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김건희 상설특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하면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해 ‘김건희 특검법’을 두번이나 무력화시키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대통령의 재가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 가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우회하겠단 전략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상설특검 역시 ‘거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특검 임명 거부’로 또다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한겨레가 미리 따져봤습니다.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의 특검 임명절차를 보면, ①특검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합니다. ②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의뢰를 받은 5일 내에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2명의 후보자를 서면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합니다. ③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일 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법률엔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죠. 다만 이는 구속력 있는 강제 규정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임명해야 한다. 임명하지 않았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다’라는 식의 문구가 함께 있어야 강제 규정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상설특검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추천 의뢰를 하지 않거나 추천받은 2명 중 1명을 임명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추천을 의뢰을 하지 않았을 때 야당이 추천을 강행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이유로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또 다른 ‘거부권’인 셈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상설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봤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률에 따른 (상설)특검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은 고의적인 직무유기”라며 “이는 법률 위반으로, 향후 탄핵사유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이런 논리로 대통령실을 향해 공세를 펼치며 본류인 ‘김건희 특검법’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일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안을 다룰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를 구성할 때 여당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 추천위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는 추천위 7명 중 3명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추천하고, 나머지 4명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2명씩 추천하게 돼 있습니다. 야당은 정부·여권이 추천위 구성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공정하게 수사를 이끌 특검 추천이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국회 몫 추천 4명에서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민주당 2명, 조국혁신당 1명, 진보당 1명으로 추천위 구성을 바꾼 이유입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규칙개정안을 상정한 후 법안소위로 회부할 예정입니다.
이 규칙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상설특검 수용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그리했듯, 야당의 일방적인 규칙 개정을 문제 삼으며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거나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선택 고려대 명예교수는 상설특검에 찬성하지만, 이런 과정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겨레에 “국회에서 추천할 때 특정정당을 완전히 배제하는 의사결정이 어디에 있느냐. 제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절차 위반이라며 (임명)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특검은 정치적 사건을 하기 때문에 공정하고 중립적 지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정성 문제로 (특검을) 선출할 수 없다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규칙 개정안이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과 그 가족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당을 배제하는 게 법률적으로 크게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찬운 교수 역시 “헌법재판소에 가서 ‘입법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받기 전에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입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 여야 합의로 상설특검법이 제정된 이후 가동됐던 유일한 상설특검은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검’입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2021년 4월13일에야 추천위원을 추천하며 특검 가동을 지연시켰습니다. 한 교수는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국회규칙 개정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정부·여당의 잘못을 캐기 위한 특별검사 추천에 정부·여당이 관여하는 것은 이익충돌”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매일 터져나오는 지금, 윤 대통령은 또 ‘거부 아닌 거부’에 나설까요. 여당은 이번에도 ‘김건희 방탄’에 나설까요.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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