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도취' 네타냐후, 확전 위기에도 공습 넓혀…베이루트 이어 예멘도 타격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망으로 중동이 일촉즉발의 지역 전쟁 위기로 내몰린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와 예멘 등으로 공습 범위를 넓혔다.
헤즈볼라 타격 뒤 국내 지지가 높아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반대파 영입에 성공하며 입지를 굳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상대방에 대한 강한 타격이 인질 귀환 등의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온건파를 제거해 강경파에 힘을 더하고 더 급진적인 후세대 무장 집단 부상에 기여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헤즈볼라와의 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습은 이전엔 헤즈볼라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을 주로 겨냥해 왔다. 팔레스타인 강경파 무장 조직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은 이날 베이루트 콜라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 단체 지도부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공습이 콜라 지역의 한 아파트를 강타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29일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최소 105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보건부는 주말 동안 공습으로 의료진 14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23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주 본격화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난민이 크게 증가해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공습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한 뒤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들이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공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 사무실은 나스랄라 사망 다음날인 28일 갈란트 장관이 레바논 국경 지역인 북부 전선에서 군사 작전 확대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9일 "헤즈볼라에 대한 강한 공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2주간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수장을 포함해 이미 지도부 대부분을 제거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29일엔 예멘으로 공습 범위를 넓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대응으로 예멘 라스 이사, 호데이다 항구 지역에서 발전소와 후티 반군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를 보면 예멘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이 지역에서 최소 4명이 죽고 2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북부로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레바논 지상 공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인질을 돌려 받지 못하며 신망을 잃었던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9일 네타냐후 총리와 반목해 온 우파 새희망당(New Hope) 대표 기드온 사르가 정부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부패 혐의에 연루된 네타냐후 총리가 리쿠드당을 "개인 숭배" 집단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해 온 사르 대표는 4년 전 리쿠드당을 떠나 새희망당을 창당했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정부 합류 이유로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꼽았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29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사르 대표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강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최근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는 주목할 만한 결단을 보여줬다. 이스라엘군은 완벽하게 움직였다. 남은 전쟁 중에도 우리에겐 결단력과 타당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희망당 합류로 연정 탈퇴를 무기로 휘둘러 온 극우 정당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영향력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4석을 가진 새희망당 합류로 집권 연정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68석을 확보하게 됐다. 연정 참여 중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은 크네세트에서 각 6석, 7석을 점유 중이다.
바닥을 쳤던 리쿠드당 지지율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7월 말 이후 급등했다.
역내 최고 대리 세력으로 꼽혔던 헤즈볼라 수장 사망에 방관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이란은 일단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 <IRNA> 통신에 따르면 29일 모하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략 담당 부통령은 이란이 "적절한 시기에" 나스랄라 암살 관련 이스라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타스님> 통신을 보면 같은 날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모든 정치적, 외교적, 법적, 국제적 역량을 발휘해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국민을 지원하고 침략자를 처벌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 뒤 핵합의 복원 및 제재 해제를 위해 서방과의 대화할 의향을 밝혀 온 이란으로서는 향후 행보 결정이 간단치 않다. 지난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중동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확전을 거듭 경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연설에서 "역내 세력 균형을 바꾸는 것"이 이스라엘의 목표 중 하나라며 계속해서 호전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 군사적 타격을 통해선 균형이 아닌 "혼란"만 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외교 논평가 리드온 라흐만은 29일 칼럼에서 "일부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현 상황을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고 중동의 세력 균형을 바꾼 1967년 6일전쟁(3차 중동전쟁)과 비교하며 흥분 중 "이지만 "기회와 함께 엄청난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남은 미사일로 여전히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반복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특히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지상 침공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이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수렁과 같은 갈등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타격한 뒤 취약한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국민과 영토 관련 기본적 국가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실패 국가(failed state)와 국경을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 뒤 가자지구 전후 통치에 관해서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라흐만은 "하마스 전투원 중 60%는 이전 분쟁 고아 출신으로 추정된다"며 레바논에 대한 파괴적 공격이 "세 새대의 헤즈볼라 병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스라엘 안보에 득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에 새 지역 질서를 가져오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역 혼란이 더 가능성이 높은 결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단기적으로도 하마스 지원 명목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지만 범위가 국경 지대에 그치며 제한적 교전으로 범위를 한정했던 나스랄라와 지도부를 이스라엘이 제거한 뒤 강경파가 지도부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마스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불렸고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 7월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사망한 뒤 이스라엘이 제거 1순위로 꼽는 강경파 야히야 신와르가 하니예의 자리를 대체해 정치국 수장에 오르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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