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야수 때로는 원수

7월 23일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KIA 선수들. <KIA 타이거즈 제공>

얼마 전에 SNS에서 보고 웃음이 터진 글이 있다.

‘투수와 야수가 같은 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서로 죽일까 봐?’

글 내용대로 투수와 야수는 1호차와 2호차 다른 버스로 이동한다.

투수와 야수는 스케줄도 다르고 성향도 많이 다르다.

투타의 밸런스가 좋은 팀이 흔히 말하는 강팀이다.

투타가 제대로 엇박자가 나는 날에는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서로 원수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표현한 글에 웃음이 터졌었다.

투수도 야수도 모두 잘해서 경기가 잘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야구라는 게 참 어렵다.

혼자 잘해서 이길 수도 없고, 투수가 잘했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점수가 나야 승리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야수가 아무리 열심히 때려도, 투수가 막아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선발은 잘했는데, 불펜이 무너지는 날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같이 달리는 이들이다.

그라운드에서의 투타의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밸런스, 팀워크가 중요하다.

144경기를 달려야 하는 만큼 아쉬운 순간은 빨리 털어내고, 매일 100%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KIA에 주어진 숙제 ‘밸런스’다.

KIA 이의리가 지난 20일 NC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투수 뒤에는 항상 야수들과 팬들이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중요했던 한화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면서, 시즌 출발하면서 내세웠던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시즌 1위는 쉽지 않은 고지가 된 만큼 현실적인 ‘2위’를 생각하면서 후반기를 시작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KIA는 기록적인 폭우로 3경기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20일 뒤늦게 후반기 첫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KIA는 NC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9회 마지막 위기가 있었지만 어찌 됐든 이겼다.

이의리가 이의리답게 돌아왔고, 나성범과 김선빈까지 나란히 타석에 등장한 날 KIA는 승리로 후반기를 열었다.

그 분위기를 이어 KIA는 LG와의 주중 3연전을 시작했다.

2.5경기 차에서 광주를 찾은 LG였던 만큼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틀 연속 충격의 패배가 남았다.

같은 경기를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비슷한 흐름으로 KIA는 이틀 연속 혼돈의 패배를 기록했다.

승리를 지켜줘야 하는 필승조가 이틀 연속 고개를 숙였다.

‘함평 타이거즈’로 놀라운 질주를 하면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시작한 후반기, KIA는 큰 위기를 맞았다.

투타의 엇박자로 제대로 꼬여버린 실타래.

그래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가 실타래를 풀면서 가야 한다.

투수, 야수이기에 앞서 이들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동료들이다.

부상 복귀전에서 야수진의 수비 도움을 받아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KIA 이의리. /김여울 기자

1년의 기다림을 끝내고 마운드로 돌아온 이의리는 복귀전이 끝난 뒤 야수들을 향해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이날 김호령과 박찬호는 감탄사를 부르는 수비를 보여주면서 이의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이의리도 안다. 투수들은 도움을 받는 자리라는 걸.

이의리는 “투수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까 잘 지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야수가 힘들다. 투수도 물론 힘들지만 야수는 9이닝 동안 땡볕에서 고생한다. 투수는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고, 야수는 3시간 동안 집중해야 한다. 야수들한테 잘해줘야 한다. 서로 존중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중을 이야기했지만 경기 중 예민한 순간에는 야수들이 미울 때도 있다.

이의리는 “에러하거나 그러면 그런 감정도 있지만 그러면 한도 끝도 없다”며 “모든 선수와 잘 지내려고 한다. 야구장 안에서만큼은 같은 팀이다. 야구장 안에서는 야구 이야기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설명했다.

투수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있지만 야수들도 투수들에게는 좋은 스승이다.

이의리는 “투수 형들에게는 경기 운영을 많이 물어보는 것 같고, 타자 형들에게는 그 순간의 타이밍을 묻는다. 중요한 순간, 찬스에서, 점수 차가 타이트하거나 많이 나는 상황 등을 물어본다”고 이야기했다.

박찬호도 야구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형이자 믿는 동료다.

