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차' 규제 전 몰렸다…"한국 성장 짓누르는 빚" (풀영상)
<앵커>
지난 한 달 가계 대출이 10조 원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시점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빚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박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난 3월까지 40억 원 수준이었던 84㎡ 매매가가 6월 44억, 7월 55억, 지난달에는 60억 원까지 뛰었습니다.
[인근 부동산 대표 : 그때는 저희도 놀랄 정도로 하나 거래되면 또 더 높이 거래가 되고. 같은 한강뷰인데 55억이 되고 (한 달 뒤) 60억이 됐으니까. 손님들 오셔서 '그때 살걸'….]
올 초부터 들썩이던 시장이 과열된 것은 지난 6월쯤.
새 아파트 공급난 우려에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죄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7월에서 9월로 늦춰지자 '대출받아 집을 사야 하는 시점'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줬습니다.
더 오를 거라는 조바심까지 가세해 7·8월 막차 대출 수요가 몰렸고,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조 2천억이 늘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신용대출 등도 함께 늘어 전체 가계대출은 9조 8천억이 증가해,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소상공인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였다지만,
[김병환/금융위원장 (지난 6일) : 당시에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저는 평가를 합니다. 실패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견해를 달리하고요.]
결과적으로는 대출 규제 완화를 내수경기 부양책으로 쓰면서 시장 혼선을 야기했습니다.
[하준경/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과거부터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많이 썼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의미 있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여태까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일단 9월에는 추가 대출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4분기 금리 인하가 단행된 후 시장 영향은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영상편집 : 박정삼, 디자인 : 김나미·조수인, VJ : 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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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치솟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 빚에 대해 국제결제은행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일정 수준이 넘는 가계 부채는 결국 한국의 경제 성장을 짓누를 거라는 이야기인데요. 금리 내리는 걸 고려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가 사람들이 빚을 내도록 더 부추기지는 않을지 고민이 깊습니다.
이어서 김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1천896조 원으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통상 적정한 가계 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의 80% 수준이라 말하는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93.5%입니다.
미국 73%, 일본 63%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 BIS가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배경입니다.
BIS는 늘어나는 부채가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는데,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 때문에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2000년대 저금리 기조 속 아시아 신흥국들 대부분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빚 규모가 성장률을 짓누르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입니다.
과다한 이자 부담에 가계 소비 여력이 감소해 내수가 침체되는 건,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석병훈/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가계부채를) 급격하게 낮추면 부작용이 크니까. 자영업자들에게 늘어나는 일부 가계 대출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 부분을 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잡히지 않는 가계 빚은 한국은행의 고민 수위도 높이고 있습니다.
물가는 목표치인 2%에 도달했는데, 금리 인하가 가져올 주택 시장 자극과 가계대출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22일) : 경기가 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다시 올리고 하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좋은 거냐. 그런 고리는 한번 끊어질 때가 됐다.]
빚 부실화를 막기 위한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건설 부동산에 쏠린 빚 구조를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유도하는 것도 주요 과제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조무환, 디자인 : 박천웅)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김수영 기자 sw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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