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북 한 해 화재 3000여건, 심각한 사회문제다
경북에서 지난해 발생한 화재가 3123건이나 됐다. 하루 평균 8건 이상의 불이 났다. 화재 건수가 전년보다 6.5% 늘었다. 화재 건수보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해 규모다. 인명피해는 284명으로 사망자만 60명에 이른다. 재산피해도 1조1000억 원이 넘는다. 화재가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인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전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은 재난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규모 산림 소실과 주택·시설 피해는 단기간에 지역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기후위기로 인한 고온·건조 환경, 강풍 증가, 산림 관리 인력 부족 등이 겹쳐 대형 산불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 실패는 곧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로 직결된다.
전체 화재의 45%가 부주의에서 발생했다. 담배꽁초, 불씨 방치, 폐기물 소각 등 일상 속 경각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기적 요인도 25%를 넘는다. 노후 전기설비, 무분별한 전기 사용, 안전 점검 소홀 등 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 불씨 방치로 인한 화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점은 농어촌 지역의 취약한 화재 관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산림 면적과 초고령 농촌 지역을 동시에 안고 있다. 논밭두렁 소각, 농사용 폐기물 처리, 야외 화기 사용이 일상화돼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인력과 장비, 감시 체계가 미흡하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화재 예방 교육과 대응 체계 역시 맞춤형으로 강화해야 한다.
한해 3000건이 넘는 화재 통계는 위험에 비해 예방 노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농어촌 불법 소각 단속과 대체 처리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소각 금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폐기물 수거 체계와 지원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산불 초기 대응 장비와 전문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초동 진화 실패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반복해선 안 된다. 노후 전기시설 점검과 화재 취약계층 안전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령 가구 전기 안전 진단과 화재경보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