이의리는 “타자로서도 많이 이야기해 주고, 뒤에서도 보이니까 이야기도 해준다. 이번 시합 때도 급하다고 이야기 해줬다. 찬호 형이 야구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친한 것 같다”고 말했다.

KIA 박찬호는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원팀을 강조한다. <KIA 타이거즈 제공>

박찬호가 보는 야수와 투수는 어떤 모습일까?

“투수들이 야수한테 잘해줘야 한다”면서 웃은 박찬호는 “누가 잘났다, 못났다가 아니라 야수들이 플레이하고 점수 뽑는 것은 투수들이 도와줄 수 없다. 투수는 다 삼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야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뒤에서 투수들을 지켜보고, 투수들은 지켜주는 야수 입장에서 점수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박찬호는 “투수들이 점수 주는 것으로는 화가 안 난다. 점수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템포 생각 안하고, 자기만의 야구를 하거나 자기 공 던진 것만 생각할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투수가 점수 주고 싶어서 주겠나. 그걸 어쩔 수 없다”며 “투수들도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까 템포를 줄이거나 최대한 빨리 던지려고 하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야수도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투수들이 흔들릴 때 뒤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승리’다.

박찬호는 “이겨야 하니까 투수들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다. 의리 같은 경우도 주자가 1루 나가면 빠르다. 세트 포지션 할 때 빨리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의리야 빨라’ 이야기해 준다”고 설명했다.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마운드에 서 있어야 하는 투수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 무대가 1년 만에 맞는 부상 복귀전이라면 그 긴장감은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박찬호는 이의리에게 내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한 번씩 의리와 내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3구 안에 아웃카운트 잡으면 만 원씩 주기로 했다. 거기서 볼넷을 주면 까는 걸로 했다. 의리 용돈벌이 하라고 이야기했다. 의리한테 용돈 줘야 한다”고 웃었다.

투수와 야수를 함께 이끌어야 하는 김태군은 포수는 독해야 한다고 말한다. <KIA 타이거즈 제공>

결이 다른 투수와 야수를 모두 아우르는 포지션이 있다. 바로 포수다.

“투수, 야수 다 이해된다”는 김태군은 “포수 입장에서는 양쪽 다 죽이고 싶은 날도 있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김태군의 표현을 빌리면 22·23일 패배는 ‘서로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패배’다.

내내 답답한 타격을 하다가 뒤집었는데 다시 뒤집어지니, 사람이니까 서로가 머쓱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경기는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나올 수 있다는 게 김태군의 이야기다.

김태군은 “이런 경기는 시즌 하다 보면 10경기 정도는 나온다. 야수들이 잘해서 이기는 경우가 20경기, 투수들이 잘해서 이기는 게 20경기 정도다. 어떤 것을 해도 44승은 한다. 아무리 잘해도 44패는 한다”며 “나머지는 어떻게 팀적으로 잘 풀어가는지에 따라서 5강, 상위권, 우승이 결정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남은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팀’이다. 야수와 투수를 하나로 묶어야 하는 만큼 포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김태군은 “성향이 다르다. 투수는 혼자이고 개인 성적이 중요하다. 야수는 팀플레이가 많다. 매일 같은 포메이션으로 하는 팀플레이가 많기 때문에 양쪽 다 이해된다”며 “웬만한 성격, 그릇으로는 포수를 할 수 없다. 위에 선배들, 형 있고 밑으로 동생들도 있고 웬만한 성격이나 그릇으로 포수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포수는 못 돼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어렸을 때 선배들한테 어린놈이 저런다고 선배들한테 혼도 많이 났다. 그런데 유니폼 입고 있을 때는 포수가 대장이다. NC에 있을 때 24~25살 정도였는데 이호준 감독님, 시헌이 형, 종욱이 형 등이 있었다. 선배들이 나이 어리지만 시합 나가서 다 하라고 했었다.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욕먹는 것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투수와 야수의 엇박자로 쓴 연패를 기록한 KIA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오랜 시간 많은 경기를 하면서 투수·야수들을 모두 끌고 왔던 김태군에게도 쉽지 않은 한 주가 될 전망이다.

머쓱했던 순간을 지우고,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원팀’으로 싸워야 하는 우선 과제가 KIA에 주어졌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