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응급환자 수송 돕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선내 통로에 환자 눕혀
"응급 환자가 짐짝입니까? 여객선 내 승객이 오가는 통로에 눕혀 후송하는 선사 작태가 기가 찹니다. 주민을 위해 건조했다는 공모선을 이렇게 운영하는데 울릉군은 도대체 뭐합니까?"
경북 울릉도내 응급 환자 후송을 돕는 울릉군 공모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환자를 별도 공간이 아닌 승객이 다니는 통로에 눕혀 후송 시키는 등 부적절한 방식을 취해 논란이다.
12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일 취항한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울릉~포항 항로를 2시간 50분에 주파하는 3천158톤(t)급 초쾌속 대형 여객선이다.
여객 정원 970명, 화물 50톤을 수송할 수 있으며 최대 속도 50.2노트에 풍랑이 심한 겨울철과 최대 4m 파고에도 운항할 수 있다.
울릉군이 울릉 주민의 일일생활권 확보와 주민 편의를 목표로 공모 사업을 통해 건조한 것으로, 운항 적자 시 군이 운영비 일부를 부담한다.
공모선 심사에서 선사 측은 여객선 건조 시 독립된 환자실과 안락한 수유실 등을 갖춰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편의 조건 등에 좋은 호응을 얻어 많은 배점을 받았다. 또 선사 측은 주민설명회에서도 여객선 내 편의 시설 등을 운영하겠다며 주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30일 취항식을 후 본격적으로 상업 운항을 시작하자 여객선 내 환자실이 기관실과 가까운 선박 후미 좌측에 있어 소음, 진동에 따른 불편이 크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이에 선사 측은 "환자를 안전하게 격리, 수송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후 선사 측이 마련한 대책이 주민 불편을 더욱 키웠다. 환자실을 별도 운영하는 대신 응급 환자를 여객선 매점 주변 통로 바닥에 눕혀 옮기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응급 환자 보호자였던 A(51·울릉읍) 씨는 "일반인도 아닌 응급 환자를 승객이 다니는 통로에 눕혀 이동하느라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환자 상황을 묻고, 관광객들 시선도 불편해 그 시간이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58) 씨도 "어쩌면 고향을 오랜 시간 떠나야 할 지도 모를 응급 환자를 통로 바닥에 눕혀 후송하는 것은 전쟁통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더구나 주민들 편의를 위해 공모한 여객선에서, 반려동물보다 못한 짐짝 취급하는 작태는 주민과 약속을 저버리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공경식 울릉군의회 의장은 지난달 "주민 불편을 선사 측에 전달했다. 앞으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 수유실 등을 이용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선사 측은 지난 10일 여객선에 탑승한 응급 환자를 이전처럼 통로에 눕혀 후송시킨 것으로 알려저 빈축을 사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선사 측과 여객선 직원 간 소통이 부족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더 관심을 갖고 관리하겠다"고 했다.
선사 측도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준호 기자 c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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