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감독 충격 발언, '인종차별 피해자' 손흥민 아닌 '가해자' 벤탄쿠르 강력 옹호..."모두가 실수한다. 벤탄쿠르는 좋은 사람, 속죄할 기회줘야"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징계 위기에 빠지자 감싸기에 바빴다.
토트넘은 15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를 치른다. 10위에 머물고 있는 토트넘이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4위 아스널보다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에 큰 소식이 전해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영국 BBC는 지난 12일 '토트넘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비방을 한 혐의로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기소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벤탄쿠르가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위법 행위로 잉글랜드축구협회 규정 E3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사용하거나 불명예를 안겼다는 의혹이 있다. 명시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국적, 인종 혹은 민족적인 기원에 대한 언급이 담겨있었기에 위반 혐의가 있다'며 벤탄쿠르를 기소한 이유를 밝혔다. 잉글랜드축구협회 규정 E3을 위반한 선수는 최대 6~12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가 나올 수 있다.
벤탄쿠르가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기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스널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를 옹호했다. 피해자인 손흥민을 먼저 감싼 후에 벤탄쿠르를 옹호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우리 관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사건을 살펴볼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지금은 그 과정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다"고 먼저 말했다.
이어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사건을 두고 각자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두 선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하며 벤탄쿠르는 이미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손흥민도 사과와 함께 자신과 가까운 팀원 중 한 명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뒤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축구 선수든, 길거리의 누구든지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누구를 대표하든 관계없이 우리 행동의 결과를 이해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사람으로 대표하고 인간으로서 계속 노력한다. 우리는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한다"며 벤탄쿠르의 입장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탄쿠르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번에도 사람들이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관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걸 벤탄쿠르처럼 실수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계속해서 "우리는 벤탄쿠르와 매일 함께 보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벤탄쿠르가 훌륭한 사람이고 환상적인 팀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는 벤탄쿠르를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며 벤탄쿠르의 편을 들어줬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간이 지나면 벤탄쿠르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속죄할 기회를 주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도 이 사건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에 대한 옹호를 하면서 상처를 받은 손흥민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손흥민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발언은 일체 없었다. 피해자의 마음을 감싸주는 것보다 가해자를 옹호하기 바빴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건 지난 여름이었다. 코파 아메리카 2024를 앞두고 벤탄쿠르는 한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MC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손흥민 유니폼?"이라고 대답한 뒤에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은 괜찮은가. 어차피 손흥민과 그의 가족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가 팀의 주장인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남긴 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논란이 되기 시작하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서 "손흥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을 뿐이다. 나는 정말 너를 좋아한다. 너를 존중하지 않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고 했다는 걸 알 것이다. 사랑해 손흥민"라고 적었다.
벤탄쿠르가 빠르게 사과 메시지를 전한 건 좋았지만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벤탄쿠르는 올린 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시글을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손흥민의 별명인 'SONNY'를 'SONY'로 적어 성의가 없는 사과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인지를 정말 모르고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징계 대상감이었다. 과거에 베르나르두 실바가 팀 동료인 벤자민 멘디와 SNS에서 농담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검은색 캐릭터 인형을 올렸다. 멘디도 웃으면서 넘어간 농담이었다. 그런데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실바의 행위를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라며 1경기 출장 징계와 5만 파운드(약 8,74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토트넘 팬들도 구단이 빠르게 공식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토트넘의 대응은 너무나 느렸다. 심지어 토트넘은 공식 채널에서 벤탄쿠르 징계를 요구하는 팬들의 댓글을 삭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까지 저질렀다. 토트넘은 사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움직였다.
토트넘이 공식적으로 벤탄쿠르 사건 관련 공지를 발표했을 때도 피해자인 손흥민이 먼저 움직였다.일단 손흥민이 개인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번 사건을 두고 잘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난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벤탄쿠르는 실수를 했고, 그는 실수를 알고 있었고, 사과했다. 벤탄쿠르가 누군가를 공격적으로 말하려고 했던 의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지난 일이며 우리는 여전히 하나다.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한 팀으로서 싸울 것이다"고 직접 말했다.
손흥민이 움직이자 토트넘도 공식 채널을 통해 "벤탄쿠르가 자신의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를 하고 나서 구단은 이번 문제를 두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 왔다. 우리는 다양성, 평등, 포용에 대해서 모든 선수들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팀이 앞으로 새로운 시즌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적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축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벤탄쿠르를 자체적으로 징계한다는 내용은 일절 없었다.
벤탄쿠르도 2차 사과를 발표했다. "나는 손흥민을 언급한 인터뷰를 끝내고 손흥민과 이야기했다. 우리의 우정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해일 뿐이라는 사실을 손흥민은 이해해줬다. 우리는 문제를 풀었다"며 손흥민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또한 팬들에게도 "내가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나는 결코 다른 사람들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오직 손흥민만을 언급했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를 직간접적으로 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모두에게 큰 포옹과 존경심을 표한다"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최근 EPL와 영국 축구 전반에 걸쳐서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절대적으로 용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벤탄쿠르도 징계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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