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QQ·SPY 30조 빠질 때…신흥국 ETF엔 10조 유입
올해 들어 IEMG에 약 72억弗 몰려
美 ETF 수익률·자금 흐름은 주춤
AB운용 “亞 밸류이에션 아직 저렴”
AI·반도체 업황 강세 등 추가 동력
연준 통화 정책 등이 분기점될 듯

연초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자 글로벌 투자 자금의 흐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반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미국 중심의 투자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대만·브라질 등 신흥국 핵심 상장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 시장(IEMG)’ ETF에는 올해 들어 72억 1830만 달러(약 10조 2716억 원)어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거래소가 집계하는 3399개 미국 상장 ETF 가운데 순유입 규모 기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월간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서는 자금 이탈이 뚜렷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ETF에서는 같은 기간 60억 6950만 달러(약 8조 6308억 원)어치 자금이 순유출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ETF에서도 145억 5500만 달러(20조 7059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만 총보수가 더 낮은 경쟁 상품인 ‘뱅가드 S&P500(VOO)’ ETF에는 올 들어 164억 8850달러가 순유입되며 미국 증시 내에서도 자금이 상품 간 재배치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자금 이동을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시 환경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미국 증시와 달리 신흥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브라질과 멕시코 등 남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강세 역시 아시아 신흥국 증시의 추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달러 약세 흐름도 신흥국 자산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만라즈 세콘 템플턴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시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전원공급장치·인쇄회로기판(PCB) 기업 등 AI 공급망 전반에 걸친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증시가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열린 ‘2026 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평균 대비 여전히 저렴한 상태”라며 “미국과 이익 성장 갭도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은 AI 인프라를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이자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라는 강력한 촉매를 동시에 보유한 시장인 것이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수익률 격차로도 이어졌다. 연초 이후 VOO의 수익률은 2%에 그쳤고 QQQ 역시 빅테크 주가 조정의 영향으로 2.74%에 머물렀다. 반면 IEMG는 같은 기간 10.0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미국 주식 ETF와의 성과 차이를 크게 벌렸다.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수와 통화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성장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빅테크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실적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과 이달 말 예정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향후 자금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연준이 적어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금리가 3%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짚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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