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식이 함께하는 강화 주택 ‘재택은 이들처럼’

ARCHITECT CORNER

재택근무를 하기 좋은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 각자의 내밀한 공간이 있고 선택적으로 인아웃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구조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씨엘건축사사무소│사진 노경

HOUSE NOTE

DATA
위치
인천 강화군 길상면
건축구조 목구조
대지면적 429㎡(129.77평)
건축면적 82.23㎡(24.87평)
연면적 141.86㎡(42.91평)
건폐율 19.83%
용적률 36.43%
설계기간 2021년 7월 ~ 2022년 2월
시공기간 2022년 3월 ~ 8월

설계 ㈜씨엘건축사사무소
02-737-8605 www.clarchitects.kr
시공 윤형근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거멀접기
외벽 - 모노비트 외단열시스템, 벽돌타일
데크 - 방낄라이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내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포세린타일
단열
지붕 - R37 그라스울
외벽 - R23 그라스울
도어
현관 - 우드플러스
방문 - 영림도어
창호 시스템창호(알루플라스트)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주방가구 한샘
진입부에서 왼쪽 본채인 살림집, 오른쪽 별채인 업무공간으로 구분된 두 채의 건물을 마주한다. 특히 별채는 외부에 불빛만 나오도록 했으며 방문객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본채 현관 앞에서는 외부인용 화장실을 바로 마주한다. 거주 공간은 화장실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이상 노출되지 않는다.
본채 현관 앞에서는 외부인용 화장실을 바로 마주한다. 거주 공간은 화장실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이상 노출되지 않는다.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강화도에 작은 집을 지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청소년 심리상담소를 작게 운영하고 싶어 했고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며 코로나 이후 집에서 일주일의 반은 재택을 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둘인데,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꼬맹씨들이었다.
부부가 외뢰한 대지는 전면에 강화도 특유의 붉고 고운 흙과 바람막이 숲이 풍경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주변은 아직 개발이 덜 됐고 군데군데 이웃한 집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그리고 적당히 산세가 둘러져 아늑했다.

거실에는 큰 창을 설치해 나무숲을 바라보면서도 별채에 있는 가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식당은 거실과 일직선상에 배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천장 높이가 달라 보다 입체적인 공간감을 가진다.
2층은 스킵플로어와 박공지붕을 살린 천장 등으로 공간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했다.

재택하기 좋은 주택
남편은 재택을 하는 날이 많고 아내는 상담 치료할 공간이 필요한 만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구성원 각자의 공간이 숨은 집, 산책하기 좋은 집, 풍부한 공간이 있는 재택하기 좋은 집을 콘셉트로 정했다.
부부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본인들의 경제 여건 내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재정적으로 가능한 평수는 약 45평 정도였다. 재택 공간과 거주 공간을 구분해 각자 풍성한 공간과 여유를 가지기엔 예산의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개 건축주들은 넓은 평수와 풍성한 공간에 대한 유혹이 크기 마련이지만 본인들의 여건에 만족할 줄 아는 그들의 태도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여러 설계안을 논의한 끝에 본채와 별채로 분리하되 평면은 콤팩트하게, 시공성을 고려해 단순하게 짓는 방향으로 조율했다.

부부 침실은 바닥 레벨을 살짝 높여 공간의 위계를 부여했다. 이는 거실 천장을 높게 설정할 수 있던 방안이기도 하다.
코너창을 통해 넓은 주변 풍경이 실내에 들어와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부른다. 사다리를 두고 놀이 공간이자 상상력을 자극할 아이들만의 아지트 다락을 마련했다.
코너창을 통해 넓은 주변 풍경이 실내에 들어와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부른다. 사다리를 두고 놀이 공간이자 상상력을 자극할 아이들만의 아지트 다락을 마련했다.
욕실은 높은 천장과 모자이크 타일 등으로 감각적인 휴게 공간으로 완성했다.

