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북비 대납 보고’ 이화영 자백...검찰, 이재명 공소장서 뺀 이유는
검찰 “없어도 증거로 입증 가능”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북송금 혐의로 지난 6월 기소하면서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자백 진술’을 공소장에서 의도적으로 뺐던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이씨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진술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는 이씨 진술이 없어도 객관적 증거로 충분히 입증된다”고 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해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이 대표 영장에는 이화영씨의 ‘자백 진술’이 포함돼 있었다.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직후 이씨가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구속영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피의자(이 대표)는 2019년 7월 말경 제2회 국제대회 출장에서 복귀한 이화영으로부터 ‘방북을 위해서는 통상 북에서 의전비용을 요구한다’ ‘그전에도 현대아산에서 비즈니스적으로 방북 비용을 처리해준 예가 있다’ ‘쌍방울 그룹의 김성태가 현재 대북사업을 하고 있어 지사님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를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피의자(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김성태에게 대납시킬 것임을 다시 한번 보고받고, 그 진행을 지시하면서 이화영에게 ‘잘 진행을 해보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검찰에서 위와 같이 진술했다가 이후 “검찰의 회유로 허위 진술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이씨의 ‘자백’ 사실이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지자 이씨 아내는 변론을 주관하던 서민석 변호사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정에서 이씨를 향해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질렀다. 이씨는 현직 민주당 경기도의원이 이씨의 새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그 직후 청구됐다.
이씨는 최근에는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피의자들의 ‘진술 세미나’가 열렸고 이들이 연어 회를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청문회에도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은 이씨의 주장을 토대로 대북송금 사건을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대표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씨의 ‘자백 진술’을 적시하지 않았다. 수원지검은 애당초 증거 검토 단계에서부터 이씨의 당시 진술을 배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인물의 진술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떻게 이씨처럼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 말만 믿고 제1야당 대표를 기소하겠느냐”면서 “이씨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이 대표의 대북송금 혐의는 수많은 객관적 증거와 진술로 법정에서 충분히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의 출장 보고서 등 경기도 문건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관련자 진술, 이들의 북한 접촉 증거 등을 통해 이 대표가 대북송금 과정을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검찰이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민주당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 탄핵청문회에 이씨를 증인으로 부른 것은 이 대표 재판에서 이씨의 ‘자백 진술’ 신빙성을 흔들겠다는 의미”이라면서 “그런데 검찰이 관련 내용을 애당초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씨 진술이 이 대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에 대납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고 이씨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가 이 지사에게 대북 송금 관련 보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본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당시 경기도가 북한과의 교류 사업을 추진한 적은 있지만,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납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대표가 이씨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받았는지 여부는 이 대표 재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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