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칼럼] 후발주자 우리투자증권이 사는 길

종투사까지 8000억원, ROE 10%까지 인고의 시간

토스 ‘고객 접점’에 우리투자증권은 ‘자본’으로 경쟁

확충보다 자본을 이익으로 바꾸는 실력이 관건

증권업은 규모가 곧 상품이자 수익이다. 대형화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대기업 인수금융·해외 대체투자·장기 기업금융 등을 떠받치려면 큰 자본과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발행어음과 IMA는 단순한 라이선스가 아니다. 고객 현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기업금융 자산을 쌓고, 다시 평판과 조달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장치다. 한번 벌어진 조달 격차는 리서치, 디지털, 인재 채용, 위험 인수 한도까지 번진다.

2026년 4월 24일 우리투자증권은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출범 1년 반 만에 자본 총액이 2조2000억원으로 불어나며 자기자본이 업계 11위로 도약했다. 회사는 2030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과 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을 약속했다. 49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11위지만 종투사로 진입하려면 여전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소형사에게 자본 확충은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처지의 중소형사지만 토스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토스증권이 자본 없이 이익을 만들었다면 우리투자증권은 사업을 일구기 전에 자본을 먼저 쌓았다. 한쪽은 가벼운 자본으로 시장을 흔들고, 다른 한쪽은 자본을 두텁게 쌓아 게임 판돈을 늘렸다.

1조원 증자에도 이익 창출력 한계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이 10년 만에 증권업에 복귀하며 2024년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2025년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아 기업공개(IPO)·파생상품 등 기업금융(IB) 업무가 가능해 졌고, 같은 달 ‘우리WON MTS’를 출시하며 리테일 사업을 시작했다. 2026년 2월에는 우리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확보하며 완전자회사로 편입했고 2025년 5000억원 증자에 이어 올 해 4월에는 다시 1조원을 확충했다.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키우기 위해 증권을 전략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우리금융이 증권에 자본 투입을 서두르는 것은 자본 크기가 증권업의 사업 면허이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4조원이면 발행어음, 8조원이면 IMA가 열린다. 발행어음과 IMA를 모두 인가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에 투자할 수 있다. 자본을 키우지 못하면 위탁매매와 단순 중개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본을 늘리면 조달·운영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우리금융의 노림수도 바로 이 레버리지에 있다. 은행 이자이익에 편중된 그룹 수익구조를 증권 IB로 다변화하려는 장기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번 증자가 끝나도 자본은 2조2000억원으로 종투사 최소 요건까지는 8000억원이 부족하다. 발행어음과 IMA사업 인가까지는 자본을 2배에서 4배 더 늘려야 한다. 이미 6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출발선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자본 4배 차이는 곧 사업 한도 4배의 격차이고, 그것이 다시 이익 체력의 격차로 이어진다.

순이익 140억원, 신생사의 불안한 출발선

우리투자증권의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140억원으로 토스증권(844억원)의 17%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증권(3478억원), 신한투자증권(2884억원), 하나증권(1033억원) 등 경쟁 금융지주 계열사의 4% 에서 13% 내외로 미미하다. 최근 2년은 우리투자증권이 기본 골격을 갖춰가는 과정이었다. 2024년 합병으로 몸집을 합치고 2025년 본인가로 종합증권사 모양을 만든 뒤 2026년 증자로 자본을 채웠다. 이익이 자본으로 쌓이는 토스증권과 달리 우리투자증권은 자본을 먼저 쌓고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자본 외형은 11위로 올랐지만 손익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도는 비대칭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투자증권의 전략은 금융지주의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금융의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6038억원이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6%로 중장기 목표 13%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 역시 111% 수준으로 규제 권고 수준(130%)을 밑돈다. 증권사 증자나 M&A는 지주의 자본 여력 범위 내에서 재배분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확보한 자본을 첨단 전략산업과 기업금융, 대형 딜 수행 등에 투입하고,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금융솔루션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지주 자금 동원력은 양날의 칼

우리투자증권의 성공 가능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 지주의 자본 동원력이다. 토스증권이 거래 빈도로 이익을 만들어 자본을 쌓는다면 우리투자증권은 금융지주가 공급하는 자본으로 사업 한도를 확장하는 모델이다. 모회사가 결심하면 증자나 M&A로 3조원, 4조원의 사업 확장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둘째, 정책 환경 변화다. 발행어음·IMA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으로 돌리는 ‘자본 회전’ 게임은 생산적 금융 기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결합하면 후발 주자 약점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리테일에서도 ‘우리WON’ 플랫폼과 은행 고객 기반을 활용해 토스식 비대면 확장을 노려볼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과 비대면 고객 접점 관리 역량이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 요건을 결산 기준 2년 연속 자기자본 충족으로 강화하면서 자본을 채운 뒤에도 최소 2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대신증권이 4조원을 넘기며 초대형 IB 도전을 선언하고 NH투자증권이 8조원을 넘겨 IMA 인가를 받는 동안 우리투자증권은 2조원을 겨우 넘긴 11위에 머물러 있다. 2030년 회사 목표 시점까지 4년이 남아 있지만 자본 확충과 인가의 문턱을 넘어야 하고, 이익 창출로 지속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자본을 늘린다고 ROE 10%가 보장되지 않는다. 자본을 키울수록 그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면 ROE는 떨어진다. 종투사로 가려면 자본만이 아니라 그 자본을 이익으로 바꾸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미 발행어음 잔고가 50조원을 넘어선 시장에서 11위의 후발 중소형사가 차별적 수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은 양날의 칼이다. 자본이 쉽게 들어오는 만큼 자체 수익으로 자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이 될 위험이 있다. 우리금융이 추가 증자 여부를 ‘성장 속도와 손익 규모를 보며 판단하겠다’는 신중함을 보이는 이유다. 자본 확충은 게임 입장권이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본을 쌓아 올리는 동안 토스증권이 보여준 ‘고객 접점’ 확보라는 또 다른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1조원의 게임 머니가 과연 2030년 종투사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인지, 아니면 자본만 무거워진 밑 빠진 독인지 우리투자증권이 답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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