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괴물' 이후 내놓은 작품은 거대한 괴수도, 화려한 액션도 아니었다. 한 엄마의 끝없는 모성, 그리고 그것이 향하는 서늘한 곳. 2009년 개봉한 '마더'는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가장 낯선 방식으로 그려냈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 그리고 엄마
한 마을에서 여고생이 살해되고, 어수룩한 청년 도준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아들의 결백을 믿는 엄마는 직접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던 모성은 아들을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점점 멈출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가고, 영화는 그 끝에서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다.

'국민 엄마' 김혜자의 인생 연기
오랫동안 따뜻한 '국민 엄마'로 사랑받아온 배우 김혜자는, 이 작품에서 그 이미지를 정면으로 비튼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엄마의 절박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로, 그는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손꼽히는 인생 연기를 남겼다. 첫 장면의 춤은 지금도 강렬하게 회자된다.

봉준호식 서스펜스와 충격 결말
'마더'는 장르적으로는 추리극의 외형을 띠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비틀린 유머와 사회를 향한 시선이 곳곳에 스며 있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것은 통쾌함이 아니라 서늘한 먹먹함이다.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외면해온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 결말이다.

칸이 다시 주목한 봉준호
'마더'는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또 한 번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은 이 작품은, 훗날 '기생충'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봉준호 감독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켜준 영화로 평가된다.

가장 따뜻해야 할 감정이 가장 서늘하게 변하는 순간을 그린 영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걸작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마더'는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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