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무섭다 말하던 5살 딸"…'가정폭력' 다문화가정 비극
인천 한 다세대 주택에서 68살 아빠와 5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빠의 가정 폭력 때문에 엄마와 살다 잠시 만나러 간 거였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엄마는 가기 싫다는 아이를 보냈다가 딸을 주검으로 맞이해야 했는데,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어머! 친구들 왔어. 늦었어, 어떡해? {친구 있다! 친구 있다!}]
어린이집에 가는 딸이 입었던 옷.
5살 딸 빈소에 앉은 20대 필리핀 엄마는 이 옷을 놓지 못합니다.
자신을 때리던 60대 남편을 신고하고, 지난 6월부터 딸과 둘이 살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아이는 아빠를 만나러 갔습니다.
[김성미경/인천이주여성센터살러온 소장 : 원치 않았지만 한 달에 두 번씩 아빠에게 보내게 됐던 거예요. 토요일에는 엄마가 영상통화해서 아이와 통화를 했는데…]
그런데 일요일, 남편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전부 '아내 탓'이라고 했습니다.
[박동규/인천 남동구가족센터장 : (전에도) 그런 의사표현은 여러 번 있었다고 해요. 지금도 기분이 안 좋구나 해서 '무슨 일 있어요?' '안 좋아요?']
그 문자 뒤 남편은 연락을 끊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했을 때, 남편과 딸은 이미 숨졌습니다.
남편이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추정됩니다.
[이웃 주민 : 애기도 봤죠. 나도 안아도 주고 그랬죠.]
아이는 평소 우는 엄마와 자신을 그릴 정도로 불안했던 걸로 보입니다.
[김성미경/인천이주여성센터살러온 소장 : '아빠 무섭다'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엄마한테는 했다고…]
여성이자 외국인인 엄마는 약자였고, 남편의 아이와 만남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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