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자주 놀러가던 우정의 장소 PC방. 그런데 요즘 동네 PC방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요즘 자주 가던 PC방들이 많이 문을 닫는 거 같던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과 이용자층의 ‘고인물’화와 비용 상승, 그나마 살아나던 기세를 꺾어버린 코로나19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단 PC방들이 문을 닫는 건 통계로 확인된다. PC방 수는 2000년대 정점을 찍은 뒤 2010년대 들어 계속 내리막길이었고, 2010년대 후반 잠깐 살아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급격하게 다시 곤두박질 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왜 그렇게 많이 망하는 걸까.
첫번째 이용자층의 ‘고인물’화다. 일단 게임부터가 고인물인데, 5년 전과 올해 6월 PC게임 순위를 비교하면 5위 안에 들어온 신작은 ‘발로란트’뿐이고 이것도 점유율은 7%로 1위 LOL의 5분의 1 정도다. 심지어 1998년작인 ‘한국인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가 여전히 순위권이다.

결국 히트쳤다고 할만한 PC게임 신작이 안 나온다는 얘긴데 이건 게임 개발사들의 트렌드 자체가 개발에 공이 적게 들고 돈도 잘 벌리는 모바일 게임 중심이 된 영향이 크다. 그나마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워낙 레드오션이다보니 일부 PC게임으로 돌아오는 경향은 있지만, 멀티플레이 게임보다는 집에서 혼자 하는 솔로플레이 쪽이 주된 방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
“대형 게임사 같은 경우에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캐시카우 정책, 그러니까 캐시카우로 많이 바라보고 개발을 많이 하는데 약간 (혼자 하는) 콘솔 게임 같은 개념으로 PC게임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방향”
PC게임 대작이 없었던 건 아닌데, 일례로 지난해 나온 디아블로4 같은 경우는 PC방 업계에서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대보다 작품성이 별로라 사람들이 찾지 않았고, 또 모바일과 PC게임에 어중간하게 발을 걸친 게임이라 PC방으로 사람들을 데려오지도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PC방에 오는 사람들도 고인물화 됐다. 아이들은 떠나고, 전부터 PC방을 찾던 어른들만 남아서 예전에 하던 게임을 하고 있는 거다. 게다가 학령인구도 점점 줄고 있으니 유입이 없어서 서서히 망해가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임수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서울 서대문구 PC방 19년째 운영]
"고등학생들이 PC방 오는 게 좀 줄었어요. 수가 많이. (예전엔 학생 비중이) 한 50% 이상 됐죠. 지금은 학생 비중이 한 20%밖에 안 되는 것 같은..."

PC방 이용자의 연령대만 뽑아낸 통계는 찾기 어렵지만 짐작할만한 다른 지표는 있다. 10년 전만해도 PC방이 가장 붐비는 피크타임은 중·고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였다.그러던 게 올해 통계에선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오는 밤 9시가 됐다.
두번째 이유는 물가상승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오르고 전기세가 폭등했지만 PC방은 컴퓨터와 냉방비, 난방비 등으로 전기세를 많이 먹는 편임에도 오히려 요금을 올리기는 어려웠다. PC방에 있는 고사양 컴퓨터의 가격이 코인 열풍 탓에 한참 올라버린 것도 문제였다.

PC방의 경우 태생부터가 적은 돈으로 여럿이서 즐기는 ‘가성비’ 놀이터라 이용자들이 요금 인상에 다른 업종보다 더 민감하다. 게다가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보니 함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망하는 곳이 많아지다보니 대규모 매장만 남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겼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PC방 1개당 컴퓨터 수는 대부분 50~80대 정도였는데, 현재는 평균 보유 컴퓨터 수가 100대에 육박한다.

[임수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 / 서울 서대문구 PC방 19년째 운영]
"이제 50대나 70대로는 이제 타산이 나오지가 않아요. 동네에서 5개가 (있던 게) 없어지고 3개나 2개가 있던가 (매장은) 넓어지고 (수는) 줄어들고..."
수익이 줄자 생긴 또다른 현상이 ‘PC토랑(PC방+레스토랑)’화인데, 쉽게 말해 PC방에서 과자 라면, 음료수는 물론 돈까스, 볶음밥에 심지어 보쌈, 부대찌개처럼 식당에서 먹을법한 요리를 파는 걸 말한다. 거의 대부분의 PC방이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데 고물가 시대에 직장인들이 다른 식당보다 가격이 싼 PC방에서 아예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법률상으로 PC방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 제공업’인데, 요리를 파는 곳은 ‘휴게음식점영업’으로도 복수 등록돼 있다. 이러면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건강진단과 보건증 소지, 매년 식품위생교육 이수 등 의무가 생기는데, 귀찮음을 다 감수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것.
다만 반전의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대 후반 ‘LOL의 신’ 페이커가 등장하고 2017년 히트작 ‘배틀그라운드’가 나오면서 게임인구가 늘자 PC방은 약 3년간 짧은 부흥기를 누렸다.

이런 ‘제 2의 전성기’를 꺾은 게 코로나19 팬데믹이었는데, 2020년 한해 동안 전국 약 1만2000개 PC방 중 2000개 가까이, 그러니까 약 16% 정도가 한꺼번에 망해버렸고 팬데믹 이후에도 쭉 하락세다. 그러니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마저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살아날 희망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