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만든 무기인데 돈은 한국이 번다, 한국 잠수함이 인기 있는 이유

지난 10월 17일부터 6일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단체 전시회 2023'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 전시회에는 전 세계 34개국 550개 업체가 참가해 2,320개 부스를 운영했는데 이 전시회에서 체결된 계약이 60억 달러, 한국 돈으로 무려 8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업체는 한화오션이었는데 폴란드, 필리핀,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군 관계자들이 전부 한화오션 부스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눈여겨 본 것은 3,000톤급 중형 잠수함 '장보고 3 배치2'였습니다.

한화오션의 차세대 잠수함 장보고3 배치2의 가장 큰 특징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공기불요추진체계 AIP를 탑재했다는 점인데 리튬 배터리의 특징은 무게는 가볍지만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 장기간 장거리 잠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으로 떠오를 필요 없이 최대 20일까지 작전이 가능한데요. 이는 핵추진 잠수함을 제외하고 잠항 능력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쨌든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없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차세대 잠수함이기 때문에 수많은 국가가 눈독을 들이고 있기도 한데요. 폴란드, 필리핀,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급격한 군사력 확장으로 자주 국방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잠수함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5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2~3척의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이며, 필리핀은 약 3조 원을 들여 잠수함 2척을 발주, 필리핀 군 관계자들은 10월 말 한화오션 조선소와 해군 잠수함사령부를 비밀리에 방문해 잠수함의 건조와 운용 현황 등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기대가 큰 사업은 아무래도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 잠수함 사업입니다. 많은 분들이 캐나다가 60조 원을 투입해 잠수함 12척을 구매할 것이라는 점에 의문을 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캐나다는 영토로만 국한한다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입니다. 영토가 거대한 만큼 해안선의 길이도 상당한데 무려 20kmm에 달한다고 하죠. 그리고 이 해안선이 캐나다에게는 쥐약입니다. 북극해를 두고 동쪽으로 러시아가, 서쪽으로 중국이 핵잠수함으로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캐나다에 잠수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빅토리아급이라 불리는 잠수함이 있기는 한데 2000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구매한 함령 40년 노후 잠수함이라는 것이 함정, 벌써 퇴역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잠수함을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도크에서 수리하는 데 소모하고 있으며, 유지보수에 벌써 2조원을 썼다고 하죠. 심지어는 작전 중 대서양 한복판에서 불이 나기도 했으니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상황입니다.

왜 캐나다는 선진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미국 때문입니다. 아니 미국을 너무 믿었던 탓에 캐나다 안보는 흔적만 남겼기 때문인데요. 캐나다와 국경을 접한 미국은 잘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가진 세계 최강대국입니다. 당연히 전 세계 그 어떤 국가도 미국을 선제 공격하거나 공습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고, 캐나다도 함부로 공격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캐나다 공격하려다 실수로 미국에 미사일 한 방이라도 떨어지는 순간 지구에서 사라져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캐나다는 냉전 후 해상 주권을 아예 미국에 넘겨줬기 때문에 태평양 방어는 미 해군 제3함대가, 대서양 방어는 미 해군 제2함대가 담당합니다. 그러다 문제가 터집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군비를 확장할 필요가 있었으나 심각한 재정위기로 인해 시퀘스터, 즉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예산 삭감이 발동된 겁니다. 그 중 국방비가 무려 50조 원이 삭감됐죠.

당연히 미국 안보에 공백이 생기게 됐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캐나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죠.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부터 캐나다에서 우선 해안이라도 지키자며 3,000톤급 이상의 신형 재래식 잠수함 도입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그러다 2021년 육군 4성 장군 웨인D. 에어 대장이 국방참모총장에 취임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이제 두 국가 정도로 압축됐습니다. 한국과 일본입니다.

위 아덱스2023에서 캐나다가 한화오션 부스를 찾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5월 10일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군 당국자들은 캐나다 총리 방한에 앞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해군 잠수함사령부를 찾아 잠수함 제조, 수리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갔죠. 현재 일본의 다이게이급과 한화오션의 DSME 3000이 경쟁 중인데 아무래도 잠수함 수출 경험이 전무한 일본보다는 수출 경험이 있고 캐나다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후속 군수지원 능력도 한국이 월등히 앞서 있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요.

