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개정 당부한 근로기준법은…‘체불 임금 20% 이자·공공입찰 불이익’
노사법치 원칙, 노동자·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돼야”
“벌써 22만명 체불 피해, 피해액 1조4000억 넘어”
올해 1~10월 임금 체불한 사업주 13건 구속 수사
“이제 12월을 앞두고 매서운 추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임금 체불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임금 체불로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주거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임금 상습체불을 근절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환노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경협·한정애·이수진·최종윤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퇴직자 임금 제때 안 주면 지연이자 20%…재직자로 확대
임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형사 처벌은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부는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지연 이자 여러 제재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개정안에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가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한 경우에도 지연 이자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퇴직했는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직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상법에 따라 연 6%의 지연 이자를 부과하고,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연 12%의 이자가 부과된다. 이를 재직 근로자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 20%의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 의원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고의적, 반복적으로 주지 않고 청산할 의지가 없는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정부 지원을 제한하고 공공입찰에 불이익을 부여하며, 신용제재를 확대·강화하자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개정안은 1년간 근로자 임금을 1인당 3개월분 이상 체불하거나 5회 이상·총액 3000만원 이상 체불한 경우를 ‘상습 체불사업주’로 정의해 신용제재, 정부 지원금 제한, 공공입찰 감점 등의 제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보다 기준이 낮아져 상습 체불에 해당하는 사업주 대상이 많아진다.

◇임금·퇴직금 302억 체불한 위니아전자 대표 구속되기도
윤 대통령이 상습 체불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거론하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당부한 것은 임금 체불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임금 체불 규모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에는 감소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1~8월 임금체불 규모는 1조14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2615억원) 늘었다. 피해 근로자는 18만명으로 같은 기간 14.1% 증가했다.
올해 1~8월 임금 체불로 구속된 인원은 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명)보다 3배, 정식 기소한 인원은 165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92명)보다 1.9배 각각 늘었다. 최근에는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이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임금 체불 규모가 급증하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5일 공동으로 임금체불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두 장관은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제때, 정당하게’ 임금을 받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자 원칙”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 임금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사이에도 임금 체불 규모는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올해만 벌써 22만명 이상의 체불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두 번 이상 반복된 임금 체불액도 전체 액수의 약 80%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은 임금 체불을 형사 범죄행위로 다루고 있다. 노사법치의 원칙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업주가 정부의 융자제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도 신속하게 논의해 달라”고 했다.

◇정부, 포괄임금제 악용 ‘공짜 야근’도 임금체불로 감독
앞서 고용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5월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하고 그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상습 체불로 보고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도 신용제재, 정부지원 제한 등의 경제적 제재가 추가‧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국회 환노위 임재금 전문위원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임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정책과 추진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법안은 지난 9월 환노위 소위에 회부된 후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21대 국회 내에 처리되려면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임금체불 감독을 강화하고 수사도 확대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사업주를 구속 수사한 임금체불 사건은 총 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건)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체포영장은 357건에서 431건으로, 압수수색은 33건에서 84건으로, 통신영장은 205건에서 315건으로 증가하는 등 강제수사 건수도 증가했다.
또 임금체불이 급증하는 건설 현장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합동점검을 벌이는 등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임금체불 기획감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수당을 주지 않고 잔업을 하는 ‘공짜 야근’ ‘공짜 휴일 근무’를 임금체불로 보고 익명으로 신고를 받아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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