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나눔과 행복으로 골프장 벽을 허문 스물다섯 살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

어둠이 내린 골프장 특설 무대에는 반짝이는 조명 속에 특급 가수들의 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졌습니다. 4만 명이 넘는 관중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신나는 노랫가락에 귀가 즐거웠고, 상큼한 풀 내음과 시원한 밤공기에 코까지 즐거웠습니다. 멀리 만리타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 근로자들은 자국 팝스타의 등장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눈물까지 흘리더군요.
벙커는 씨름판이 되거나 두꺼비집을 만드는 모래 놀이터가 됐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요. 후각을 자극하는 먹을거리 장터는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끄트머리인 지난 주말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CC는 흥겨운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대보그룹(회장 최등규)과 서원밸리CC(대표 정석천)가 함께 주최한 그린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2000년 시작한 서원 밸리 그린 콘서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몇 차례 중단되면서 올해가 21회째 무대였습니다. 행사장에는 4만6223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돼 누적 관람객은 60만 명을 돌파해 약 62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사진> 그린콘서트가 열리는 날 서원밸리CC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로 변신한다. 서원밸리 제공
행사를 위해 밸리 코스 1번 홀에는 대형 콘서트 무대가 설치됐습니다. 서원 코스서 9번 홀에는 에어 놀이터와 씨름판, 어린이 골프 체험장, 심폐소생술 체험장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캘러웨이가 주최한 장타대회를 비롯해 사생대회, 보물찾기 행사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인기 이벤트였습니다.
행사 주최 측은 음식 판매와 바자 등에서 나온 수익금을 포함해 4350만 원을 기부금으로 조성했습니다. 귀하게 모은 자선기금은 파주보육원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 본부 등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콘서트 당일 찾은 많은 관람객으로 서원힐스 이스트코스 9개 홀의 페어웨이는 주차장으로 활용됐습니다. 수백 대의 차량이 푸른 잔디 위를 가득 메우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사진> 5만 명 가까운 팬들이 몰려든 2025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 서원밸리 제공

<사진> 그린콘서트가 열리면 골프장 페어웨이가 대형 주차장으로 변한다. 서원밸리 제공
송가인, 장민호, 슈퍼주니어 등이 열창할 때마다 관람객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습니다. 이날 출연 가수진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 콘서트라는 취지에 동참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나섰습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과 정석천 서원 밸리 대표는 25년 전 1회 때부터 행사 실무를 도맡아 한 그린 콘서트의 산증인입니다. 2000년 5월 관객 1520명이 함께 한 작은 음악회가 그 출발이었습니다. 이젠 어엿한 한국을 대표하는 K팝 페스티벌로 성장했습니다. 자선공연의 성격이라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인 골프장을 향한 대중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정석천 대표는 “늘 나눔을 강조하는 최 회장님이 하셨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실무자들은 그저 따랐을 뿐인데. 10회째가 넘어가니까 사명감과 뿌듯함 갖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2000년 한 직원이 데려온 아이들이 골프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그린 콘서트를 처음 구상했다고 합니다. 평소 문턱이 높은 회원제 골프장이지만 하루 정도 개방해 일일 놀이동산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최등규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올해도 변함없이 내 집에 귀한 손님들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지역 주민을 향한 감사 표시 성격을 띠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전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팬들이 몰릴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사진>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그린콘서트를 통해 조성된 자선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MHN스포츠 제공
정석천 대표는 “해마다 하고 있는 행사지만 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콘셉트나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다양한 형식으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려 한다. 지난해에는 행복지수 1위 국가라는 부탄의 가수를 초청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동남아 출신 가수를 초청했다. 세월호 사태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힐링을 위한 콘서트를 지향했다. 누구나 행복한 이벤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대표의 말대로 올해는 베트남 출신 래퍼 세븐디나잇과 태국의 인기 아이돌 바코드와 수드얏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석천 대표는 “가족의 품을 떠나 멀리 낯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 근로자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어 외국 가수를 초청하게 됐다. 고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여흥을 즐기는 광경에 너무 흐뭇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그린 콘서트에 출연한 장민호와 카메라 앞에 선 정석천 서원밸리 대표. 서원밸리 제공
서원 밸리와 자매골프장 서원 힐스는 국내외 남녀 프로골프대회를 두루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명문 코스입니다. 올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대보 하우스디 오픈이 11월 3일부터 사흘 동안 서원힐스에서 열립니다.
그린 콘서트가 오랜 세월 이색 공연 현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팬들의 관람 문화도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정석천 대표는 “초창기에는 하이힐이나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오는 분들이 많았다. 잔디에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자칫 미끄러져 다칠 우려도 있었어요. 요즘은 따로 공지하지 않아도 운동화나 편한 신발을 신고 오십니다. 과거에는 코스가 손상되는 사례도 꽤 나왔는데 이젠 자택 마당이라도 되는 듯 꽃과 나무, 잔디 등을 많이 아끼신다”라며 웃었다.
그린 콘서트는 시작과 끝이 똑같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바로 다음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최등규 회장은 이번 콘서트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정석천 대표 등 간부들을 불러 잘못된 점, 내년 행사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2026년 콘서트를 위한 출발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릅니다. 벌써 내년 5월 말을 기다리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글= 김종석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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