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폐업률 '전국 1위'에 상권 다 망해간다는 ''인구 200만의 대도시''

식당 5곳 중 1곳이 사라지는 도시의 절망

2023년 대구에,919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폐업률 21.7%로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과 함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보다도 1.5배나 높은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시행했던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동성로의 한 잡화점 사장은 45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요즘은 손님이 2시에 올지, 5시에 올지 계산이 안 나온다"며 하루 종일 한 명만 오는 날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대구백화점이 2021년 문을 닫은 이후 동성로 상권 붕괴는 더욱 가속화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소비 패턴, 단체 회식과 술자리를 줄이는 문화 변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이 맞물렸다. 여기에 식자재비와 인건비, 대출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코로나 시절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폐업신고를 한 대구 자영업자는 4만526명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13.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역내총생산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대구에서 이 같은 폐업 쓰나미는 지역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32년째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력 꼴찌의 굴레

더욱 충격적인 것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023년 기준 3,098만원으로 32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1993년 지역소득 통계 발표 이래 단 한 번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 평균 4,649만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며, 1위인 울산의 8,124만원과는 2.6배 차이가 난다.

경제성장률도 1.2%로 전국 평균 1.4%보다 낮았다. 가장 높은 인천 4.8%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인당 개인소득은 2,376만원으로 전국 평균 2,554만원의 93% 수준에 머물렀고,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서울의 2,937만원과 비교하면 5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저조한 경제 지표는 대구의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통적으로 섬유와 기계 등 제조업 중심이었던 대구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했다. 주력 업종이 자동차 부품과 소재 같은 단순 가공 산업에 머물면서 첨단 업종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대구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대구의 1인당 부가가치는 5,884만원으로 8개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제조업 기업의 생산성은 광역시 중 최하위였고, 자동차부품 기업과 관련 기업들의 생산성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60대 노동자가 대부분인 생산 현장의 위기

대구의 생산성 문제는 고령화된 노동력 구조와 직결돼 있다. 성서산업단지 내 한 제조 공장의 경우 15명의 근로자 중 60%가 60세 이상이다. 250만원에서 280만원의 초봉을 제시해도 젊은 사람들은 문의조차 하지 않는다. 구인 사이트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모집하는 실정이다.

2023년 대구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고령층은 30.7%였는데, 이 중 절반가량인 45.8%가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였다. 임시직과 일용직이 각각 22.9%, 10.5%를 차지했고, 상용직은 12.3%에 불과했다. 고령층 일자리의 대부분이 불안정한 형태라는 의미다.

2024년 4월 대구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1%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고령사회 진입 후 7년 만의 일이다. 특·광역시 중에서는 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러한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 현장은 젊은 층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국내 근로자는 대부분이 60대"라며 "외국인 근로자는 상용 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데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임금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고용의 한계치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유치는 실패하고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대구의 경제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은 기업 유치 실패와 청년 인구 유출이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대구지역 청년 인구의 순유출 규모는 7만6,465명에 달한다. 이는 2014년 대구 전체 청년 인구의 11.3%에 해당하는 규모로, 도 단위를 제외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대구 달서구와 수성구의 청년 유출 인구는 각각 3만8,919명, 3만6,284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상위를 기록했다. 달서구의 경우 성서산단 등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달서구의 제조업 종사자 수는 2023년 4만5,277명으로 2014년 5만1,430명보다 12.0%나 감소했다.

수성구는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대표 학군 지역임에도 청년 유출이 심각하다. 20~24세 청년 순유출 비율은 50.7%, 25~29세는 63.7%에 달한다. 서울권 대학 진학과 취업을 통한 청년 유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일자리 부족이다. 2023년 대구로 전출한 청년 중 81.6%가 수도권으로 향했고, 전출 사유는 직업이 60.3%로 가장 높았다. 교육이 17.7%, 가족이 10.6% 순이었다.

대구시의 기업 유치 노력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2017년 현대로보틱스 협력업체 5곳과 맺은 630억원 규모 투자협약은 결국 무산됐다. 경기 침체, 사업 규모 축소, 인력 확보 등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2019년 베트남 빈그룹과의 100억원 투자 계획도 백지화됐다.

절반이 빈 점포로 변한 상권과 넘쳐나는 미분양

대구의 경제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기준 19.8%로, 2018년 2분기 10.3%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5%를 넘은 이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곳 중 1곳이 빈 점포인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문시장·청라언덕이 34.26%로 가장 높고, 계명대 22.06%, 두류감삼역과 상인·월배 21%를 기록했다. 한때 대구 최대 번화가였던 동성로는 대구백화점 폐점 이후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상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반월당 지하의 메트로프라자는 2024년 초에만 3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중앙로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도 2020년 232곳에서 2024년 184곳으로 대폭 줄었다. 300년 역사의 약령시마저 2010년대 300곳이 넘던 한약 관련 점포가 현재 15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쇠퇴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25년 2월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9,051가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 중 34%인 3,067가구가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현재 대구에서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미분양 단지는 32개로 추산된다. 전체 미분양 단지 58개 중 절반 이상이 할인 분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공사를 중단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달서구 본동 주상복합아파트는 2024년 연말부터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

대구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2024년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 지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65만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전국 평균 292만원보다 27만원 적다. 가장 높은 제주 319만원과는 54만원 차이가 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최저임금 위반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지방노동청 최저임금법 위반 접수 건수를 분석하면, 인구 대비 접수 건수로 따질 때 대구·경북 지역이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위반 건수가 다른 지역의 3배 이상인 경우도 있다.

경북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35명 중 23.4%가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은 업종으로는 편의점 등 소매점이 58.1%로 가장 많았고, 음식점이 14.5%였다. 면접 때부터 "최저임금 못 준다, 시급 8,000원 준다"고 명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구 지역 산업단지 노동자 중 22.4%는 최근 1년 동안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 14.8%보다 8%포인트나 높다. 연차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 노동자의 44.2%는 지난해 연차휴가의 30% 이하만 사용했고, 이 중 47.4%는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

노동환경 안전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근무환경을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59.49%는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일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모든 지표들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대구는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영업자는 폐업으로 내몰리고, 기업 유치는 실패하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31년째 지속되는 경제력 최하위, 바닥을 친 생산성, 넘쳐나는 미분양 아파트까지. 이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대구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도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