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 vs "고령화 필수시설" 50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다 꼬였다

[땅집고] ‘반백살’이 넘은 아파트이자, 신통기획 1호 단지죠. 이번 <요이땅>에서는 외벽 도색작업으로 예쁘게 새 옷 갈아입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이 단지는 재건축으로 곧 허물 아파트에 도색 작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기부채납 문제로 서울시와 벌이는 신경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시범아파트는 분양 당시 중산층 타깃으로 한 호화 단지였습니다. 짓고 나서 50년 이상 흘렀으니 낡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튼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지은 아파트입니다.

시범아파트를 지을 당시에는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시행사가 없어서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개발했는데요. 말 그대로 여의도 신시가지에서 첫 시범으로 보여주는 아파트였기 때문에 잘 지어야 한다는 목표가 강했습니다. 1971년 분양 당시 서울시가 낸 광고지 보면 ‘격조 높은 신흥도시 여의도 심장부에 위치한 아파트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을 들인 게 티가 납니다.

70년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비들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냉난방시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스프링클러가 최초로 설치됐고, 이런 설비들이 그 이후에 들어선 현대식 아파트의 기준이 되기도 했고요.

재건축 사업이 끝나면 단지가 최고 60층으로 탈바꿈하는 만큼 공사를 다 마치고 나면 63빌딩, 파크원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카이라인이 조성될 거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2400가구 규모 초고층 대단지가 탄생하게 되는 거죠.

최근에는 기부채납과 관련해서 노인 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단지 내에 설치한다는 문제가 화두가 됐습니다. 고령화 사회인만큼 단지 내 설치가 문제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모두 늙어가는 세상에 데이케어센터를 기피시설로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 “정작 단지 입주민이 쓰지 못하는 공공시설을 단지 내 상가에 설치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등 목소리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된 데이케어센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상만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인지지원등급에 해당하는 노인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중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신청이 불가합니다. 2008년 사업을 추진한 이래로 올해 16년째가 됐는데요. 서울시 신통기획 사업 1호로 선정되면서 속도를 좀 내나 싶었는데 이 문제를 두고 반대 여론이 나오면서 또 한 번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현장에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자체가 입지가 좋고, 입주민들의 경제적 능력이 받쳐주는 만큼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다른 문화시설을 받는 등 좋은 조건을 받고 진행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신통기획 사업을 엎고 재건축 사업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고요.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신통기획 1호’라는 별명에 맞게 1호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글=배민주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