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가 되는 법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1. 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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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대 화두는 AI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AI가 등장하자 오히려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의 장래성이 높아졌다. 특히 건설 현장 기술직. 꾸준히 일할 수 있고, 하는 만큼 번다. 대표 분야 기술자들에게 전망을 들었다.

미장
콘크리트 골조가 살아 있는 한 미장 일은 계속된다.

"고모부가 천호동에서 미장 일을 했어요. 보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했죠." 미장 기술자 김태성은 20년 경력자다. 그의 표정은 그가 지금까지 매만진 벽과 바닥처럼 다부져 보였다.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한 일은 천직이 됐다. 일을 계속한 이유는 명확했다. "당시에도 일당을 후하게 줬어요." 아르바이트가 천직이 되기까지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젊을 때였으니 좀 하다 도망치고, 다시 들어가서 하고 그랬죠. 일이 힘드니까요. 2년 정도 지나니까 기술을 가르쳐주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왔죠." 

미장 일을 시작하려면 결국 현장으로 가야 한다. 미장기능사 자격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이다. "미장 학원도 있어요. 그런데 자격증에 초점을 맞춰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건 현장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다시 배워야 해요." 자격증을 따도 현장에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장이라는 말에 짐짓 겁부터 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 적응만 잘한다면 빠르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솔직히 벽 바르는 건 코치만 잘 받으면 두 달이면 가능합니다. 빨리 배우는 친구들은 두 달이면 미장 일을 할 수 있어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나이도, 체격도 필요 없죠. 배울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나이도, 체격도 필요 없죠.
배울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기술자로서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기술 습득을 위해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미장이다. 하지만 관문을 통과하면 전문 직종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배워두면 평생 든든할 거예요. 요즘 집을 목조나 조립식으로 많이 짓고, 미장을 안 쓰는 공정이 많긴 해요. 하지만 콘크리트 골조가 살아 있는 한, 벽돌로 집을 짓는 한, 미장이라는 공정은 없어질 수 없어요. 왜냐면 이 작업은 100% 사람이 해야 하거든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 미장이 전문 직종으로 살아남을 이유다. 게다가 지금 시작해도 괜찮은 이유도 있다. "예전부터 미장 일을 하신 분들은 나이가 들었어요. 많이 은퇴하셨죠. 그래서 쓸 만한 젊은 친구가 오면 일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해요." 

미장 일을 떠올리면 이런 장면이 연상된다. 주름 많은 중년 남자가 벽에 모르타르를 바르는 모습. 미장 전문가 김태성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고 한다. "주택이나 상가 같은 소규모 현장에는 청년층이 드물어요. 하지만 병원, 아파트 같은 대규모 현장에는 젊은 친구들이 늘었습니다. 미장, 방수, 조적 같은 일을 전담하는 습식 전문회사에 작업자로 소속돼 일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죠." 그는 미장 일을 누구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나 계속 일하긴 어렵다. 힘들어서다. "미장은 근골격계가 상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관리해야 합니다. 요즘은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어요."

도배
이사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꿀 때 누구나 도배를 떠올린다.

도배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신축 도배, 전·월세 도배, 인테리어 도배. 최근 건설 경기가 나빠졌다고 하지만 전·월세 이사는 꾸준하다.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도 있다. 기술만 있다면 일은 많다. 그래서인지 도배 일에 뛰어드는 20대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유튜브에선 '20대 도배사 월 OO 번다' 같은 제목의 영상도 수두룩하다. 

"도배를 배우려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22년 경력 도배 기술자 강진수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 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게 뿌듯한 표정이다. 그는 긴 세월 도배 외길을 걸어왔다. 그 사이 그의 아래에서 일을 배워 전문 기술자로 독립한 사람도 여럿이다. 여전히 그도 일한다. "요즘에는 도배사들이 자기 자식에게 도배를 가르쳐서 함께 일하는 경우도 늘었어요. 예전과 달라졌죠." 과거에는 자기 자식은 사무직으로 일하길 원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게 성공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젠 기술만 있으면 꾸준히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다가왔다. 그걸 알기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하기도 한다.