그런데 불과 5, 60년 전까지 미사일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던 한국은 어떻게 현존 최고의 기술력을 요하는 잠수함을 만들어 수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아마 전쟁사를 통틀어 가장 큰 성과를 올렸던 잠수함은 독일이 개발한 U-보트일 겁니다. 1915년부터 1918년 사이 U-보트는 총 2,500차례의 전투에 투입되어 1,218만 톤의 선박을 격침시켰는데 당시 격침된 영국 선박의 90%가 독일 잠수함에 의한 것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는데 U-보트는 물자를 수송하는 연합군의 상선을 침몰시켜 영국을 아사 직전까지 몰고 갔었습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무서웠던 건 독일의 잠수함이었다고 토로할 정도였죠.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전쟁은 독일의 패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 연합국 국가들은 전부 독일로 몰려갔습니다. 전쟁에서 그들에게 악몽을 선사한 U-보트 설계도와 기술을 빼앗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한국의 잠수함 역시 U-보트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한때 U-보트를 만들었던 기술자들은 기술을 사장시키고 싶지 않아 HDW 조선소에 모여 작지만 강한 206 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죠. 그리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1,200톤급 209 잠수함을 제작해 수출하기에 이르는데요. 어뢰를 탑재할 수 있었던 209는 재래식 잠수함 중에서도 역사의 길이 남을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한국 역시 209 잠수함을 도입했었는데, 도입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입니다. 1983년 아웅산을 방문했던 전두환은 예상치 못한 북한의 공격을 받습니다. 충격에 빠진 그는 당장 두 가지 국방 정책을 천명했는데,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했다가 전두환이 중단시킨 현무 미사일을 완성시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잠수함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어느 국가든지 수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무기 개발을 극비 사항으로 취급하기 마련인데 한국이 1983년에 독자 개발한 150톤급 돌고래 잠수함 역시 극비리에 개발됐습니다. 이 사실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150톤급 소형 잠수함으로는 작전에 한계가 있어 결국 독일과 비밀리에 209 잠수함 도입 협상을 진행하는데 이 사실이 미국 귀에 흘러들어갑니다. 이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자신을 인정해준 미국의 심기를 거슬릴 필요는 없다 생각해 잠시 중단했다가 1987년 임기 말 다시 추진해 1987년 HDW로부터 209 잠수함 세척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2년 HDW를 출발한 첫 잠수함이 한국에 도착했는데 이것이 한국의 잠수함 1번함이고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을 따 장보고함으로 명명했습니다. 1번함은 독일에서, 2번, 3번함은 옥포 대우조선소에서 건조됐고 이후 이 기술들을 바탕으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들도 전부 장보고로 시작하는 겁니다.

한국 기술로 독자 설계 및 개발한 잠수함 중 한국의 잠수함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은 단연 도산안창호함입니다. 2021년 8월 취역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8번째로 3천톤급 이상 잠수함을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됐죠. 소형부터 중형까지 독자 설계, 건조, 수출이 가능한 국가로 발돋움했을 뿐 아니라 무장체계까지 전부 국산화를 이뤄냈는데요.

경어뢰, 대형어뢰, 잠대함 및 잠대지 순항미사일, 수직발사시스템까지 전 세계적으로도 이를 성공한 나라는 고작 3개에 불과합니다. 도산안창호함은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대 크기인 3천톤급으로 기뢰, 어뢰, 유도탄 등 다양한 무장 탑재가 가능하고 해상 및 지상 핵심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의 국산화율이 기존 장보고급과 손원일급보다 2배 증가한 76%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수출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및 수출규제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이로써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외화 유출을 절감시킬 수 있죠.

이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디젤 잠수함 중 전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SLBM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한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어떻게 운반하느냐에 따라 공중에서 투하하는 ALBM, 지상에서 발사하는 ICBM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으로 구분됩니다. 그중 SLBM이 가장 위협적인데 왜냐면 심해를 잠수하다 어느 순간 수면으로 올라와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죠.

적국 입장에서는 SLBM의 존재 자체로 굉장히 껄끄럽고 불안하기 마련인데 도산안창호함은 SLBM 발사대를 6대나 갖추고 있죠. 그리고 지난 2021년 9월 15일에는 SLBM 발사를 완벽히 성공시키는 모습을 전 세계에 공개 과시했죠. 잠수함에서 솟구친 미사일은 4km를 날아 목표지점에 명중했는데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발사에 성공한 국가가 됐습니다.

사실 SLBM은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중에서 엄청난 힘과 함께 발사되기 때문에 지면에 버금가는 지지대 역할을 해줄 잠수함이 필요하고 또한 수면 위로 쏘아 올렸을 때 제대로 사출되지 않으면 승조원들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그래서 SLBM은 물 속에서 압축공기로 미사일을 수면 위로 쏘아 올린 후 수면 밖에서 점화시키는 기술, 즉 콜드 런치가 핵심인데 한국은 이 모든 것을 성공시켰습니다. 단 1mm의 오차로도 발사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 SLBM인데 성공시킨 겁니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서튼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이 공개한 도산안창호함은 미사일 능력의 새로운 여명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잠수함은 필요시 잠수하는 존재였으나 이후 필요시 부상하는 잠수함으로, 지금 현재는 부상하지 않는 잠수함으로 발전했습니다. 아직 한국은 여러 사정상 핵잠수함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무서운 괴물들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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