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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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루 만에 우울이 좋아질 수도 있을까요?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3년 전에는 어려웠겠지만요.
하루하루 날씨가 다 조금씩 다르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울은 모두 다 다릅니다. 심한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우울증,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이후 생긴 우울,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생긴 우울, 가족력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우울까지 모두 다 다른 색깔과 무게를 가지고 있는 우울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떤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로도 개선이 되지 않는 우울증도 있습니다. 특히 서로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를 사용했는데도 치료 효과가 부족한 경우인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0%인데, 이들은 오랜 치료 기간과 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우울로 인한 고통에 더해져 어려운 삶을 살아오곤 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상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입원을 위한 대기기간이 3~6개월까지 늘어나, 심한 우울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외래 통원치료로 약을 추가하거나 증량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나오는 데까지 적어도 1~2주가 걸리니, 그 시간 동안 환자 본인과 가족들 모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설령 입원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씩 입원을 하는 것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불편함,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 당장 내가 해야만 하는 일상 속 과업들 때문에 쉽게 입원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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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비강 분무 항우울제(에스케타민 성분)를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나 심한 자살 사고가 있지만, 당장 입원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 치료법은, 투여 24시간 내 우울증상이 개선되며, 4주차 때는 69%가 증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52%는 증상이 관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우울 상태에서 빠르게 일상 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며, 동시에 입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되기에 가족들 역시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함께 집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기존 항우울제 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가, 빠르게 회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기존 항우울제가 조절하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에 의해서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NMDA 수용체를 통해서 효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은 대뇌 피질의 글루타메이트 시냅스 기능 장애가 동반되는데, 에스케타민은 이 시냅스 장애를 빠르게 회복시켜 24시간 안에 효과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강 분무 항우울제는 빠른 회복이 큰 장점이지만, 치료 적용을 고민하게 하는 다른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비용입니다. 최근에 개발된 약이며, 건강보험 적용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스케줄 대로 치료시 입원에 준하는 비용이 나오게 됩니다. 실제로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도,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 같다고 표현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때라면, 그만한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에 치료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정신건강의학과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종종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야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신약을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도 빠르게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개발됐으면 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