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무혐의’ 급증…1명이 22번 신고하기도

22건 모두 노동부 조사 결과 괴롭힘 無
“주관적 해석에만 의존해 신고 오남용”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중 ‘법 위반 없음’ 결과가 최근 3년 새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인 1명이 대상을 바꿔가며 22번 신고했지만 조사 결과 괴롭힘이 한 건도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365건이었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위반 없음’ 처분은 지난해 3623건으로 2.7배 늘었다.

전체 신고 건수가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1038건으로 1.9배가량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무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판정 비율도 ▲2020년 16.6% ▲2021년 14.1% ▲2022년 13.2% ▲2023년 12.1%로 지속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민원인 1명이 대상을 바꿔가며 직장 내 괴롭힘을 22번이나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노동부 조사 결과, 해당 사건들은 ‘신고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 불능 처리' 9건, ‘법 위반 없음’ 9건, ‘불기소’ 2건, ‘취하’ 2건 등이었다. 22건 중 1건도 괴롭힘이 없었던 것이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는 신고만으로 조사를 받고 해당 부서에서 분리돼야 한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건에 ‘지속성’ 내지 ‘반복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김위상 의원에게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지속성과 반복성이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이 직관적·주관적 해석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갖게 된다”며 “이는 신고의 오남용, 불필요한 가해자 증가, 조직문화 위축·왜곡 부작용 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문화 개선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괴롭힘 신고 오남용은 무고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신고 시스템의 신뢰도를 낮춰 결국 진짜 피해자까지 신고를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속히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