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인수한 미국 조선소...뚜껑 열어보니 '이것'도 못 맞췄다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해상 시운전 중 추진계 결함이 발견돼 드라이독 보수에 들어가며 인도 일정이 2026년 이후로 재연기됐다.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훈련함이 또다시 인도 일정을 못 맞췄습니다. 2024년에 받기로 했던 배가 2025년으로, 다시 2026년 이후로 밀렸죠. 이유는 어이없게도 '추진축 결함'입니다. 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프로펠러 샤프트와 베어링에 문제가 생겨서 배를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조선소의 주인은 바로 한화입니다. 한화오션이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2022년 인수한 곳이죠. "미 해군의 심장부를 우리가 장악한다"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중국 조선 전문 매체를 비롯한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한 이 소식은, 단순한 '한화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 조선업 생태계 자체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미국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국가안보 다목적 훈련함(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해상 시운전 중 추진계 결함이 발견돼 드라이독 보수에 들어가며 인도 일정이 2026년 이후로 재연기됐다. 출처: 미 해사청(MARAD)

시운전에서야 발견된 치명적 결함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는 미 해사청(MARAD)이 주문한 국가안보 다목적 훈련함(NSMV)입니다. 해양 대학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용도죠. 그런데 2025년 하반기 해상 시운전 중에 추진축과 선미 튜브 베어링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이건 단순히 부품 하나 갈면 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배를 드라이독으로 다시 끌고 들어가서 추진계를 통째로 분해하고 재설치해야 하는 대공사입니다.

한국 조선소라면? 아마 초기 공정 단계에서 걸러냈을 문제입니다. 추진축 정렬과 베어링 설치는 조선의 기본 중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시운전 단계까지 가서야 터졌다는 건, 공정 관리 자체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용접, 배관, 기계 설치 같은 기초 작업부터 품질 게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거죠.

크랭크축의 중심선은 추진축 및 프로펠러의 중심선과 일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동 중에 프로펠러가 흔들리게 된다.

숙련공은 사라지고 설비는 낡아빠지고

미국 조선소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내에서도 역사가 깊은 곳이지만, 그만큼 노후화도 심각했죠. 설비는 낡았고, 숙련공은 대부분 은퇴했습니다. 기술 전수는 끊긴 지 오래고요.

'돈은 있는데 사람과 기술이 없다'—이게 지금 미국 조선업의 정확한 현주소입니다. 한화가 자본을 쏟아부어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죠. 한국처럼 표준화된 공정과 품질 관리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숙련된 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배는 제때 나올 수 없습니다.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본 투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한국형 표준 공정과 숙련 인력 양성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게 현지에 이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한화가 인수한 건 '조선소'가 아니라 '조선소 폐허'였던 셈이니까요.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인력 부족을 조선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과제로 꼽았다. 출처 :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사진.

미 해군이 K-조선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번 사태는 한화에게는 뼈아프지만, 동시에 K-조선의 가치를 증명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배를 제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줌왈트급 구축함,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주요 함정들의 건조 지연은 이미 상습적입니다.

반면 한국 조선소는 어떤가요? 표준화된 공정, 빡빡한 품질 게이트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배를 제때 뽑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투체계와 무장은 미국이 설계하고, 선체와 건조는 한국이 담당하는 현실적 분업 모델—이게 바로 미래입니다.

한화가 필리 조선소에서 겪고 있는 고통은 단순한 실패가 아닙니다. 미국 조선 생태계의 민낯을 가장 먼저, 가장 뼈저리게 마주한 것일 뿐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낸다면, 한화는 미 해군의 진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군함을 '찍어내는' 나라가 아닙니다. 전쟁을 설계하는 나라일 뿐이죠. 이제 배를 만드는 건 한국의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추진축 하나가 드러낸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K-조선의 진가가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