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플로우]가 국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화제다. [플로우]는 대사 없이 오직 이미지와 음악만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대사 없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물의 언어│ [플로우] (FLOW)
침묵 속 흐르는 생존의 연대
라트비아, 프랑스, 벨기에가 합작한 애니메이션 [플로우]는 한국에서 2025년 3월 19일에 개봉했다. 대화가 없는 독특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으로,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는 인터뷰에서 "대사 없이도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대홍수 속에서 고양이가 카피바라, 링테일 여우원숭이, 골든 리트리버, 비서조와 함께 생존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다. 물에 잠긴 도시를 항해하며 서로 다른 동물들이 보여주는 협력과 연대의 메시지가 핵심이다.
[플로우]의 시각적 스타일은 디즈니나 픽사의 사실적인 3D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회화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움직임과 특성은 실제 동물을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뉴질랜드 RNZ의 댄 슬레빈은 "관객들이 해마다 다시 찾게 될 클래식이 될 운명"이라고 극찬했다.

우주 로맨스 │[월-E] (Wall-E)
기계음만으로 그려낸 사랑
픽사의 [월-E]는 한국에서 2008년 8월 6일 개봉한 SF 로맨스 애니메이션으로, 앤드루 스탠턴 감독의 대담한 선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타워즈의 음향 디자인 거장 벤 버트가 만들어낸 월-E와 이브의 기계음은 단어 대신 감정을 담아내 풍부한 감정 표현을 가능케 했다. 복잡한 대사 없이도 로봇의 몸짓과 '눈'의 움직임만으로 사랑, 외로움, 호기심, 용기와 같은 인간의 깊은 감정을 깊게 전달한다.
"대사가 적은 영화는 관객이 화면의 시각적 디테일과 음악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라고 스탠턴 감독은 설명했다. 실제로 월-E는 황폐한 지구와 기계화된 우주선의 대비를 통해 환경, 소비주의, 기술 의존에 관한 메시지를 대사 없이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독특한 접근법 덕분에 타임지의 리처드 콜리스가 ‘2008년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선정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독한 항해 │[올 이즈 로스트] (All Is Lost)
비다와 한 남자의 소리없는 대화
2013년 10월 18일 미국에서 개봉된 J.C. 찬도어 감독의 생존 드라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유일한 출연자로 단 51개의 대사만 선보인다. 인도양에서 홀로 항해 중 침몰 위기에 처한 남자가 8일간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찬도어 감독은 "그는 두려움에서 인내로, 지루함에서 공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을 여정으로 데려간다"라고 레드포드의 비언어적 연기력을 극찬했다. 타이타닉 촬영지였던 멕시코 바하 스튜디오에서 주로 촬영됐으며 칸영화제 상영 후, 골든글로브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수상했다. 대사 없이도 레드포드의 주름진 표정과 지친 눈빛만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하며, 현대 영화계에 침묵의 힘을 일깨우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야생의 속삭임│ [곰] (The Bear, L'Ours)
푸른 숲이 전하는 원초적 우정
1988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작품으로 대사 없이도 야생의 감동을 전하는 독특한 프랑스 어드벤처 가족 영화이다. 1885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를 배경으로, 어미를 잃은 곰 새끼와 성체 코디악 곰의 우정을 그린다.
실제 훈련된 2.74미터 크기의 코디악 곰 '바트 더 베어'와 새끼 곰 '유크'의 놀라운 연기가 돋보인다. 자연에서는 불가능한 두 곰의 관계를 특별한 훈련과 촬영 기법으로 구현해냈다. 인간 사냥꾼들의 위협 속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생존하는 곰들의 여정이 마치 실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자비, 보호, 생존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은 이 영화는 인간의 말 없이도 동물들의 행동과 표정만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평론가 데렉 부세는 이 작품을 디즈니의 [밤비]와 [덤보]에 비유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야생의 순수함을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ㅣ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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