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최신 기억 선택하는 뇌 속 스위치 규명

이병구 기자 2026. 5.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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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기억력·인지질환 치료 표적 기대"
과거·최신 기억 선택을 조절하는 신경회로 스위치를 표현한 인공지능(AI) 생성 그림. KAIST 제공

뇌가 시간 순서에 따른 기억을 전환하며 상황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는 신경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기억력 감퇴나 인지 유연성 저하 증상을 치료하는 새로운 표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한진희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기억과 학습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내측중격과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해마와 연결된 내측내후각피질을 잇는 신경회로의 기능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4월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공개됐다.

인간은 매일 새로운 경험으로 기억을 업데이트한다. 어제보다 오늘 방문한 식당이 만족스럽다면 기존 기억을 수정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는 식이다. 과거와 현재의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기억 전환' 능력은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미래 예측, 추론 등 고차원 인지 기능의 핵심이다.

기억 전환 기능 이상은 조현병이나 자폐증, 초기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의 핵심 증상 중 하나로 꼽히지만 뇌의 기억 구분·전환 메커니즘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해마의 활동을 조절하고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오도록 돕는 조율자 영역인 내측중격에 주목했다.

쥐 실험 결과 내측 중격의 특정 신경세포가 기억 정보를 처리해 해마로 전달하는 뇌 영역인 내측내후각피질로 신호를 보낼 때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으로 내측중격-내측내후각피질 신경회로를 차단하자 쥐는 최신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대로 행동했다. 해마의 신경 활동도 과거 상태로 되돌아갔다. 해당 회로가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뇌의 활성 상태에 따른 기억 수행 능력도 함께 분석했다. 뇌는 뇌파에 따라 세타파가 활성화되며 활발히 정보를 처리하는 '온라인 상태'와 느린 델타파가 나타나는 '오프라인 상태'를 오간다.

온라인 상태가 오래 유지될수록 최신 기억을 잘 떠올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태 전환이 잦을수록 기억 인출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파 리듬이 기억력과 연결된 중요 지표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성과는 노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나 인지 유연성 저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의 기억 업데이트 메커니즘을 모방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모델 개발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한 교수는 "우리 뇌가 수많은 경험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원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기존에는 기억 인출을 저장된 흔적을 재생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뇌가 경쟁 기억들 사이에서 최신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93-026-02280-6

왼쪽부터 한진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김무준 연구원. KAIST 제공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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