"시작하는 것과 계속할 수 있는 건 다른 얘기예요. 청년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밖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르니까요." 도배 일을 시작하는 것과 도배 기술자가 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시간도 꽤 걸린다. "초보자는 현장에 나오면 뭐 할지 몰라요. 쓰레기 치우거나 물 받아오는 심부름뿐이죠. 이런 사람에게 제대로 된 일당을 지급할 순 없잖아요. 1년 정도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당장 돈벌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힘들죠." 진입장벽이 없으면서도 있다. 일을 시작하기 어렵지 않으나 일을 지속해 온전히 서긴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버틸 의지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도배사들이 자기 자식에게 도배를 가르쳐서
함께 일하는 경우도 늘었어요. 예전과 달라졌죠."

도배 일을 시작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학원을 통해서, 국비직업훈련소를 통해서, 도배 일을 하는 지인을 통해서. "자격증은 크게 상관없어요. 도배 기술자들 중 자격증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현장에서 자격증 있다고 바로 도배 일을 시키지도 않죠. 새로 다 배워야 해요. 대신 학원이나 직업훈련소에서 현장을 연결해주기도 하니 시작할 기회가 생기긴 하죠." 결국 현장에서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때 또 어려움이 있다. 누구 밑에서 일을 배우느냐에 따라 기술 습득 시간이 달라진다. "밖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4~5년은 일을 배워야 해요. 팀장을 잘 만나야 하죠.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부터 실제로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까지 사람에 따라 달라져요. 그 과정에서 힘들어서 못 버티고 많이 나갑니다. 그래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한곳에 오래 있는 게 좋아요. 오래 있으면 팀장은 분명 기술을 가르쳐줄 거예요." 도배 기술자 강진수는 콕 집어 자기라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기술자의 마음은 다 비슷할 거라고 했다. 

타일
아파트부터 상가까지 타일을 붙여야 할 곳은 많다.

"20대에 군대 다녀오고 나서 어떤 직업을 택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합니다." 20년 경력 타일 기술자 최동수는 분명하게 말했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 힘 쓰는 일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서다. "처음에 타일 일이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이 달콤하게 들릴 거예요. 그런 환상 속에 왔다가 박스 까서 타일 나르고 모르타르 나르면 나가떨어지죠. 워낙 재료가 무겁잖아요. 힘드니까 멘털이 깨지죠. 하루 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요." 그는 어깨를 주무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일은 체력이 중요하니까 젊을 때 빨리 배워서 40대 중반까지 열심히 일하면 좋을 거예요." 그는 40대 중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한다. 물론 예전처럼 많은 일은 하지 않는다. 많이 일하면 많이 벌 수 있지만, 몸을 생각해 일을 조절한다. 

"학원에 가면 한 달 정도 기본적인 걸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배우고 현장에 가면 암담한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래도 학원에서 기본적인 부분을 습득하면 아무래도 배우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빠르겠죠." 타일 기술자가 되는 길도 다르지 않다. 자격증보다 현장. 현장에서 기술자의 일을 보조하며 배워나가야 한다. 그 말은 바로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 배우기가 힘들어요. 기술자는 현장에 가면 타일 작업하기 바쁩니다. 실제로 작업하면서 가르쳐주기는 힘들거든요. 재료를 가져다주면서 어깨너머로 배워야 해요. 1년 동안 계속 보조만 하다가 타일 한 장 못 붙여보고 힘들어서 그만둔 사람도 있어요. 함께 일해보고 괜찮은 스승 같다면 잘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방법이 제일 낫죠." 

"함께 일해보고 괜찮은 스승 같다면
잘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방법이 제일 낫죠."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과정이 어렵지만, 이 부분은 어느 기술직이든 비슷하다. 대신 타일 기술자는 다른 분야보다 일당이 높다. 힘든 만큼 보상도 큰 셈이다. "지방에선 일당이 30만원 선이에요. 서울과 수도권은 35만원 정도고요. 자기 능력에 따라 40만원 받기도 해요. 일당보다 평당으로 맡아 하면 단가가 더 좋죠. 평당으로 하면 빨리 끝내고 나오는 게 이득이니까 굉장히 바쁘게 몰아서 합니다. 그러면 돈이 좀 되죠." 젊은 사람들이 타일 기술자가 되려는 이유도 돈이다. 어차피 힘들면 돈을 더 많이 받는 일이 좋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만큼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들은 타일 벌이가 높다고만 생각하지 일의 강도를 생각하진 않거든요. 힘든 거 고려하면 받을 만큼 받지 않나 생각해요." 

