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씩 사더라" 편의점·마트 종량제 대란…찐 범인은 '사재기'
지자체 재고 충분…현장서 공급 주기 못 따라가
CU·GS25 "물량 부족 아닌 가수요 착시…공급 병목"
사재기가 상황 혼란 키워…"불안 심리 진정 우선"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지금 1인당 5개밖에 못 팔아요. 뭉텅이로 사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정부에서도 문제없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28일 오전 방문한 서울 양천구 이마트 목동점. 계산대 직원이 “1인당 5개 제한”이라고 안내하자 종량제 봉투를 사려던 고객들이 멈칫했다. 일부 고객은 계산대 안쪽 재고를 확인하듯 눈길을 돌렸고, 몇몇은 제한 수량인 5개를 그대로 집어 들었다. 근처 편의점 입구에는 ‘종량제 봉투 품절’ 안내문까지 붙었다. 이곳 점원은 “최근에는 한 번에 10개 이상씩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며 “요즘 상황이 불안하다 보니 아무래도 미리 사두려는 심리가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폭증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종량제 봉투 매출은 전주대비 일반 봉투 325.2%, 음식물 봉투 277.7% 증가했다. CU 역시 같은 기간 일반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종량제 봉투 매출이 각각 321.9%, 257.3%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일반 종량제 봉투 매출이 308% 뛰었다.
수요 폭증의 배경에는 중동 리스크가 있다. 미국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확산됐고, 비닐의 주원료인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지금 사지 않으면 못 구할 수 있다’는 심리가 퍼진 셈이다. 특히 종량제 봉투는 전국 지자체가 계약한 납품업체를 통해 지역 내 지정 소매점으로 공급하는 구조여서,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이 발생하면 실제 재고와 무관하게 현장에서는 공급 공백처럼 체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와 업계는 물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7일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재고를 점검한 결과 종량제 봉투 완제품 재고가 평균 3개월분 이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체 기초지자체 228곳 가운데 123곳(약 54%)은 6개월 이상 재고를 확보 중이다. 서울은 4개월, 인천은 200일, 광주는 3~4개월 치 물량을 보유 중이다.
현장에서도 사재기에 따른 공급 병목을 이유로 꼽는다. CU 관계자는 “평소 하루 20장 팔리던 점포에서 갑자기 100~150장씩 빠져나가다 보니 지역 지정 납품업체들도 즉각 물량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가 갑자기 몇 배씩 뛰면 공급 주기가 따라가질 못한다”고 했다. 이어 “쉽게 말해 실제 비축분은 충분한데 사재기로 물량 부족 착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종량제 봉투 납품업체들이 무리하게 재고를 늘리거나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체 물량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일시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릴 경우 이후 수요가 정상화되면 고스란히 재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불안 심리가 진정되면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1년 이상 장기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원재료 수급 불안이 실제 공급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GS25 관계자는 “기존에는 납품업체가 편의점 등 소매점으로 직접 배송하는 구조였지만,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점주가 사업장에서 물량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바뀐 곳도 있다”며 “이 같은 공급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점주들이 발주가 막힌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전체 물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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