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네이버 검색창에 요물이 나타났다

최진홍 기자 2026. 4. 29. 12: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탭 베타 출격 검색이 곧 실행으로 바뀐다
대화로 추천받고 그 자리에서 결제·예약까지… 챗GPT 시대 한국형 응전

검색이 끝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검색이 곧 실행이 되는 시대다. 

네이버가 지난 27일 베타로 공개한 'AI탭'이 요물이다. 검색의 패러다임을 세운 네이버가 AI 시대를 맞아 공개한 시대의 응답일까? 이용자가 "강남에서 카공하기 좋은 카페 중에 콘센트 있고 좌석 넓다는 리뷰 많은 곳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블로그 후기와 플레이스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해 장소를 추려주고, 같은 화면에서 예약 버튼까지 내민다.

검색 결과 → 링크 클릭 → 별도 앱으로 이동이라는 기존 동선을 통째로 압축한다. 신박한 프로세스의 압축이자, 사용자 경험의 재정의다.

네이버는 28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AI탭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PC 메인 검색창과 AI 브리핑 하단, 쇼핑·플레이스 통합검색 결과 등에서 진입할 수 있다. 네이버는 베타 기간을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전체 이용자와 모바일 메인 검색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기존 'AI 브리핑'이 검색 결과 위에 요약본을 얹어주는 방식이었다면, AI탭은 한 차원 더 나아가 이용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의도를 좁혀가는 구조다. "거기 역에서 가까워?", "주차는 편해?" 같은 꼬리 질문에도 막힘없이 응답한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예약·결제·구매 같은 실제 행동으로 이용자를 연결하는 것이 AI탭의 가장 큰 차별 지점이다.
사진=연합뉴스

후기가 살아 있는 추천, 그리고 곧바로 결제
기자가 직접 써본 AI탭의 첫인상은 '한국 데이터로 훈련된 비서'에 가까웠다. "40대 직장인 남성에게 필요한 영양제 추천해줘"라고 입력하자 바로 연령·성별에 맞는 영양소를 정리한 뒤 한 번에 모든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제품 3종을 추천했다. 

추천 제품 옆에는 곧장 네이버플러스스토어 결제 화면이 붙어 있었다. 페이지 이동 없이 한 화면에서 비교부터 결제까지 끝낼 수 있는 구조다. 무언가에 홀린듯, 결제하고 말았다.

쇼핑 영역은 특히 영리했다. "핸디 선풍기를 사려는데 '내돈내산' 언급이 있는 후기 중 가성비 좋고 소음 적은 제품을 추천해줘"라는 요청에는 블로그·쇼핑 리뷰를 종합 분석해 실제 사용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제품군을 추렸다. 심드렁하게 보다가 이 역시 결국 구매했다. 이건...요물이다.

로컬 검색에서도 강점이 두드러졌다. 회사가 안국역 인근이다. 그런 이유로 "서촌에 수제맥주 맛집 있어?"라고 물으니 플레이스 데이터와 방문자 후기를 결합해 메뉴 대표성이 높은 식당을 콕 집어줬다. 추천 결과 옆에 '예약하기' 버튼이 자동으로 붙었다. 오늘은 미래경제부 회식이다.

심지어 AI탭이 '정직함'도 가지고 있다. 응답 속도는 다소 아쉬웠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검색의 종말' 아닌 '검색의 진화'

챗GPT가 촉발한 '제로클릭(Zero-click)' 현상, 즉 이용자가 검색 결과 링크를 더 이상 클릭하지 않는 흐름은 전 세계 검색 사업자에게 실존적 위협이다. 이제 궁금하면 AI에게 물어보는 시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의 응답은 흥미롭다. 검색을 줄어들게 두지 않고, 검색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검색의 가치 자체를 재정의하려 하기 때문이다. AI탭이 네이버가 1999년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가장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하는 이유다.

핵심 무기는 '버티컬 생태계'다. 네이버는 검색·쇼핑·플레이스·블로그·카페·페이·예약 등 자체 서비스를 AI탭이라는 한 점에서 모두 통과시키는 구조를 짰다. 글로벌 AI들이 외부 사이트로 링크를 던지는 데 그칠 때,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와 결제·예약 인프라를 한 화면 안에 집어넣어 '이탈 없는 경험'을 만든다. 블로그·카페·영수증 리뷰 등 한국 이용자가 만든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글로벌 AI가 따라잡기 어려운 한국 특화 자산이다.

수익화 측면에서도 계산이 분명하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AI 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90억1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3.59% 성장해 2035년 749억3000만 달러(약 110조44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가 멤버십 이용자에게 AI탭을 우선 공개한 것도 충성도 높은 사용자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 검색-탐색-결제 전 과정의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다.

한편 네이버는 연내 AI탭과 이미지 검색 도구 '스마트렌즈'를 연계한 멀티모달 AI 검색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사진·음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키워드 중심의 기존 검색은 대화·행동형 인터페이스로 점진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또 이용자에게 추가 질의와 탐색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향으로 AI탭을 진화시킬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탭은 탐색에서 실행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네이버 검색 패러다임의 전환점"이라며 "쇼핑, 로컬 등 버티컬 서비스와의 연결을 강화해 일상 속 차별화된 AI 검색 경험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실행까지 연결되는 통합 에이전트를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험난한 길이다. 당장 구글은 지난 21일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미나이를 호출해 요약·비교·작업을 처리하는 '제미나이 인 크롬'을 출시했다. 카카오 역시 포털 다음에 적용할 대화형 AI 검색을 개발 중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가 브라우저와 운영체제 단에서 AI 에이전트를 밀어붙이는 동안 자체 서비스 생태계라는 안방을 무기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생각해보면 포털 경쟁 시대를 맞아 구글이 대항해시대를 열었다면 네이버가 워터파크를 연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그런 이유로 그 승부의 방향 역시 "한국 이용자가 한국에서 만든 후기와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는 누구인가"로 추려질 전망이다. 그 답을 네이버가 자체 생태계 안에서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