기술을 습득했다고 끝은 아니다.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거래처와의 관계다. 타일 작업은 보통 거래처에서 아는 타일공을 불러 일을 주는 방식이다. 아니면 건설사와 일하는 타일 기능공 회사에 소속돼 있거나.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실력이다. "일만 깔끔하게 해주면 연락은 계속 오죠. 아파트부터 주택, 상가까지 타일을 붙여야 할 곳은 많으니까요." 

도장
페인트는 다양하고, 칠해야 할 곳 또한 광범위하다. 

"AI 시대라던데 AI가 페인트를 칠할 순 없잖아요. 이 일은 앞으로도 해나갈 수 있죠." 18년 경력 도장 기술자 김성호는 도장 일의 전망을 낙관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 거대한 면적은 언젠가 기계가 칠할지 몰라도 세심한 곳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그는 손에 든 에어리스 스프레이를 잠깐 들어 보였다. 로봇이 들고 있는 모습은 아직 상상할 수 없었다. "페인트가 묻어 지저분해도, 아직 이 일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배우려는 의지를 보이면 가르쳐주려고 하죠." 페인트 묻은 바지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말을 이었다. "지저분한 작업복은 갈아입으면 그만이잖아요."

바르든 뿌리든 페인트 관련한 일의 통칭은 도장이다. 도장기능사 자격증도 있다.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 자격증을 딴다는 건 도장 일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표시한 수준이다. "자격증은 전문도장건설업체에 지원할 때 도움이 돼요. 자격증 있는 직원을 뽑아야 하거든요. 현장 기술직과는 조금 다르죠. 현장에선, 결국 새로 배워야 해요." 여느 기술직과 다르게 도장은 분야가 세밀하게 나뉘어 있다. 페인트 종류도 다채롭고, 칠하는 부분에 따라 분야도 갈린다. 고속도로 차선 그리는 일도, 아파트 벽면에 로프 타고 올라가 칠하는 일도, 아파트 바닥 칠하는 일도 각각 업체가 다르다. 각기 전문 분야에 집중하기에 게임 캐릭터 기술 트리처럼 처음 선택하는 분야가 중요하다. 

"젊은 사람이 간절하게 배우려고 하면 보기 좋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요."

"작은아버지가 페인트 일을 하셔서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김성호는 뒤돌아보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현장을 겪으며 기술자가 되는 과정에서 기댈 곳이 있었으니까. "젊은 사람이 간절하게 배우려고 하면 보기 좋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데 적극적인 편이다. 업계 동반자 개념으로 바라보는 까닭이다. "실력을 키워 독립하면 서로 일을 연결해줄 수 있잖아요. 이 일은 혼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업계 아는 사람이 불러주면 가서 일하죠. 그리고 이젠 일을 배우고자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가르쳐주지 않을 사람은 없어요. 예전 현장이야 초보가 페인트 뿌리는 에어리스 스프레이 만지면 혼냈지만, 이젠 해보라고 하죠." 그동안 현장도 바뀌었다. 비교적 젊은 기술자가 현장을 꾸려가는 경우가 늘어난 까닭이다. 

의지만 있다면 다 잘 풀리듯 말했지만, 도장 일이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도 인정한다. "일은 힘들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죠. 더운데 마스크까지 쓰고 일할 땐 숨이 막혀요. 그래서 조금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요. 젊은 사람이 간절하게 배우려고 하면 좋을 텐데, 잘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쉬워하며 다시 마스크를 썼다. 칠해야 할 곳이 많이 남았다.

CREDIT INFO

Feature director 김종훈
Images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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