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조화를 이루는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이곳은 최소영 1집러의 보금자리예요. 침대 위 선반, 책상 위, 장가 등 집 안 곳곳 각양각색의 식물이 식재되어 생동감을 발산하고 있죠.

세트 스타일리스트답게 플랜테리어 고수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둘러볼게요.
‘최소영 Choi So Young’님의
<특별한 구석>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92년생 세트 스타일리스트 최소영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촬영에 필요한 무드와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소한의 우림을 가꾸는 사람 ‘최소우림’이란 이름으로 인스타그램(@minimum_rainforest)과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고요. 햇볕이 잘 드는 10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소영 님의 1인 라이프가 궁금해요.
학교, 직종에 따라 사는 곳이 계속 바뀌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 살기 시작했어요. 최초 독립 시점은 대학교 진학 때였고요. 산업디자인 전공이었는데 3학년 때부터 3년 정도 선박 학교를 동시에 다녔어요. 목조 선박을 만드는 보트 빌더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졸업 후 돈을 벌고자 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고요. 하고 싶던 일이 아니라 필요한 돈만 벌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적성에 잘 맞아 무려 3년을 영어 강사로 일했어요. 성과도 좋아 연봉 협상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하기도 했죠(웃음). 이후 그만두고 중남미로 장기 여행을 떠났어요. 귀국해서는 제주도에서 2년 동안 머물며 영상 촬영 및 편집일로 생계를 꾸렸고요. 마침내 서울로 이주해 세트 스타일리스트이자 식물 집사로 정착해 살고 있어요.

중남미로 장기 여행을 떠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었어요. 당시 생각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느낌과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죠. 자기효능감, 자존감 모두 바닥인 상태였고요. 여행을 떠날 때 희망했던 것은 실패 없는 근사한 여행이 아니었어요. 내 결심이 실제로 실행되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거든요. 굳이 남미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기왕 제가 결심한 경험을 해야 한다면 생소한 장소에 뚝 떨어져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P 성향에 무계획, 무모한 성격도 한몫했죠.
한국에 돌아오는 티켓도 끊지 않고 떠났어요.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매일 ‘어느 마을에 가서 어느 숙소에 묵고 뭘 먹지? 뭐 하지?’라는 눈앞에 닥친 고민을 해결해야 했어요. 장기 여행자들에게 찾아오는 권태기엔 숙소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죠. 멋진 여행자 친구들을 만나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남겼어요. 그랬더니 모든 것을 계획하고 기를 쓰고 살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낯선 곳에 가도 불안에 떨며 걱정하는 것 대부분은 사실 실체가 없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죠. 걱정을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중남미 여행에서 돌아와 제주에 정착했어요. 제주살이는 어땠나요?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 고민했어요. 당시 사진이나 영상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제주에 가서 야외 스냅 작가를 하며 바닷가에 집을 얻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제주에서 평일에는 영상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개인 스냅 작업을 하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 자리가 났다고 이력서를 내보길 권하더군요. 취업에 성공해 영상 제작을 하며 2년 정도 머물렀어요.

지금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신경 쓴 점은 식물의 배치였어요. 제주에서 2년 동안 식물을 키운 경험을 통해 작은 공간 안에서의 위치 변화가 식물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보통 식물을 데려올 때 자신의 눈에 예뻐 보이는 식물을 선택할 텐데요. 사실 식물을 구매하는 시점이 가장 예쁜 모습일 경우가 많아요. 집에 들인 후 점점 생명을 잃어가거나 멋진 수형이 망가지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죠. 저도 그런 경험이 다수 있었기에 이젠 공간에 비해 넘치게 식물을 들이는 행동을 자제하고 식물 하나하나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줘요. 각각의 매력을 충분히 뽐내며 건강하게 생장할 수 있도록 말이죠.

소영 님의 특별한 구석은 어디인가요?
집 안 구석구석 고민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모든 공간에 애정이 가서 쉬이 고를 수가 없네요. 그런데도 선택하자면 식물들이 위치한 공간이에요. 뭐든 빨리 질려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한 가지 취미를 가진 적이 없어요. 물건은 처음 가졌을 때의 감흥을 점점 사라지고 또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드는데, 식물은 달랐어요. 계속해서 변화하는 생명력이 있어서 그런지 관심과 마음을 주면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돌려받는 느낌이더라고요. 식물이 주는 위안이 몹시 크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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