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지키긴 했는데 김 여사 무혐의…대통령실 '국면 전환' 고심
10·16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대통령실은 국면 전환에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핵심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하려 하지만 당정 간 갈등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10·16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선거 민의를 통해 파악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전날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초단체장 선거구 4곳 중 2곳씩을 나눠 가졌다. 국민의힘은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구로 꼽혔던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에 승리하며 텃밭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온 데 이어 김 여사 관련 핵심 논란 중 하나가 일단락된 만큼 지속적으로 정부가 강조해 온 민생과 개혁 등으로 정국을 전환할 적절한 시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 강릉에서 개최된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의료개혁의 4대 개혁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많은 저항이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대통령실은 항상 정책을 강조하고 싶어 했지만 최근 대외 이슈들로 인해 묻혔던 것"이라며 "선거 결과 등이 나온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개선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온 것은 매우 당연하고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뜻대로 정쟁이 멈춰지긴 어려울 공산이 크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던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여사와 관련된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또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나아가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보수후보의 서울 교육감 선거 패배에서 드러난 민심, 재·보궐 선거 기간 중 불거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논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대통령실발 각종 악재에도 당의 노력으로 선방했다'며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발 악재가 큰 영향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맞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일정 부분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갈등을 봉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대통령실이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꿔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적 쇄신이 거론된다. 또 김 여사 관련 논란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속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강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전후해 (김 여사의 사과 등과 같은) 구체적인 '액션'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봉합되지 않으면 정국 전환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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