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꼭두각시 될라?” 월가 발칵, 해싯 연준 의장설에 美채권 투매 경고

월가가 들썩이고 있다.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급부상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두고 채권시장 큰 손들이 일제히 경고장을 날렸다. “무차별 금리 인하로 채권시장 대혼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재무부, 월가와 비밀 면담…”걱정된다” 솔직 토로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월가 주요 은행과 대형 자산운용사 CEO, 채권시장 핵심 투자자들과 1대 1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연준 의장 후보들에 대한 2차 면접을 진행하기 전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다. 해싯 위원장이 연준 수장이 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계속 웃돌아도 트럼프 대통령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존 스토퍼드 인컴전략 총괄은 “시장은 그를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연준 신뢰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연준 금리 인하 채권시장 우려
“트러스 사태 미국판 터질 수도”…영국 악몽 재현 공포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한 시장 참여자는 “누구도 ‘트러스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며 2022년 영국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각이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 금리가 폭등하며 채권시장에 엄청난 충격파가 휩쓸었던 사건이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면 장기 국채 투매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독립성을 잃으면 미국 채권 시장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싯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은 연준 의장 교체를 둘러싼 월가의 광범위한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금리 인하 요구하며 파월 의장 지속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향해 “멍청이”, “얼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파월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종료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자신의 뜻을 따를 인물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대폭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발언하며 공격적인 통화완화 입장을 드러냈다.

연준 독립성 vs 정치적 압력…2026년 분수령

연준은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88%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금리 결정에는 연준 의장 교체라는 중대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월가는 해싯이 연준 의장에 지명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해 연준의 140년 독립성 전통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미국 경제 전체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파월 의장 후임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줄다리기와 채권시장의 격렬한 반발이 2026년 미국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지, 아니면 백악관 입김에 흔들릴지에 따라 미국 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