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만들어진 '고양이 양육권 분쟁'… 다른 나라였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 5년 차 부부인 ‘도영’(윤두준 분)과 ‘유진’(김슬기 분)은 결혼 생활에 지쳐 이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원만히 합의에 이르던 두 사람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반려묘 ‘노리’!
쉽게 끝날 것 같던 이들의 이혼은 노리를 누가 데리고 갈 것이냐를 두고 한바탕 전쟁으로 번지고 말았다. 과연 노리의 ‘냥육권’은 누구에게 갈 것인가?

17일 오후에 방송될 tvN 단막극 '냥육권 전쟁'의 시놉시스입니다. 아마 예고편만 봐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대부분인 동그람이 독자들은 크게 공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서로 갈라지게 된다면 함께 살던 반려동물은 누가 데려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어쩌면 한 번쯤은 하셨을 테니까요.
이 드라마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 반영'이 매우 잘 된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노리의 냥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한바탕 설전을 벌입니다. 그 설전의 핵심은 "누가 더 노리에게 좋은 보호자가 될 것이냐"였죠.
그런데 이들은 그 설전을 법정이 아닌 집안에서 펼칩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현재 한국의 이혼 법정에서는 '누가 반려동물 입장에서 좋은 양육자인가'를 판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을 재산으로 분류하는 현행법 체계상 이혼 소송에서 반려동물은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데려오려는 이혼 당사자는 이 반려동물을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분양 비용 등을 누가 부담했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누가 기여했는지를 따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이런 법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분양받는 것보다 유기동물 입양 등을 선호하는 보호자들도 과거에 비해 늘어난 만큼, 반려동물을 재산가액으로 평가하는 지금의 법 해석이 다소 낡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도영과 유진이 한국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면 어땠을까요? 2019년부터 시행된 법에 따르면 이들은 재판부로부터 양육자로서의 능력을 판단 받게 됩니다. 여기서 양육자로서의 능력이란 반려동물의 양육 환경을 누가 더 잘 제공하고, 반려동물의 복지에 더 힘쓸 수 있는지를 따지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동물복지에 민감한 지역이나 국가에서는 반려동물을 홀로 오랫동안 방치하면 보호자를 형사처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경제력이 좋아도, 그 경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시간이 길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반려동물 양육권을 확보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력만큼이나 반려동물의 복지를 책임질 만큼 시간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죠.
이는 단지 캘리포니아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미국 알래스카 주는 캘리포니아 주보다 앞선 지난 2017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제도가 시행되자 현지 언론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드디어 제도권에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동물법 전문가들은 "동물을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한 제도 전환"이라는 언급을 남길 정도였습니다.
미국 뉴욕 주 역시 2021년 비슷한 취지로 주법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된 뉴욕 주 이혼법(Divorce Law)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권 소송에서 양육자를 결정할 때 뉴욕주 법원 판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고려해 양육자를 결정합니다.

●반려동물의 일상적 관리(먹이, 산책, 동물병원 진료 등)를 대부분 담당한 사람
●각 당사자와 반려동물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
●동물을 위해 쏟을 시간과 경제력
●가정폭력 가해 여부
●동물의 전반적인 복지
현재 한국에서도 동물을 물건이 아닌 존재로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민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민법이 개정돼 국내의 반려동물 이혼 소송도 개편된다면, '냥육권 전쟁'의 시놉시스는 어쩌면 법정 드라마로 다시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노리에게 더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는지를 재판정에서 입증하기 위해 치열하게 증거를 찾는 도영과 유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요. 현실의 법정이 바뀌기 전에는, 독자 여러분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누가 더 좋은 보호자인지 판단하는 배심원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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