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이코노미] '원전서 풍력까지' 두산에너빌리티, 빛보는 포트폴리오

정책이 바뀌면 시장이 바뀝니다. 전환의 기로에서 각 산업의 미래와 전략을 들여다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에 공급하는 가압기(Pressurizer)의 하부와 측면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홈페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에너지정책은 인프라기업에게 기회이자 리스크다. 이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축을 모두 겨냥한 전략 포트폴리오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 주기기 시장의 독보적 사업자인 두산에너빌리티는 보수 진영의 원전 확대 정책 아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동시에 수소터빈, 풍력, 전력기기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며 정권 교체와 무관한 실익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원전 생태계 강화 기조, 수주 드라이브 불 지필까

두산에너빌리티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APR1400, OPR1000 등 국내외 30기 이상 원전 주기기를 제작한 국내 유일의 민간 원전 기자재 메이커다. 신한울 3·4호기와 체코 신규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현재는 연간 4조원 규모의 원전 기자재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보수 진영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전략은 두산에너빌리티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 요인이다. 특히 대형 원전 추가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기조는 분명한 기회 요소다. 관련 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대형 원전 설비의 신규 수주뿐 아니라 SMR 부품 공급 확대를 통한 직간접적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8년까지 핵심사업 매출을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는 1조3700억원에 달했으며 연간 수주 목표도 유지 중이다.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기술에서의 선제적 투자와 수주 확보를 병행하며 글로벌 원전 생태계의 핵심 벤더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정책의 방향성이 원전 비중 확대 쪽으로 기운다면 산업 전반에도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원전은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용 전력요금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제조업계 전반의 원가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망 안정성 확보 및 에너지 수입 의존도 축소와 같은 간접 효과 역시 원전 확대의 구조적 이점으로 꼽힌다.

원전엔 속도, 재생엔 기술…다층 전략 구도 빛 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전원 체계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사업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원전 신규 건설보다는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송전망 등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 경우 원전 기자재 수주는 보수 정권 집권 하에서보다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보 정당 주도의 정권이 마냥 악재로만 읽히는 것은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그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전략의 축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은 원전 외에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한국 최초 독자 개발) △수소 연소터빈(2027년 상용화 목표) △해상풍력(10MW급 국산화 실증 중) 등 다수의 에너지 전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등은 모두 전력망 인프라 확장을 동반한다. 이는 두산에너지빌리티의 보유한 전력기기·가스터빈·ESS 연계 기술에 새로운 수요처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한 진보 진영은 물론 원전 확대를 강조한 보수 진영 역시 '에너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 구상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분산형 전원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양당 간 에너지 정책이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두산은 어떤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일정 부분 기회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미 확보한 대형 원전 프로젝트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울 3·4호기, 체코 및 이집트 신규 원전 등은 다년간의 국가 전력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중장기 사업으로 정권 성향에 따른 급격한 방향 전환보다는 기존 계획의 연속성이 우선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누가 당선되든 회사 입장에서는 수혜·비수혜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전, 수소, 풍력, 가스터빈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약에 따라 각각의 포인트에서 기회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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