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참 뜨거웠던 ‘라인(LINE) 사태’ 아직도 기억하는 왱구님들 있을까? 네이버가 개발한 국산 애플리케이션 라인이 일본에 꽁으로 넘어간다며 엄청 시끌시끌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라인은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 ‘네이버 라인이 정말 일본에 넘어갔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라인이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장 지분 구조가 달라진 건 없지만, 일본 기업의 라인 내 입김이 세지고 있기 때문.

‘아니 왜 바보같이 네이버는 일본 정부한테 당하고만 있나’ 궁금했던 왱구도 있을텐데, 이유는 영상을 끝까지 보면 안다.

라인은 2011년 네이버 일본 자회사 NHN재팬이 만든 서비스다.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당시 제너럴매니저가 개발을 지휘했다. 아날로그 천국이던 일본에서 라인은 단숨에 국민 앱이 됐고, 온라인 결제, 뉴스, 진료 등 일상 속에 파고들었다.

라인이 성공하자 곧바로 견제가 들어왔다. 일본 우익들은 서비스 초기부터 “한국이 라인으로 감청을 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일본인에게 이런 얘기는 꽤 먹혔다.

그러자 네이버는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는 말로 민심을 달랬다.이사회 다수가 일본인에, 일본 법을 따르고, 세금도 내니 걱정하지 말란 얘기였다.

2010년대 후반, 라인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네이버는 일본 대표 IT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라인과 야후재팬을 합쳐 ‘라인야후’를 출범시킨다.

지분은 반반으로 나눴지만 이사회 구성은 소프트뱅크 쪽이 다수로 실질적 경영권을 쥐는 구조였다. 대신 네이버는 기술개발권을, 즉 라인이 쓸 기술을 개발하고 대가를 받는 쪽으로 정리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그 시점에서 이미 경영의 주도권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가 있었어요. 이사진 구성에서부터 모든 게 불리하게 되어 있고.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게, 당시 네이버는 웹툰과 AI에 집중하느라 공격적인 투자를 할 여력도 없고, 또 일본 우익으로부터 견제를 당하는 판이라현지기업 소뱅과 합작하는 게 도움이 될 걸로 본 거다.

그러나 이 결정은 결국 독이 됐다. 합병 한달 만에 라인의 중국 인력이 일본인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단 게 보도되며 논란이 터졌다.

실제 유출은 없었지만 여론은 격앙됐고,결정적으로 재작년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다. 또 지난해 말엔 사진 공유 서비스 ‘라인 앨범’에서 개인이미지 정보가 수만 건 유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자 원래 라인을 고깝게 보던, 우익에 경도된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향해 지분 반쪽을 추가로 소프트뱅크에 팔라고 압박을 넣게 됐다. 얼마나 웃기는 거냐면 정부가 기업더러 대주주 자리를 넘기라고 협박한 것.

네이버는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건 일본 정부와 척진다는 건데,일본 여론에 이어 정부까지 적으로 돌리기는 불가능했기 때문. 심지어 네이버가 골치아픈 라인을 저 때 털어버리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네이버의 본심은 매각이었어요. 주도권이 소뱅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네이버 얘네들 같은 경우는 자기들이 여기서 버티고 해봐야 별 득이 없다라고 판단을 했던 거예요.

여기서 반전. 네이버는 결국 지분 반쪽을 넘기지는 않았다. 지난 3월 말 라인야후는 정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지분 양도 내용은 빠졌다. 총리가 바뀌고 강경파가 몰락하는 등 일본 정치 변화에 네이버가 잘 묻어간 거다.

그래도 여파는 있는 모양. 지난해 6월 라인야후 이사진이 개편됐는데, 표면상 사내이사 중 소뱅 쪽 1명, 네이버 쪽 1명이 물러난 거지만 어차피 기존 한국인 이사가 네이버 쪽 신중호 이사뿐이라 실제론 이사진이 몽땅 일본인이 된 것.

또 네이버 쪽 결제서비스 ‘라인페이’를 소뱅 쪽 서비스 ‘야후 페이페이’가 대체했다. 또 라인야후는 기술 자회사 ‘Z 랩’을 합병했는데,이건 네이버 쪽 기술로부터 독립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정리하면 지분은 그대로지만 경영권은 원래도 일본 쪽에 기울었던 게 더 기운 거고, 네이버 측이 갖고 있던 기술개발권도 점차 잃어가는 상황.

첨부터 소뱅이 정부와 손잡고 네이버의 뒤통수를 친 거란 주장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소뱅 쪽과 합병이 되자마자 개인정보 이슈가 줄줄이 터지고, 또 자민당 간부가 소뱅 회장과 독대해 지시한 정황 등 찜찜한 구석이 있긴 하다. 이대로라면 라인이 정말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