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폭격까지 거론…이스라엘 재보복 3가지 시나리오

정의길 기자 2024. 10. 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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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국 전쟁 (2) 친이란 세력 참전
(3) 무려 7개 전선 피 말리는 장기전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미사일 체계가 이스라엘 아슈켈론 지역으로 날아온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 아슈켈론/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1일(현지시각) 저녁 이스라엘 영토에 탄도 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큰 실수를 했다”며 보복을 다짐해 중동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보복으로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스라엘 우파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이날 엑스(X)에 “이스라엘은 지금 50년 만에 중동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맞았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그 핵심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고 테러 정권(이란)을 치명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가 문을 두드리는 시간에 우리는 문을 열어야 한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지난 4월 13∼14일 드론(무인기)과 탄도 미사일 등 300여발로 이스라엘 영토를 사상 처음 공격했을 때도, 이스라엘은 보복으로 이란 핵시설과 비교적 가까운 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4월 17일 이란 핵시설이 있는 중부 이스파한주를 공습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4월 이스라엘 공습 때 이스라엘의 피해는 거의 없었고, 이스라엘도 핵시설 자체는 공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스라엘 내부에서 보복 공격으로 이란 핵 시설을 직접 공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미국 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 등으로 헤즈볼라 전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지난 4월 때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더 쉬운 여건이라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야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소장도 이 신문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정파 헤즈볼라에 가한 피해로 이란 대리세력들의 위협이 줄었다며 이란의 핵시설 등에 대한 공격이 “고려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역사적 기회”로 보고 선택한다면, 만만치 않은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면 양국 전쟁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완전히 없앨 수도 그리고 이란의 의지를 바꿀 수도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국경을 맞대지 않고 직선거리로 1600여㎞ 떨어져 있어, 전쟁은 미사일과 전폭기를 통한 상호 폭격이 주된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과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또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에 이스라엘 주변 친이란 세력들이 참전할 수도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1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이라크 영공을 통과한다면, 이라크 내 미국 기지들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공격 직전에 이스라엘 텔아비브 자파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2명이 거리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테러를 벌였다. 이스라엘 안팎에서 가해질 ‘쌍둥이 위협’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짚었다.

이스라엘이 장기전이라는 부담을 안을 가능성도 크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시작한 가자 전쟁이 오는 7일로 1주년을 맞는다. 전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9.4%를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도 0.3% 증가에 그쳤다.

1일 이란 수도 테헤란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시위대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텔은 지난 6월에 이스라엘에 새 공장을 짓기 위한 250억달러 투자 계획 철회를 발표했다. 국부펀드로는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가 지난 9월4일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은 올해부터 이스라엘에서 활동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력에서 4분의 3을 차지하는 예비군들은 장기전으로 이미 생계를 위협받아, 경제에서 큰 손실이 되고 있다고 지난 5월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건국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교리는 “적의 영토에서, 단기전으로,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이 전략은 크게 어긋나고 있다. 남쪽으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다. 헤즈볼라와 충돌로 북부에서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도 전쟁을 벌인다면 이스라엘은 7개 전선에 직면해야 한다. 가자지구 하마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및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의 안사르알라(후틴 반군), 그리고 이란이다. 이들의 공격력이 이스라엘에 결정적 위해를 주지는 못할지라도 장기간 가해진다면 이스라엘에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달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휴전협상을 걷어차며 강공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장기전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나설 수 있다. 양쪽 모두 확전을 눈앞에 두고 진실과 선택의 순간에 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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