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황소윤의 사소하고 소중한 이야기

2017년, 새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데뷔 싱글 ‘긴 꿈’과 함께 씬에 불쑥 등장한 이래 황소윤은 늘 거침없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하나둘 실체로 구현해 냈고, 이는 곧 예술적 성취로 이어졌다. 일본, 미국, 캐나다, 독일을 비롯하여 새소년에게 세계의 이목이 쏠릴 무렵 황소윤은 자신의 품속에서 '새소년의 프론트퍼슨'이 아닌 새로운 음악적 자아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2019년, So!YoON!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당신이 아는 그대로다. 황소윤은 자신의 독보적인 재능과 멈추지 않는 창작욕을 기반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송라이터이자 플레이어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황소윤이 자신의 또 다른 페르소나 So!YoON!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pisode1 : Love’를 발표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사랑에 관한 독창적인 시선을 기록한 그의 음악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으며, 특히 BTS의 RM이 참여한 ‘Smoke Sprite’는 유튜브 18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연일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앨범이 발매되고 두 달 정도 지난 지금, 찰나의 여유를 만끽 중인 황소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i-D Korea로부터 하나의 에세이를 보내왔다. 황소윤만의 개성이 뚝뚝 묻어나는 인터뷰와 에세이를 읽고 나면 비로소 한 발짝 더 가까이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부터 건강한 균형을 찾기 위한 방법, 대안적인 삶에 관한 고찰, 10년 뒤 바라는 모습까지. 당신이 궁금해하지 않았던, 그래서 더 흥미로운 황소윤의 사소하고 소중한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필연적으로 에세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싶다. 어떤 상황과 마음 속에서 탄생한 글인지 궁금하다.
파도가 한 번 치면 빨려 들어가듯 다시 잠잠해지지 않나. 그런 기분이 들었다. 폭풍이 지나가듯 앨범이 발매된 지 한 달이 지났고, 작품에 너무나 몰입하고 집중한 나머지 준비하던 것들로부터 잠시 멀어지고 나니 삶에서의 초점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래서 최대한 무기력해지지 않으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황소윤의 삶 곳곳에서 자연을 향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유년부터 줄곧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았을 텐데 언제부터 자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또 자연에서 정답을 구하기 시작했나?
아이러니하게도 학창 시절에는 자연을 싫어했다. 일단은 학교가 ‘네이처’ 그 자체였고. (웃음) 6년간 매 학기, 그러니까 12번의 등산을 무조건 해야만 했다. 게다가 필수 과목이어서 등산을 하지 않으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도 없었고. 마치 주입된 자연 사랑 같았다. 그래서 한때는 등산을 내 인생에서 싫어하는 TOP 3로 삼을 정도로 싫어했다.
그러다 21살이 되고,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기 시작하면서 서울로 이사했다. 도시에서 혼자 처음 살게 된 거다.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그제야 비로소 느꼈다. 그때부터 [비적응]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로는 삶에서 고민이 생기고 또 부딪힐 때마다 자연으로 떠났다. 긴 시간 머무르진 못했지만, 이번에도 앨범을 발표하고 자연에 다녀왔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을 느끼고 돌아왔다.

‘밸런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새소년, 그리고 So!YoON!의 프로젝트 속에서 당신은 플레이어이기도 하지만 감독이기도 하다. 두 가지의 역할 속에서 필연적으로 밸런스를 찾기 어려운 순간을 마주할 텐데, 어디에서 정답을 찾는 편인가?
앞서 얘기했듯, 이번 앨범이 나오고 한 차례 초점이 흐려지고 무너졌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엄청나게 휘몰아친다. 나를 어떻게 바로 세워야 할지 모르는. 그럴 때는 최대한 외부의 감각을 차단하고 글을 쓰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며 균형을 회복한다. 최근에도 그런 시간을 약 2주간 보냈고.
뭐랄까, 나에겐 ‘두 명의 소윤’이 있다. 좀 더 의식 세계 속에 있는 소윤이 날 자꾸만 어디로 데려간다. “쉬고 싶니?”, “아니야? 그럼 맛있는 걸 먹으러 갈까?”, “아니야? 그럼 자연에 가볼까?”, “아니야? 그럼 사람을 만날까?”, “아니야? 그럼 청소를 좀 해볼까?” 그러다가 어느 때에 반응이 오기 시작하며 균형이 맞춰지는 거다.
에세이에서 말한 대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시간을 길게 늘어뜨리는 행위 속에서 불현듯 밸런스가 찾아오는 셈이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드 워커처럼 하루 종일 일할 수도,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며 쉴 수도 있고. 모든 것이 내 선택에 달려 있으니, 시간을 유연하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는 것 같다.

프로젝트를 폭풍에 비유했다. 현재는 한 차례 거세게 폭풍이 몰아친 뒤 잠잠한 시기를 보내는 중일 텐데. 앨범이 발매된 지금의 기분은 후련함에 가깝나, 아니면 두려움에 가깝나?
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쓰며 답한 적 있는데, 마치 레포트를 제출한 듯한 기분이다. 레포트를 쓸 때는 긴장도 하고 걱정도 들지만, 그것을 제출하고 나서는 대개 아무 생각도 안 나지 않나. 물론 성적 발표라는 중요한 관문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나면, 나중엔 이 시기를 더욱 풍부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래, 에세이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음악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썩지도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창작자는 작품의 영원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필연적으로 창작에 관해 깊이 고민하고 또 엄격한 기준을 세울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집요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
[Episode1 : Love] 코멘터리 앨범을 들어보면 프로듀서 테림과 내가 작업한 트랙 모두 각각 열여섯 번의 수정을 거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믹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수정이 있었겠지. 그런 것들이 집요함이라면 집요함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은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이고, 그렇게 될 때까지 작업하는 것을 집요하다고 말할 정도의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좋은 곡을 만들었을 때와 좋은 곡을 썼을 때, 어느 때에 더 큰 쾌감을 느끼나.
똑같은 것 같다. 음악의 경우 나는 한 번 데모를 만들면 한동안 그것만 계속 듣는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웃음) 나는 창작자라면 자기 작품을 가장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도 똑같다. 써놓은 글 중에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종종 본다. 가사는 그렇지 않은데도.
가사도 넓은 의미에서 작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글과 가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멜로디에 맞게 운율을 생각해야 하고 리듬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거기에서 오는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정적이니까. 그런데 글은 가사에 비해서는 자유롭지 않나.
황소윤에게선 또래들이 응당 사유하고 경험했을 시대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 가에 속하지 않고,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데뷔 때부터 애늙은이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내 자신을 어린아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는 아직도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있고 소위 아이들이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즐거운 일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
시대와 세대를 가르는 것이 나에게 무의미하다는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자연스럽게 난 그렇게 살아왔다. 초-중-고 생활을 모두 대안적인 학교에서 보냈고 지금도 얼터너티브 음악을 하고 있으니 지극히 대안적인 삶이라 볼 수 있을 텐데. 한때는 어떠한 공동체나 무리에 속하고 싶었다.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고, 시험도 보며 기뻐하고 슬퍼하는 여느 또래와 같은 삶.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 좀 깨달았다. 내가 만일 힙합 뮤지션이라면 내가 걸어온 환경과 삶을 엄청 자랑했겠지. (웃음) 하지만, 나는 내 삶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게 저마다 다르듯이.

Creative Direction 한송인
Text 김현수
Photography 최나랑
Styling 윤지현
Make up 최민석
Hair 오지혜
Props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
황소윤이 i-D에 보내온 에세이와 인터뷰 전문은
i-D에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