본채와 별채의 유기적 관계
그렇게 전체 형태는 큰 동 본채와 작은 동 별채, 두 개의 단순한 볼륨으로 정해졌다. 본채와 별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고 그 사이 공간에는 바람과 풍경이 담기길 바랐다.
본채는 주거, 별채는 재택을 위한 공간이었기에 외부인이 업무 용건으로 찾아왔을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따라서 공간 간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동선과 시선에도 세심한 처리가 요구됐으며 평소에는 별채에서 독서, 업무, 담소 등을 나누는 용도로 사용하고자 했기에 완전한 단절이 아닌 유기적인 관계로 만들어줘야 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별채 내부에 화장실이 없다 보니 본채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는데 외부인이 화장실을 이용해도 낯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이에 주거 화장실과는 별도로 현관 가까이에 한 곳을 마련했고 현관 화장실에서 시선을 돌려 진입하되 계단도 두 단을 내려와야 거주 영역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결했다.

별채에는 큰 창을 업무를 보는 쪽 전면에 계획해 나무숲을 그대로 실내로 끌어온다. 그대로 노출된 목재 기둥과 보가 포인트로 작용한다.
본채로 향하는 진입 마당. 별채와 사이에 낮은 담장도 계획했다. 본채와 별채 사이 공간으로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주택은 욕심내지 않고 비교적 단출한 형태로 계획됐지만 덕분에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들로 콤팩트하게 구성한 아늑한 보금자리가 탄생될 수 있었다.

스킵플로어로 처리한 집 속의 집
본채는 크게 1층을 공용 공간, 2층을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을 시선으로 연결해 협소한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되 거실 천장을 주방보다 높게 설정했다. 거실은 전면 나무들을 조망하기 좋고 아이들이 별채에 있는 엄마와 아빠를 내다볼 수 있는 높이로 창을 계획했다.
2층은 전체적으로 경사 천장을 살려 작은 평면에서 공간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콤팩트한 평면의 단조로움을 단면상으로 변화를 시도해 탈피하고자 했다.
먼저, 부부 침실은 2층 바닥에서 살짝 들어올려 아이들 침실과도 구분한 스킵플로어 형상이 됐다. 이는 동시에 거실 천장을 높게 설정할 수 있던 방안이기도 했다. 드레스룸은 오픈형으로 계획하되 공간 맨 끝에서는 아이들이 숨거나 앉아서 놀 수 있도록 낮은 창도 마련했다.

주택은 욕심내지 않고 비교적 단출한 형태로 계획됐지만 덕분에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들로 콤팩트하게 구성한 아늑한 보금자리가 탄생될 수 있었다.
주택은 욕심내지 않고 비교적 단출한 형태로 계획됐지만 덕분에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들로 콤팩트하게 구성한 아늑한 보금자리가 탄생될 수 있었다.

나무숲 담는 쾌적한 별채
별채는 작은 오두막처럼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위해 자작나무로 벽과 천장을 통일했다. 자연스럽게 노출된 목구조의 기둥과 보는 공간의 분위기를 단정하게 정돈한다.
도로 측에는 상부에 작은 창을 마련해 빛으로 인지성만 주고 별도 창은 내지 않았다. 전면의 나무숲을 조망하며 업무를 보거나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숲을 향해 큰 창을 설치했다. 안으로 들어와 아름드리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을 유도했다.

일하기 좋으면서 늘어져 쉬기도 좋고 가사와도 뒤섞이지 않는 그런 집. 여기에 산책하기도 좋은 집을 더하고 싶어 130평 대지에 본채와 별채를 앉히고 그 사이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준공 후 1년이 지나서야 사진 촬영을 했는데 작은 텃밭을 가꾸고 싶어 조성한 앞마당이 너저분하다며 건축주 부부는 되레 미안해했다.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멋진 조경도 좋지만 텃밭을 가꾸며 지내는 건강한 삶의 태도는 그 어떤 모습보다 값진 것이리라 속으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