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나오는 번호판이 안 보이는 이유
이 사진을 보라. 버스 탑승문 위에 마치 작은 깃발처럼 달려있는 번호판인데 문이 닫히면 안 보이다가 문이 열리면 번호판이 튀어나온다.
정류장에 여러 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들어와도 번호 식별이 쉬워서 편리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돌출형 번호판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돌출형 버스번호판이 왜 사라진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돌출형 버스번호판은 10년전쯤 한 버스회사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걸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 여러 지자체에서 도입하면서 확산됐다. 복잡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식별하기 편리하다는 호평을 들었다.
그런데 여러 버스회사에 확인해보니 이제는 사실상 사라질 운명처럼 보였다. 첫째 안전 문제와 관리의 어려움. 서울시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승객들이 번호판으로 인해 다치면서 민원이 꽤 들어왔다고 한다.
[서울시버스운송조합 관계자]
“정류소에 있다 보면 그게 이제 키가 크신 분들한테는 다칠 우려가 있고 그런 민원들이 있어서 이제 사업을 따로 지금 진행하고 있지 않거든요.”
가로수에 부딪히거나 주차할 때 부서지기 쉬워 관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강한 햇빛을 받으면 번호판이 탈색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교체도 필요하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차 거의 붙어가지고 주차하고 막 그러잖아요. 그렇게 되면 열리면서 꺾이면서 파손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정유소 시설물이랑 부딪혀가지고 파손되는 경우도 있고”
대다수의 버스 회사들은 돌출형 번호판을 뗀 상태라고 한다. 올해 4월에 돌출형 번호판을 전부 없앴다는 버스회사에선 이렇게 말했다.
[도선여객 관계자]
“일단 저희는 전 차량 다 탈거를 했어요. 지금은 있는 회사도 있고요. 없는 회사도 있고 그래요. 자꾸 부러지고 그래가지고요. 그게 판이 약해가지고 …”
경기도 부천시도 2020년 돌출형 버스번호판을 일시적으로 진행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현재는 사업이 없어졌다고 한다.
둘째, 광고시장의 외면. 돌출형 버스번호판을 도입할 때 지자체에선 내심 이걸로 광고를 유치해보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이 작은 공간에 그럴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계획은 있었다는 건데 번호판을 자세히 보면 숫자 아래에 색칠된 네모난 공간이 보이는데 여기에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2015년 정부가 돌출형 번호판은 광고가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번호판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거기다 광고면이 협소해 사업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서울시 관계자]
“행자부(현재 행정안전부) 의견 나온 다음에 그냥 (광고가) 아예 무기한 보류됐어요. 그래서 지금 현재로는 광고 사업자가 없는 상황이고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행자부의 의견이 있기 전에도 계속 유찰이 됐었어요. 그러니까 광고 시장성이 없다. 왜냐하면 광고면이 워낙 협소하기 때문에”
정부가 뒤늦게 2016년 보도자료를 통해 규제완화 차원에서 광고를 풀어주긴 했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어버렸다.
결국 광고 효과를 노리고 돌출형 버스번호판을 설치했던 업체들은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광고 회사가 버스에 번호판을 설치하고 매출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였지만 수익이 없으니 번호판을 설치하거나 고쳐줄 업체가 사라진 것.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돌출형 버스번호판은 이전 설치된 걸 그대로 달고 다니는 것들뿐이다. 거기다 요즘은 LED 번호판으로 새벽이나 늦은 밤 시간에도 번호가 잘 보이기 때문에 돌출형을 더 설치할 계획은 없고 편의를 위해 최대한 유지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
“현재 (돌출형 번호판) 그냥 부착돼 있는데 별도의 관리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LED 전광판이 있더라도 바짝바짝 붙어 있는 상황에서는 번호 버스 번호 확인할 수 있는 그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냥 현 상태 유지하는 쪽으로 …”
버스가 줄 지어 있을 때 여전히 번호판이 보이지 않아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하지만 앞으로 돌출형 번호판이 설치될 계획은 없기 때문에 결국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