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향 한 박스 샀다가…" 제주 동문시장서 벌어진 일 '공분' [이슈+]
잊을만하면 재발…인터넷 등서 '비난'
“인천 소래포구 제주버전이네. 전국 어딜 가든 재래시장은 참”
지난 7일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한 유튜버의 제주 전통시장 방문 후기를 담은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됐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는 제주시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제주 동문시장을 들러 황금향 한 박스를 구매했다. 딱 봐도 금방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노란 빛깔의 과일만 골라 담고 값을 치뤘는데, 숙소로 돌아와 포장을 풀어보니 일부 과일이 아직 다 익지 않고 맛이 덜한 초록 빛깔 제품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대개 11~12월이 황금향의 출하시기다. 일부 댓글에선 “지금은 출하시기가 아니라 작년에 수확한 제품이 일부 섞여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등의 설명도 일부 게재돼 있었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바꿔치기 영업이 근절되지 않으니 점점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다” 등의 의견으로 재래시장의 영업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꽃게 다리 어디갔나…전통과자 1봉지에 7만원 논란도
이처럼 지역 전통시장의 꼼수 영업이나 바가지 상술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이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엔 경북 영양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옛날과자 1.5㎏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는 장면이 지상파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영양군은 이후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군은 "영양군이 축제를 개최하면서 이동상인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이동상인도 축제의 일부이고 따라서 축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영양군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바가지 상술'이 폭로 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수도권 최대 어시장인 인천 소래포구에선 바가지요금과 과도한 호객 행위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샀는데, 집에 와서 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일부 업소들은 정확한 무게를 알려주지 않고 대게 2마리 가격을 37만 8000원이라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부르거나, 가격표에 광어 가격을 1㎏당 4만원으로 표시해 놓고도 5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바가지 상술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 곳 상인들 역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호객 행위, 섞어 팔기, 물치기(물을 넣어 무게 늘리기), 바가지 등을 척결하겠다”고 약속하며 큰절도 했지만, 최근까지도 같은 모습이 반복되면서 소래포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인들 무릎 꿇었지만…소비자들 "그래도 안 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들은 '바가지 근절'을 내세우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 3월부터 매주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현장점검을 벌여 과태료 부과와 개선명령 등 총 150건의 행정처분을 하며 소래포구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
10월 가을 축제철을 앞두고 경북 포항 죽도시장 일대에서도 시 공무원과 전통시장 상인회 회원 등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물가안정 및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거리 캠페인이 펼쳐졌다. 경남 진주, 전남 여수, 충남 부여 등에서도 비슷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쾌해서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여주기식 행정에 더욱 화가 난다", "바가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각종 꼼수나 불친절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찾을 일이 없을 것"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통시장에 대한 수요도 점점 축소하는 분위기다. 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 10월 전망 BSI는 79.2로 전월 대비 9.5p 하락했다. 전통시장 업종별 전망 BSI는 수산물(-48.1p), 축산물(-28.1p) 등의 순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잇따르는 전통시장 논란, 대책은
바가지 요금이나 바꿔치기 꼼수 등 전통시장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건들은 일부 상인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상인들을 향한 비난은 해당 상품이 판매된 주최와 지자체를 향한 질타를 넘어 재래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모니터링이나 상인회의 자정 노력 등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SNS가 발달해 누구나 특정 지역의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은 소수 상인이 물을 흐리는 것만으로도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매년 불만이 터져 나오는 전통시장 내 각종 비용이나 서비스 논란 등을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지방 경제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예산을 측정해 증원하는 노력을 해왔으나 상인들의 경쟁력과 태도와 관련해 아직 해결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며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시설과 환경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하고 거래 태도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상인들 개개인의 자정 능력이 너무 중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상인회에서 자정 노력을 이어가게 하기 위해 관련 지자체 지역경제과 등과 협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갑 KYG 상권분석연구원 교수도 “전통시장도 하나의 복합상업시설이다. 백화점에서 하는 것처럼 Q(음식의 퀄리티), S(서비스), C(청결 위생), V(가치)의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고, 정기적인 교육 등을 통해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전통시장도 제대로 된 경영과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경쟁력을 키울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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