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이상 순자산 85% 늘때, 20대는 30%… “영끌 포기합니다”
부동산 보유따라 자산 증가 큰 차이… “세대간 자산 양극화 확대될 것”
천정부지 집값, 영끌해도 감당못해
“청년들 부동산 통한 자산증식 포기”
지난 11년간 20대 이하의 순자산이 30% 늘어나는 동안 65세 이상의 순자산은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특성상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증가 속도가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영끌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파트값이 뛰면서 위 세대와의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구입에 나서는 20, 30대도 줄고 있다. 이대로라면 ‘부(富)의 사다리’가 흔들리며 세대 간 자산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 20대 순자산 30% 늘 때 65세 이상 85% 급증
부동산 보유 여부가 순자산 증가율을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평(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2년 1월 1063만9000원에서 2023년 12월 1823만9000원으로 71.4% 뛰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가 쉽지 않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이 자산을 늘리기 유리한 구조라는 의미다.
한국 가계의 자산은 지나치게 부동산에 쏠려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5억2727만 원. 이 중 부동산 자산이 3억7677만 원으로 71.5%에 달했다. 주요 선진국은 다른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28.5%였고 일본(37.0%)과 영국(46.2%) 등도 한국보다 훨씬 낮다.
● 아파트값 급등에 영끌마저 포기하는 젊은 세대
부동산 시장은 2022년부터 침체기로 돌아섰고 올해 4월부터 다시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상승기에는 젊은 세대가 아파트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두 달간 서울 아파트값이 2.5% 뛴 올해 7∼8월 2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1.9%, 30대 이하 역시 32.1%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에 청년들이 영끌마저 포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서울에서 실거래된 아파트 1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 3분기(7∼9월) 약 3800만 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약 5100만 원으로 급등한 상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아파트값이 영끌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청년들이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을 미리 포기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세대 간 자산 양극화는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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