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새 국면'… 고려아연-MBK, 정부 직접 개입하나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기로 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으로 진입한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고문. /사진=각 사 제공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에 들어가면서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을 맞았다.

MBK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가격은 각 회사의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공개매수가가 이미 기존 주주들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가격이며, 현재 가격 이상의 추가적인 가격 경쟁은 추후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추가 인상 여부와 상관 없이 이같이 결정했다"며 "추가적 가격 경쟁으로 인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MBK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정부 입장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 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 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해 투자자 피해 우려가 높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 등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이날 MBK가 발표한 입장은 지난달 13일 자신들이 시작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기하지 않고 오는 14일까지 공개매수를 유지해 투자자를 계속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지난 2일 이미 법원이 허용한 당사의 적법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14일 이후 만료된다는 점과 지난 가처분 결정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 2차 가처분 결정 또한 14일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사정을 최대한 악용해 당사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저지될 수 있으니 14일까지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것은 또 다른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이며 회사의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가 진정으로 고려아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생각하고 스스로 초래한 시장혼란을바로잡고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적대적 공개매수를 14일까지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적법하게 철회해야 한다"며 "또 법원이 허용해 진행되고 있는 회사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무의미한 2차 가처분을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허용해 진행 중인 자기주식 공개매수 및 소각을 완료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주환원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것이 주가의 불안정 등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이 사태가 종료된 이후 시장 안정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유일하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cocory098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