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화산 번개…정전기의 비밀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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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일이다.
정전기로 서로 밀쳐내며 규모를 키우는 사막의 먼지 폭풍, 화산재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화산 번개, 심지어 화성의 먼지 폭풍과 번개도 같은 물질 입자들의 대규모 충돌과 마찰로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가 화산 번개와 화성 먼지 폭풍의 정전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익숙한 정전기에서 시작한 물음은 집요한 실험 연구를 거쳐 화산 번개와 행성 대기 같은 더 큰 세계의 이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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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누구나 겪는 일이다. 플라스틱 빗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고 서로 밀쳐내 이리저리 뻗친다. 양전하 또는 음전하가 한쪽에 몰리며 생기는 정전기다. 정전기는 고대 기록에도 남아 있을 정도로 우리 일상에 아주 익숙한 현상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전기를 잘 알고 다루는 것에 비하면 정전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점이 너무 많다. 어떤 물질이 어떤 전하를 띠는지에 대한 경험 지식은 쌓였지만, 그런 현상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관한 통합 이론은 없다. 같은 물질끼리 부딪힐 때조차 어떤 때는 양전하를, 어떤 때는 음전하를 띠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정전기는 우리에게 변덕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오래된 수수께끼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는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정전기 발생 과정을 정밀 측정한 결과를 지난달과 이달에 논문 2편으로 잇달아 내놓았다.
연구진은 정전기가 일어나는 상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지구에 아주 흔한 물질 실리카(이산화규소)로 만든 지름 0.5㎜의 작은 알갱이를 같은 실리카 바닥에 반복적으로 떨어뜨려, 충돌과 마찰로 정전기가 쌓이게 했다. 외부 접촉을 없애고자, 충돌 직후 알갱이를 공중에 붙잡아두는 음파 공중부양 기술도 활용했다. 음압으로 알갱이를 허공에 띄운 채 전하를 측정하고 다시 떨어뜨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정전기 변화를 추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단순하지 않았다. 같은 물질 충돌인데도 알갱이는 어떤 때는 양전하를, 어떤 때는 음전하를 띠었다.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알갱이 표면을 섭씨 200도로 가열해 깨끗한 상태로 만든 다음 다시 실험했다. 그러자 이번엔 규칙성이 나타났다. 가열 처리한 알갱이는 늘 음전하를 띠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작위성이 나타났다.
결국 원인은 알갱이 자체가 아니라 표면 상태에 있었다. 정밀 분석 결과, 공기 중에 흔한 이산화탄소 같은 탄소 성분 분자들이 표면에 달라붙어 막을 형성하고, 이 미세한 변화가 정전기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실험 결과는 더 큰 자연 현상으로 시선을 확장시켰다. 정전기로 서로 밀쳐내며 규모를 키우는 사막의 먼지 폭풍, 화산재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화산 번개, 심지어 화성의 먼지 폭풍과 번개도 같은 물질 입자들의 대규모 충돌과 마찰로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가 화산 번개와 화성 먼지 폭풍의 정전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정전기가 물질 내부의 성질이 아니라 표면의 미세한 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왜 정전기가 그토록 변덕스럽고, 예측하고 제어하기 어려운지를 드러낸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단서는 반도체 공정, 의약품 분말 제조처럼 정전기에 민감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익숙한 정전기에서 시작한 물음은 집요한 실험 연구를 거쳐 화산 번개와 행성 대기 같은 더 큰 세계의 이해로 이어진다. 우리는 아직 정전기를 다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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