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전, 60조 너머의 전략적 의미

조재범 기자 2026. 3. 27. 08: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이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 우리 해군 잠수함 가운데 처음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는 중이다. 출항지인 진해군항에서 캐나다 빅토리아항까지 편도 약 1만4000km에 이르는 역대 최장 항해다. 이번 항해는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주전은 우리와 독일이 맞붙는 상황인데, 이르면 오는 6~7월 캐나다 정부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최종 계약은 2028년이다. 한화오션은 50년간 축적한 잠수함 기술력과 건조 역량을 내세워 공략중이다.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춰 후방 지원에 총력 중이다.

이 사업은 수주 규모도 주목받지만 우리 기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전략무기를 공급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더 크다.

물론 한국 방산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수출했고, 다연장로켓과 경공격기 등으로도 외연을 넓혔다. 

그러나 잠수함은 결이 다르다.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한 국가의 해양 억제력과 정보수집, 장기 작전 능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전략자산이다. 수상함과 달리 운용국 해군의 교리, 정비 체계, 훈련 시스템, 기밀 유지 구조까지 촘촘히 얽힌다.

이에 한번 도입하면 수십 년 동안 후속 군수지원과 개량, 성능 유지가 뒤따른다. 공급국과 도입국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얼마짜리 계약을 따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나토 핵심 안보망 안으로, 그것도 가장 민감한 전략무기 분야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느냐의 시험대로 볼 수 있다.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북미 방위체계의 한 축을 맡고 있고, 북극권과 대서양, 태평양을 아우르는 해양 전략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나라에 잠수함을 공급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출 실적 하나가 아니라 한국 방산의 신뢰와 직결된다. 한국이 캐나다를 교두보로 삼아 나토 해군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이 경쟁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잠수함은 더는 남의 기술을 빌려 만든 B급이 아니다. 오히려 현시점에서 실전 운용성과 납기, 생산능력 측면에서 강점을 갖춘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경쟁사로 거론되는 독일 측 제안과 비교하면 한화오션의 강점은 더 뚜렷하다.

핵심은 설계에 머무른 독일과 달리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해군이 운용하며 성능까지 검증됐다.

잠수함 사업에서 이 차이는 치명적이다. 잠수함은 서류상 제원표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소음 저감, 체계 통합, 잠항 성능, 승조원 운용 편의성, 유지보수 난이도는 실제 건조와 운용 과정에서 검증이 반드시 요구된다. 

또 빠른 납기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서방 잠수함 시장에서 가장 큰 병목은 기술 그 자체보다 생산능력이다. 만들 수 있느냐보다 제때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한화오션은 이미 잠수함 건조 경험과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조선소 역량, 인력 운용, 공정 관리 경험이 축적돼 있어 가능하다. 캐나다처럼 노후 잠수함 대체가 시급한 나라 입장에서는 화려한 제안서보다 실제 인도 시점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사업 리스크 관리도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장기간 운용 경험이 풍부하다. 아직 설계 완성도나 양산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플랫폼은 그만큼 위험요인이 많다. 반면 이미 운용 실적이 있는 플랫폼은 적어도 기본 성능과 건조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한화오션의 경쟁력은 성능표의 숫자보다 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잠수함은 군사기술 이전과 현지 건조, 정비 거점, 산업협력 요구가 강한 분야다. 캐나다 역시 순수 기술을 제외하고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 제안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좋은 잠수함을 싸고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실제 수주를 이끌어내기 부족할 수 있다. 현지 산업 참여, 유지보수 체계 구축, 장기 파트너십까지 포함한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는 숫자로만 보면 대형 계약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의미에서 보면 한국 방산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잠수함은 무기이면서 동시에 신뢰의 계약이다. 그 계약의 문턱을 넘는 순간, 한국 방산의 위상도 달라진다.

Copyright © EBN

EBN산업경제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