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부터 디자이너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천공된 패널과 거울 캐비닛은 시야를 걸러내며 빛을 실어 나릅니다. 마치 숲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햇살 같달까요. 신발장과 옷장의 위치, 높이까지도 먼지 유입을 막는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그 옆으로 연결되는 다이닝 공간은 은은한 회색과 초록빛이 부드럽게 융화됩니다. 긴 식탁이 자리 잡은 이곳은 때론 가족이 모이고, 때론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으로 변신합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선 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담아, 시각적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곳입니다.

거실과 주방

거실은 하루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입니다. 아침 햇살, 저녁 노을, 그리고 그 사이 빛과 그림자의 흐름이 담백하게 벽에 깃듭니다. TV 벽면에는 콘크리트와 나뭇결의 질감이 감각적으로 더해지며, 자연 그대로의 질감이 집 안까지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주방은 조리보다는 대화를 위한 오픈된 구조. 아일랜드가 거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철제 플랫폼에는 컵과 접시가 가볍게 자리 잡습니다. 재료와 구조, 사용법까지도 주인의 생활 방식에 맞춰 섬세하게 설계된 공간입니다.
포근한 안방

침실은 흰색으로 정돈되어 시각적 피로를 덜어줍니다. 천장과 마루의 톤을 낮추고, 간접 조명이 부드러운 커튼처럼 공간을 감쌉니다. 침대는 낮고 넓게, 사이드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의 조화는 절제된 우아함을 담아냅니다.

다기능 공간은 드레싱룸과 게스트룸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작지만 실용적인 무대 위에 놓인 데이베드는 효율의 미학을 보여주며,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에 하루를 기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