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종신보험 부정수급, 수년 전부터 징후… ‘감독 공백’에 방치
감사 결과 공유받고도 정부·감독당국 ‘모르쇠’
최근 일부 노인 요양 시설 대표들이 운영 자금으로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사례가 드러나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감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수년 전부터 적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장기간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기도 감사위원회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 감사 결과를 보면, 총 11개 시·군에서 관내 요양 시설이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것이 적발돼 처분 요구를 받았다. 경기도는 매년 도내 시·군 4~5곳을 대상으로 종합 감사를 실시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2곳(수원·안산), 2022년 2곳(안성·용인), 2023년 1곳(오산), 2024년 3곳(남양주·가평군·군포), 2025년 3곳(동두천·평택·김포) 등이었다.

‘장기요양기관 설치 및 운영 기준’에 따르면 요양 시설은 공사나 시설 투자 등 장기간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을 위해 환경 개선 충당금이나 운영 충당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자금은 원금 손실이 없는 저축성 상품에 적립해야 하고 상시 현금화가 가능해야 하며, 예금주와 수익자도 시설 명의로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에 적발된 상당수 시설은 이 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종합 감사에서 관련 지적을 받은 동두천시의 경우 일부 시설에서 시설장 개인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작년 9월 이후 보험을 해약해 원금 손실을 보기도 했다. 2023년 적발된 오산시는 시내 요양 시설 2곳이 약 9700만원을 보험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고, 중도 해지 시 약 51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이처럼 부정 운용이 반복되는 동안 시·군의 대처도 미흡했다. 일부 시·군은 보장성 보험 가입 등 문제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문제가 반복되면 소관 부처에 통보하거나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감독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다. 경기도의 감사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감사 시스템’을 통해 공유되지만, 반복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사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감독 체계가 느슨한 사이 최근 일부 요양시설 대표들이 시설 운영비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시설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일정 기간 후 계약자를 자신으로 변경하고 보험을 해지해 환급금을 챙겼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전국 3만여개 비영리 장기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종신보험 가입 현황 전수조사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반복돼 온 문제를 정부와 감독 당국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사태가 확대됐다”면서 “지금이라도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감사 결과를 정부에 정확히 공유하도록 보고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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