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게 하자"…의사들, 구속된 `주홍글씨` 작성자 돕기 모금행렬

박양수 2024. 9. 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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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두둔하면서, 선봉에 선 의사들에게 성금으로 '돈벼락'을 퍼붓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 씨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정 씨의 구속 이후 의사 사회에서는 '전공의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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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피부과 원장 500만원 송금
의사 커뮤니티에 '송금 인증' 속속 올라와
"선봉에 선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주장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이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두둔하면서, 선봉에 선 의사들에게 성금으로 '돈벼락'을 퍼붓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허번호 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정 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부산 피부과 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전날 특정 계좌에 500만원을 보낸 인터넷 뱅킹 갈무리 화면을 찍어 올린 뒤, "약소하지만 500만원을 보냈다.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서 또 2차 인증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구속 전공의 선생님 송금했습니다'라는 글에서 1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증하고는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적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블랙리스트 작성이란 불법 행위를 마치 '의로운 행동'인 양 옹호하는 듯한 글도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통(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300이지만 소액 송금했다"면서 30만원을 보냈다거나, "계좌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아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이라 생각해 송금했다"는 등 글도 잇따랐다.

정 씨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자는 "(나도) 생활비를 걱정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옳지 않은 일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송금했다"며 "우리 모두 힘냅시다"라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욕설을 섞어 가며 "구속은 선을 세게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가 구속되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나는 마통 쓰는 백수인데도 10만원 송금했는데, 현직으로 로컬(개원가)에서 돈 버는 의협 사람 중에 자기 돈 10만원이라도 보낸 사람 있나"라고 의협을 비판했다.

이어 최근 간호사를 겨냥해 "건방진 것들", "그만 나대세요"고 말해 논란을 키운 박용언 의협 부회장에겐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달라"며 "(회장이) 단식하면서 입 다물고 있을 때 오히려 여론이 좋아지더라"고 직격했다.

정 씨의 구속 이후 의사 사회에서는 '전공의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전공의가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집회를 열거나,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잇달아 냈다. 의협 회장은 해당 전공의를 면회한 뒤 돕겠다고 나섰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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