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끝판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시승기: 크기로 압도하는 럭셔리
SUV가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GM, 특히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이 질문에 가장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30년 가까이 브랜드의 특성을 지켜오며 완성도를 높여온 에스컬레이드가 5세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에스컬레이드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풀 사이즈를 넘어선 차체와 역대급 사양은 그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합니다.


외관 디자인: 캐딜락의 새로운 해석

새로운 에스컬레이드의 외관은 캐딜락의 디자인 철학을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가로형 헤드램프는 크롬 몰딩으로 간결하게 표현되었고, 세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가 차폭을 강조하며 미래를 밝힙니다. 그릴에는 브랜드 엠블럼에 조명 효과를 더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측면에서는 제품 역사상 가장 큰 24인치 알로이 휠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알루미늄 커팅 같은 화려함 대신 평범한 원톤 휠이지만, 휠의 직경과 펜더와의 간격만으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에스컬레이드는 일반형과 휠베이스를 늘린 ESV 두 가지 모델로 나뉩니다. 시승차는 ESV 모델로, 길이 5,790㎜, 휠베이스 3,407㎜의 거대한 차체를 자랑합니다. 뒷문의 파팅라인 위치로 일반형과 ESV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ESV는 파팅라인이 로커패널까지 내려오고 C필러에 캐딜락 크롬 엠블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압도적인 크기 덕분에 SUV라기보다는 소형 버스 같은 인상을 줍니다.

후면부는 양쪽 끝에서 길게 뻗은 세로형 테일램프가 전통을 이어갑니다. 뒷 유리는 해치 도어를 열지 않고 별도로 개폐할 수 있으며, 높은 범퍼는 독특한 인상을 줍니다.

실내 디자인: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의 압도적인 존재감

실내에 들어서면 필러 투 필러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8K 해상도의 35인치 운전석 스크린(계기판 및 센터 디스플레이 통합)과 4K 20인치 동승석 스크린으로 구성된 이 디스플레이는 운전 관련 정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보기 좋게 제공합니다.

계기판은 곡면 패널을 따라 배치되어 운전자를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인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큰 화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그래픽 레이아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새 커맨드 센터는 공조 기능, 시트 조절, 파워 오픈/클로즈 도어 등의 기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 연결을 지원하며, 빠른 연결 속도를 자랑합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표시하는 정보량이 늘었고, GM의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OnStar)’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스타를 통해 원격 제어, 차량 상태 정보 확인, 차량 진단 정보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스컬레이드의 시야는 거의 상용 밴 수준으로 높습니다. 전방의 보닛 역시 성인 가슴 높이까지 올라와 있어 적응하기 전에는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라운드 뷰, 나이트 비전 등의 기능 덕분에 시야 확보는 어렵지 않습니다.

넓고 편안한 공간: 7인 탑승과 넉넉한 적재 공간

7명까지 탑승 가능한 공간은 매우 넉넉합니다. 3열 좌석을 펼치고도 1,175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3열을 접으면 2,665ℓ, 2열까지 접으면 4,027ℓ까지 확장됩니다. 도어는 이제 전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으며, 도어 핸들 스위치, 실내 레버, 커맨드 센터를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외부 센서는 도어 핸들에 내장되어 있어, 옆에 차량이나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멈춥니다.
ESV 모델의 핵심은 뒷좌석입니다. VIP 고객을 위한 제품인 만큼 2열 이그젝큐티브 시트 패키지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2열 전동 좌석은 14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며, 열선, 통풍, 마사지, 럼버 서포트 기능을 지원합니다. 센터 콘솔에는 전용 커맨드 센터, 듀얼 스마트폰 무선 충전, 접이식 트레이 테이블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LED 앰비언트 라이트는 주행 모드나 탑승자 취향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126가지 색상을 지원하고 1열과 2열 공간의 색상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오디오는 4개의 스피커가 2열 좌석 헤드레스트에도 배치되어 총 40개의 스피커로 풍부한 음향을 제공합니다. 좌석별로 음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쪽의 12.6인치 디스플레이와 연동할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파워트레인: V8 6.2ℓ 가솔린 엔진의 압도적인 성능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426마력(5,600rpm), 최대토크 63.6㎏·m(1,500~4,000rpm)의 V8 6.2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습니다. 대배기량 특유의 엔진음과 가속력 덕분에 기분 좋게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주행 조건에 따라 엔진 실린더 작동 패턴을 달리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Dynamic Fuel Management)를 채택해 연료 효율을 높인 점도 특징입니다. 연비는 복합 5.9㎞/ℓ(도심 5.2㎞/ℓ, 고속 7.1㎞/ℓ)를 인증받았지만, 고속도로 중심의 시승에서는 9㎞/ℓ 이상의 실 연비를 기록했습니다. 효율성을 위해 타는 차는 아니지만, 3t에 가까운 무게와 큰 엔진을 감안하면 나름 매력적인 수치입니다.
변속기는 10단 자동으로, 패들시프트를 활용해 수동 변속도 가능합니다. 거대한 차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티어링 휠 뒤편의 작은 컬럼식 기어 레버로 변속합니다. 주행 모드는 투어, 스포츠, 오프로드, 견인, 마이 모드의 다섯 가지를 제공합니다. 온로드 시승에서는 투어와 스포츠 모드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동력 성능이 충분한 만큼 모드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투어’ 모드만으로도 스트레스 없이 주행하기에 충분합니다.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 시스템
섀시는 캐딜락의 전매특허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 시스템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초당 1,000회 이상 노면을 스캔하며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여 24인치 휠을 장착하고도 웬만한 요철은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 시 지상고를 낮춰 안정성을 높이고, 저속 및 승하차 시에도 지상고를 조절하여 편의성과 주행 효율성을 모두 확보합니다. 독립식 전·후방 서스펜션을 장착했지만, 프레임 온 바디 기반의 차체 특성상 롤링을 억제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합니다. 그러나 의전 차량으로 손색없는 승차감을 제공하여 뒷좌석에서도 편안하게 주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숙성은 의외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큰 차체 때문인지 100㎞/h 이하의 속도에서도 풍절음 등의 소음이 유입되지만, 오디오 시스템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결론: SUV 그 이상의 가치, 에스컬레이드 ESV
일반적으로 SUV는 공간 활용성을 위해 선택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성능, 감성 품질 등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 고성능차 속 ‘머슬카’처럼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신형 역시 과거 모델들처럼 발전을 거듭하며 에스컬레이드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ESV는 쇼퍼 드리븐 모델이 세단의 전유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한 단계 더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가격은 더 뉴 에스컬레이드 1억6,607만원,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1억8,807만원입니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는 단순한 SUV를 넘어, 럭셔리와 퍼포먼스를 모두 원하는 고객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