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인에이블러, 나의 사랑이 우리를 망가뜨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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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가스라이팅 범죄'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친밀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인에이블러 부모는 헌신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오히려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기회를 빼앗고,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인에이블러 부모의 곁에서 성장한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인에이블러가 되거나, 자기 행동에 책임지지 못해 사회를 겉돌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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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망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가스라이팅 범죄’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친밀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가스라이팅과 비슷한 ‘인에이블러(enabler)’의 존재는 더욱 어렵다. 분명히 애정이 존재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이 관계가 나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제삼자는 물론 당사자도 그렇다.
인에이블러는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의존적 행동을 방치하거나 돕는 사람을 의미한다. 인에이블러는 언뜻 보면 그저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지나친 희생과 헌신으로 상대방이 잘못된 행위를 해도 묵인하고, 심지어 뒤처리까지 해주며 그의 잘못된 행위를 강화한다.
가스라이팅과 인에이블러의 행동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도에서 차이가 난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를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다. 반면 인에이블러는 조종하려는 의도가 없다. 관계에서 자존감을 얻기 위해 헌신적으로 수용할 뿐이지만 스스로도 그 의도를 깨닫지 못한다. 심리 전문가인 앤절린 밀러는 저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에서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기를 바랐다. 내 자존감은 거기에 달려 있었다”라고 서술했지만, 저자 역시 본인이 인에이블러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내가 인에이블러일까?’라는 고민을 해봐야 할 관계는 친밀한 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자식 관계다. 인에이블러 부모는 헌신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오히려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기회를 빼앗고,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인에이블러 부모의 곁에서 성장한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인에이블러가 되거나, 자기 행동에 책임지지 못해 사회를 겉돌 가능성이 크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잘못된 결말을 안겨주는 것이다.
더 이상 인에이블러로 살고 싶지 않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타인의 감정이 아니라 자기 감정과 필요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문제에 너무 깊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을 도울 수는 있지만 그 문제에 관해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건 상대방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앤절린 밀러는 “불행히도 나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당연한 귀결인 ‘다른 사람들도 스스로 책임지게 하라’는 부분을 놓쳐버렸다”라며 자신의 몫만큼만 책임지는 것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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