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다 잡혀갔는데 ‘전주 의혹’ 김여사는 불기소…4년 수사 결정적 순간들 [저격]

권선우 기자(arma@mk.co.kr) 2024. 10. 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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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47]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4년6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최종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놓은 것입니다.

[자료=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 17일 브리핑을 열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습니다. 주가조작 범행에 이용된 돈의 ‘전주(錢主)’로 김 여사가 지목됐는데, 검찰은 김 여사가 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검찰은 주가조작에 활용된 계좌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김 여사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계좌주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화에서는 지난화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핵심인물 도피 도운 지인들, 1심서 집행유예
2022년 5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핵심 인물이 도피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된 지인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최근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각각 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습니다.

[자료=연합뉴스]
A씨 등은 2021년 9~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모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2021년 8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같은 해 9월 말 도주했습니다. 이씨는 같은 해 10월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도 불출석해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이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의 부하직원인 A씨는 이씨를 차에 태우고 다니며 채권자들을 만나게 하거나, 도피생활을 할 동안 복용할 약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A씨는 또 이씨로부터 “대전이든 어디든 지방으로 내려가 내 휴대전화로 와이프한테 전화를 한 통 걸고, 휴대전화를 그 곳에 버리고 올라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휴대전화는 수서역 주차장에 두고 이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대전 지역으로 이동해 이씨의 휴대전화로 이씨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이씨가 대전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혐의도 받았습니다.

함께 기소된 이씨의 지인 B씨와 C씨도 이씨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차명 휴대전화를 개설해 전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들이 수사가 진행 중인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도피하게 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로 인해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돼 그 책임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나름대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아직까지 동종의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며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과 환경 등 제반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장모·도이치모터스 수사한 검사들, ‘사표 또 사표’
그런 와중에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검찰 후속 인사에서도 ‘코드인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설 땅이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검사들이 줄지어 사표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장모 최은순 씨, 요양급여 부정수급 2심 공판 출석 [자료=연합뉴스]
당시 윤 대통령 장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박순배 광주지검 형사2부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법무부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박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으로 근무하던 2020년 11월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최씨는 자격이 없음에도 불법으로 의료 재단을 설립하고, 요양병원 운영에 관여해 23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박기태 청주지검 형사3부장검사(35기)도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박기태 부장검사는 2021년 7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검사로 있으면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했습니다.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2021년 12월 도이치모터스 대표 권오수 회장 등을 구속기소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종결 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취임 후 벌어진 줄사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당시 ‘윤석열 사단’과 ‘특수 라인’으로 꼽히는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면서 여기에 속하지 못한 검사 수십 명이 옷을 벗었습니다.

도이치 주가조작 권오수 1심 유죄...일부 관련자 면소 및 무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권오수 회장 등 재판에서 2022년 12월 최종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2009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전체 분석 기간 동안 김건희는 13억9000만원을, 최은순은 9억 원대 수익을 올렸다고 의견서에 적시해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법정 들어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자료=연합뉴스]
2023년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주가조작 ‘선수’ 등 가담자들에게도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주가조작 가담자 5명에 대해서도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시기 ‘선수’로 지목된 이모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씨의 경우 도이치모터수 주가조작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본인이 운영한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주가조작 2차 시기 ‘선수’였던 김아무개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억원이 선고됐습니다.

다만 주가조작에 돈을 댄 혐의를 받은 ‘전주’ 손모씨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권오수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주가관리형 시세조종의 동기가 있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시세차익 추구 및 별도 이익취득 동기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시세조종행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었다. 공범들의 시세차익 추구의 측면에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주가조작 1단계(2009년 12월 23일~2010년 9월 20일)와 2단계 일부(2010년 9월 24일~2010년 10월 20일) 시기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됐다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2009년 12월부터 3년동안 이어진 주가조작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구체적 범행 수단 등이 다르고 그 시간적 간격도 달라 단일한 범의에 따른 일련의 행위로 보기 어려울 경우 이를 포괄일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걸쳐 이뤄진(주가조작 2~5단계 시기)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30개 중 101개를 유죄로, 현실거래 시세조종 3702건 중 3083건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의 경우 이같은 주가조작 행위를 통해 8900여만 원의 이익을 실현했고, 유죄가 인정된 나머지 공범 6명 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이모씨는 1억1000여만 원, 증권사 직원 김모씨는 4200여만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봤습니다. 반대로 ‘전주’ 손모씨는 1억900여만 원, 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회사 자금을 동원했던 이모씨는 5200여만 원 등 수천만 원 이상을 손해본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또 권오수 전 회장 등이 시장에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와 비정상적 매수유도행위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대량매집하거나 대량매집계좌를 동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일당은 재판 중…대법 최종 판단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수사는 4년 6개월 만에 일단락됐지만, 사건 주범과 방조범 등 가담자 14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대법원 전경 [자료=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은 심급별로 하나씩, 총 3개가 있습니다. 기소된 14명 중 10명이 1심 또는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주모자인 권씨, 각각 1·2차 시세조종 주범으로 일명 ‘주포’ 또는 선수로 불리는 이모씨와 김모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항소심에서 방조범으로 인정된 ‘전문 투자자’ 손모씨 등 9명의 상고심 사건은 지난 11일 대법원에 접수됐습니다. 아직 사건 배당이 이뤄지거나 주심 대법관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들 모두 지난달 12일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판결에 불복해 일제히 상고했습니다.

또 다른 주범,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직원이었던 민모씨는 이들과는 별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민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다음 달 12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 심리로 열릴 예정입니다.

이 외에 이모씨 등 4명도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중 손씨처럼 전문 투자자인 3명은 방조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2명이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당초 5명이 2021년 약식기소 돼 이듬해 정식재판에 회부됐으나, 한 명이 지난해 돌연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변론이 종결된 뒤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추정’, 즉 추후 지정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사이 검찰은 지난해 7월 권씨 일당의 재판과 같은 취지로 이들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가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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