동안 자주 봐왔던 계기판과 공조장치 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아래로 내장재 같은 느낌으로 단축메뉴 버튼을 배치했는데 실제 양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암레스트 아래로는 여러 제품들에서 호평받은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적용해 활용성을 높였다. 또한 콘솔 암레스트를 2열을 향해 수평으로 열 수 있는 회전형 암레스트를 최초로 적용해 2열의 공간 활용까지도 고려했다.

탑승 공간은 전기차답게 차급 이상의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1열은 릴렉션 시트를 적용했고, 2열은 등받이 각도를 최적화해 편안함을 높였는데, 평균키 정도의 성인이라면 뒷좌석에 탑승해도 편안할 만큼의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490L 용량으로 동급 최대 수준인데,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내려 적재공간 확장이 가능하다. 트렁크를 열었을 때 트렁크 암이 드나드는 부분이 적잖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너무 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안쪽으로 꽤나 깊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차박용으로 사용한다면 트렁크 쪽으로 발을 넣고 눕는 방법으로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시트 등받이와 트렁크 사이에 단차가 있어 별도의 평탄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모터는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모두 150kW(283마력) 모터가 탑재되며, 스탠다드 사양은 58.3kWh 용량의 배터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382km를 확보했다.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0%에서 80%까지 350kW급 충전기로 31분이 소요된다. 운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숙부터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i-페달 기능을 탑재해왔는데, EV4에는 이 기능을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i-페달 3.0을 새로 투입해 운전 편의성과 승차감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실내외 V2L 기능으로 레저, 업무 등 차량의 활용성을 높였다.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으로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전방/후측방/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모니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서라운드 뷰 모니터, 전/측/후방 주차 거리 경고, 안전하차 경고 등이 있다. 편의 기능도 다양한데, 이번 EV4에 기아 최초로 인테리어 모드를 적용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시트 포지션과 조명 밝기를 전환해 주행 전후에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기아 AI 어시스턴트, 커넥티비티 기능, 디스플레이 테마 등이 제공되고, 기아 최초로 앱으로 차량 업데이트 승인을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주차 동장 감지 모드가 추가된 빌트인 캠 2 플러스, 디지털 키 2, 무선 폰 커넥티비티 등도 갖췄다.

EV4 GT라인

EV4는 모닝 헤이즈, 마그마 레드, 요트 불루, 스노우 화이트 펄, 아이보리 실버(유/무광), 셰일 그레이, 오로라 블랙 펄 등 8개 외장 색상으로 출시된다. 이와 함께 GT 라인도 함께 발매되어 날개 형상의 전후면 범퍼, 전용 19인치 휠 등 전용 디자인 요소가 추가되어 미래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정확한 출시 날짜 등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환경부 인증까지 마친 만큼 조만간 출시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이번에 공개된 세단형 모델이 출시되고, 유럽에서는 현지 전략형 모델인 EV4 해치백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크로스오버나 SUV 중심으로 전기차들이 출시됐는데, 오래간만에 세단형 전기차인 EV4가 등장해 아쉬움이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뛰어난 공기저항계수 덕분에 81.4kWh 배터리로 533km라는 높은 주행거리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전기차들에도 적잖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